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1970년대 일본 사회에 짧고 강렬한 충격을 던졌던 무장투쟁 그룹이다. 늑대, 대지의 엄니, 전갈 3개 전선으로 구성된 이들은 1974년 8월 30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빌딩을 시작으로 1975년까지 미쓰이 물산, 대성건설 본사, 한국산업경제연구소 등 일본 기업 건물들을 연속으로 폭파했다.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공통점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성장한 일제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이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전범 기업에 폭탄을 던진 건,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를 통해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태평양 지역의 여러 국가들에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입힌 근대 일본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대가를 요구하는 한편, 패전한 뒤에도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일본 사회에 경고를 하기 위해서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김미례 감독이 자신의 전작 <노가다>(2005)에도 등장하는 오사카의 인력시장 가마가사키를 통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소개하며 시작된다. 늑대 부대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12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던 아라이 마리코, 대지의 엄니 부대원으로 1975년 체포됐다가 석방된 뒤 아랍에서 적군파 활동을 했던 에키타 유키코, 전갈 부대원으로 체포됐다가 출소한 뒤 신문 <구원>을 펴내고 있는 우가진 히사이치 등의 진술들을 따라가면, 이들이 일본 사회에 던진 반일 메시지는 명확하면서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과거를 청산하지 않은 채 제국주의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아베 정권의 일본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노가다>, <외박>(2009), <산다>(2013) 등 자본과 권력에 억압당한 노동자들의 인권을 따뜻하게 다뤄온 김미례 감독의 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