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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영화의 뒤편에서
장영엽 2020-08-07

영화 시나리오를 본편보다 먼저 접하게 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한 채 영화를 보는 것이 최적의 관람 환경이라고 믿지만, 영화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시사회에 앞서 시나리오를 보고 아이템을 기획하거나 인터뷰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극장에서 완성된 영화를 확인할 때마다 시나리오와의 간극을 생각해보곤 한다. 어떤 영화는 시나리오를 보며 상상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어떤 영화는 시나리오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충격과 감흥을 안겨준다. 후자와 같은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영화라는 종합예술의 속성에 감탄하게 된다.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감독과 스탭들은 마법 같은 솜씨로 영화의 무드와 톤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현장의 밖에 위치한 관찰자에게 영화의 제작 과정은 늘 놀랍고도 신묘한 우연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1268호의 주제는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겠다. 개봉 첫날 34만 관객을 동원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의 프로덕션을 전격적으로 분석해보는 특집과 밀리터리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본 <강철비2: 정상회담>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일본, 한국, 타이 3국에서 촬영을 진행했으며 영화의 스타일이 스토리텔링을 대변하는 <다만악>은 무엇보다 제작에 참여한 스탭들의 코멘터리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씨네21>에 독점적으로 공개한 현장 사진은 치열했던 그곳의 열기를 고스란히 체감하게 하며 김철용 프로듀서, 이건문 무술감독, 채경화 의상감독, 모그 음악감독이 들려주는 제작기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질주하는 이 영화에 얽힌 디테일한 사연들을 짐작하게 해준다.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를 다룬 잠수함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밀리터리 전문가들의 반응이 사뭇 궁금했던 작품이다. 전사연구가부터 전 잠수함 함장까지 다양한 이력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대담 기사는 ‘밀덕’(밀리터리 덕후)으로 소문난 양우석 감독이 긴장할 만큼 날카로운 지적들로 가득하다. 올여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두편의 한국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를 본 뒤 남겨진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줄 것이라 믿는다.

여성영화인모임과 인디스페이스, 퍼플레이가 개최한 ‘It’s MY turn! 릴레이 토크: 여성 영화인을 만나다’ 행사에서 만난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김보라·김일란 감독의 이야기는 또 다른 형태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극장 개봉작에 참여한 영화인들 중 감독, 제작자, 프로듀서와 같은 핵심 창작인력의 여성 비율이 지난 10년간 10~20% 안팎에 머물고 있는 실정에서 여성 영화인들이 직접 들려주는 영화와 직무에 대한 이야기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첫 장편영화 <벌새>를 만들기까지 자신을 가로막던 것들에 대한 김보라 감독의 허심탄회한 고백부터 최악의 상황을 딛고 일어서는 법에 대한 강혜정 대표의 조언, 연대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김일란 감독의 경험담까지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하다. 영화의 뒤편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만든 이번호는 특히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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