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TView
'노는언니', 우리 같이 놀아요

학창 시절 수학여행은커녕 입학식도 못 가봤고, 엠티라는 건 뉴스에서만 봤으며, 수영은 잘하는데 물놀이는 할 줄 모르는 데다, 언제나 많이 먹으면 안되고 놀면 그냥 ‘망하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있다. E채널 <노는언니>는 박세리(골프), 남현희(펜싱), 곽민정(피겨스케이팅), 정유인(수영), 이재영·이다영(배구) 등 전현직 여성 운동선수 여섯명이 모여 말 그대로 함께 ‘노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통, 방송 나오는 운동선수는 남자들이 많잖아요”라는 박세리의 말대로, 그동안 예능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여성 선수들을 다양하게 모은 기획부터 신선하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이자 여성인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만큼 한층 더 흥미롭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운동을 시작해 대학교 3학년 때 은퇴하고 바로 코치가 된 자신이 ‘노잼 인생’을 사는 것 같다는 곽민정은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딸을 낳은 직후 2014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남현희는 당시 출산한 여성 선수가 처음이라 잘해내고 싶었다고 회상하며 임신과 출산 후에도 훈련이 가능한 유럽 시스템에 관해 들려준다. 2리터 생수 여섯병을 한손으로 번쩍 들어올리는 정유인은 어린 시절 상체 근육 때문에 ‘무슨 여자애가 저러냐’고 놀림받은 적도 있지만, 선수로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그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쌍둥이 자매이면서 친한 친구 같은 이재영과 이다영은 판을 만난 김에 승부욕과 장난기를 마음껏 불사른다. 그리고 정작 자신은 습관성 어깨 탈골 때문에 타지 못하는 웨이크보드 위에서 즐거워하는 정유인을 바라보던 박세리는 “물놀이 오길 잘했네”라며 흐뭇해한다. 이처럼 크게 웃고 많이 먹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여자들의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뻥 뚫리게 만드는 것이 <노는언니>의 매력이다. 이 엄청난 선수들이 설거지 내기 족구 경기에서는 엉망진창 플레이를 펼치며 신나게 웃는 광경을 여기가 아니면 또 어디서 보겠나.

VIEWPOINT

언니들 DO NOT NEED MEN

여성 예능 초반에 꼭 남성 게스트가 등장하는 것은 누구의 필요일까? 저녁 식사를 하려는 멤버들 앞에 갑자기 세 남성 예능인이 나타나자 박세리가 농담처럼 진담인 듯 한마디 툭 던진다.“룰을 모르는구나? 남자 끼는 거 안 좋아해.”분위기가 어색할까봐 제작진이 자신들을 섭외한 것 같다고 한 그들은 게임과 토크를 진행하려 애쓰지만, ‘낯선 남자’ 에게 사생활 관련 질문을 받는 멤버들은 자기들끼리 있을 때만큼 편안하고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여자들이 잘 노는 데 필요한 건 믿음과 시간이지 남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