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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맹수진 프로그래머 - '세계 최고의 음악영화제'를 꿈꾼다
송경원 사진 백종헌 2020-08-20

16살이 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15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15년을 준비하는 16번째 여름, 그 중심에 올해 새로 제천에 둥지를 튼 맹수진 프로그래머가 있다. 그간 여러 영화제를 거치며 경험을 쌓아온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도 관객을 만족시킬 알찬 준비를 마쳤다.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8월 13일(목)부터 17일(월)까지 개막작을 비롯한 상영작을 공식 온라인 상영관인 웨이브에서 상영한다. 그 밖의 이벤트와 음악 프로그램은 네이버 V LIVE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람 가능하다. 맹수진 프로그래머에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물었다.

-전주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EBS국제다큐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를 거쳐 올해부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프로그래머를 맡았다.

=뒤돌아보니 많기도 하다. (웃음) 공채에 응모해서 올해 3월부터 시작했다. 경력이 오래되면 기술이나 행정적인 노하우는 쌓이지만 영화제마다 자기만의 정체성이 중요하기때문에 영화제를 맡을 때마다 늘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공부를 다시 한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EBS국제다큐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까지 다큐멘터리를 오래보다보니 약간 지친 점도 작용했다. 사회의 문제를 알리는 순기능과 보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우울해지기도 했다. 좀더 즐거운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연이 닿아 지원했다. 음악은 잘 알지 못하지만 한편으론 그래서 더 즐겁고 활력이 넘친다. 사회 초년생이 된 기분으로 열심히 공부 중이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다시 그린, 삶의 중심’이다.

=공식 포스터의 주제가 ‘균형’이다. 밸런싱 아티스트 변남석 작가의 작품으로 청풍호 수면 위에 칼림바와 트럼펫, 영사기를 쌓아올려 작품을 설치했다. 영화와 음악을 통해 무너진 일상과 깨어진 균형을 맞추겠다는 게 첫 번째 의도다. 나아가 영화와 삶의 균형, 과거와 미래의 균형도 맞추려 한다. 지난 15년을 돌아보는 건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비전을 위해서다. 코로나19로 영화제, 영화계 모두가 위기에 처했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의 한가운데에서 제천이 앞으로 나아갈 바를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미래를 위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한국에서 음악영화는 나름의 장르로 자리 잡으며 관객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제천이 거기에 일정 정도 기여해왔다고 생각한다. 2회부터 6회까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가 올해 다시 돌아온 조성우 집행위원장의 비전은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음악영화제’를 만드는 거다. 투자를 확보하고 사람들을 연결시켜 음악영화 하면 제천이 바로 연상되도록 하려 한다. 과장된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이 서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와 음악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의 변화와 확장이다. 우선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는 모그 음악감독을 비롯한 쟁쟁한 강사진이 참여했고, 학생들의 지원도 훨씬 많아졌다. 최종 2명을 선정해 현장 인턴까지 연결시켜 한국 음악영화의 인재들과 네트워크를 키워가려 한다. 특히 음악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는 6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증액했다. 코로나19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예산을 늘린 건 영화제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신호라고 할 만하다.

-미래를 바라보는 것만큼 과거를 정리하는 섹션들도 눈에 띈다.

=두 가지 방향은 별개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균형이 중요하다. 15년의 역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고민했다. 우선 ‘홈커밍데이’ 섹션은 지난 15년간의 개막작, 대상작은 물론 <서칭 포 슈가맨>(2011), <다방의 푸른 꿈>(2015) 등 제천을 통해 유명해진 작품을 소개한다.‘한국 음악영화의 발자취’ 섹션은 한국 음악영화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한 시도다. 한국 음악영화에 대해 자료들은 여전히 미비하다. 그걸 정리하고 아카이빙하는 것도 제천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현대음악영화의 시초라고 해도 좋을 김홍준 감독의 <정글 스토리>(1996), 뮤지컬영화 불모지인 한국에서 도전적인 실험정신을 보여준 전계수 감독의 <삼거리극장>(2006), 우리나라의 전통 가곡인 정가(正歌)의 매력을 선보인 박흥식 감독의 <해어화>(2015) 등 기억해야 할 영화들을 소개하고 감독들을 한자리에 모아 직접 구술을 정리해보는, 그야말로 발자취를 남기는 작업이다. 앞으로 제천에서 내는 자료만 봐도 한국음악영화사가 정리될 수 있도록 책임지고 발자취를 남겨 나가겠다.

-사실 음악영화라는 장르의 범주가 다소 모호하지 않나. 자료가 축적되면 결국 그 개념이 명확해지겠다.

=음악영화가 뭘까. 어려운 질문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역대 카탈로그를 뒤져봐도 정리가 쉽지 않다. 뮤지션이 나오는 영화, 음악이 소재가 되는 영화 등 여러 접근이 가능하다. 그런 기본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하되 범주를 점차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올해 마련된 씨네토크 중 ‘사운드, 그 감각의 예민함’에서는 음악영화가 아니라 침묵과 사운드의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질문과 연구를 기반으로 ‘음악영화는 곧 제천’이란 인식을 자리 잡게 할 것이다. 지금까진 국제경쟁만 있었는데 앞으로는 국내장편경쟁까지 확장할 것이다. 내년부턴 한국단편경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최근 제천 지역이 수해를 겪는 등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비대면 영화제로 전환했다. 음악은 현장감이 특히 중요한 만큼 오랫동안 오프라인 개최를 준비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 제천 지역은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도 없는 청정지역이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대면이지만 두 가지 원칙은 지켰다. 우선 장편부문 심사와 피칭 행사, 그리고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 등 핵심적인 행사들은 제천에서 진행한다. 특히 피칭 행사의 경우 그동안 꾸준히 멘토링과 워크숍을 거쳤고 그 결과물을 8월 15일 제천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 웨이브를 통해 작품 대부분을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84편의 작품 중 1편을 제외하곤 모두 협의를 마쳤다.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철저히 준비한 느낌이다.

=4개월 정도의 기간이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물론 아직 미숙하거나 숙제로 남은 부분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예전으로 돌아갈 수없는 만큼 온오프라인의 공존 방식을 고민 중이다. 자잘하게는 계약과 저작권 문제에서, 크게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산업구도와 어떻게 연계해갈지를 탐색해나갈 필요가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축제는 계속되어야 한다. 축제는 즐거움인 동시에 위로이기도 하다. 올해 개막식에서는 임동혁 피아니스트가 특별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일부러 귀국해 자가격리기간까지 마쳤다.

-놓칠 수 없는 영화를 추천해준다면.

=프로그래머에겐 답이 정해진 질문이다. 한 작품도 놓칠 수 없다! 그래서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다른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웃음) 그래도 꼽는다면 개막작은 꼭 보셨으면 한다. 심찬양 감독의 신작 <다시 만난 날들>은 한국 음악영화의 미래를 가능할 수 있는 기대작이다. 음악에 대한 애정을 붙들고 결국 음악을 통해 성장한다는 면에서 희망찬 미래를 향해 걸음을 멈추지 않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오늘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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