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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오브 워' <나비효과>를 만든 에릭 브레스 감독의 신작
김소미 2020-08-25

밀리터리, 호러, 스릴러, SF 등을 과감하게 뒤섞어 혼종 장르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고스트 오브 워>는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보았을 때 비로소 맨얼굴을 드러내는 영화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달은 1944년의 프랑스. 나치에 점령당했던 어느 외딴 저택에 미군 5명이 교대병으로 도착한다. 안온함도 잠시, 버려진 일기장을 통해 나치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주인 가족의 이야기가 드러나고, 미군들은 곧 초자연적 현상으로 고통받는다.

자욱한 안개 속 곳곳에 거미줄이 쳐진 저택, 저주가 깃든 가족사진과 강령술의 흔적 등 전통적인 오컬트 장르의 무대 위로 밀리터리물이 결합된 모양새다. 그러나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중반까지의 호러 서사는 <고스트 오브 워>의 프롤로그일 뿐이다. 유령과의 사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후반부에선 어느새 오컬트 장르를 패러디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수위가 감지되고, 스토리의 앞뒤가 교묘하게 뒤틀리거나 인물의 시점이 뒤섞이는 등 내러티브에 의도된 혼란이 개입한다. 그리고 이 무렵, 관객이 지나치게 실망하기 전에 영화는 숨겨둔 또 다른 자아를 드러낸다. 전쟁 군인의 트라우마를 주제로 무의식의 층위를 유영하는 <고스트 오브 워>는, 나치의 학살이나 히틀러유겐트를 살상했던 미군의 이력 같은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경유해 결국 현실을 환기한다. <나비효과>를 만든 에릭 브레스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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