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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 배우 힐러리 스왱크 - 여성에게 희망과 영감을
조현나 2020-09-17

사진제공 넷플릭스

9월 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어웨이>는 인류 최초로 화성 탐사를 떠난 우주 비행사들의 도전을 그린 드라마다. 5명의 우주 비행사들은 화성으로 향하는 도중 크고 작은 갈등을 빚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에 맞선다. 힐러리 스왱크가 연기한 에마 그린 사령관은 예기치 못한 고비의 순간마다 앞장서 상황을 정리하고 팀의 분열을 막는 인물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나의 마더> <더 헌트> <인썸니아> 등에서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가 <어웨이>에 이르러 뛰어난 여성 리더로서의 진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에마가 일과 가족 사이에서 고민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하는 모습을 두고 힐러리 스왱크는 “그런 인간적인 면모 덕에 에마가 더 강한 리더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 화성으로 떠난 우주 비행사처럼, 상황에 깊이 몰입한 채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한 힐러리 스왱크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드라마 <어웨이>의 어떤 부분에 끌려 출연을 결심하게 됐나.

=사실 출연 여부를 두고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훌륭한 영화 제작자인 에드 즈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고, 각본도 좋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고 성소수자 관련 스토리를 다룬다는 점에도 마음이 움직였다.

-우주와 우주선 내부 같은 무중력 상태의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평소 경험한 적 없는 상황들이라 어려움이 많았겠다.

=맞다. 우주 비행사 부트 캠프에 가서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정말 많이 배운 동시에 굉장히 고된 경험이었다. 촬영할 땐 여러 가지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했는데 가령 복근과 허벅지 근육을 써서 몸의 균형을 맞춘 뒤, 움직임에 계속 신경 쓰면서 감정을 끌어올리고 긴 독백 대사를 처리해야 하는 식이었다. 장시간 와이어에 매달린 채 연기한다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더라. 그래도 와이어에 같이 매달린 동료들과 틈틈이 장난도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주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지만 그중 여성이 팀의 리더로 등장하는 작품은 드물다. 때문에 사령관인 에마를 연기할 때 남다른 각오로 임했을 것 같은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에마는 감정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에마를 연기할 때 사령관으로서의 권위를 살리면서 감정을 그대로 나타내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려 노력했다. 그런 면을 지닌 덕에 에마가 더 강한 리더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에마는 책임감 있게 팀원들을 이끌다가도 지구에 남은 가족들을 걱정하고, 특히 딸과의 연락이 지연될 때마다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여러 역할을 맡은 데서 오는 에마의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했나.

=말한 대로 에마는 엄마이자 아내, 우주 비행사, 사령관 등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하는 여성이다. 개인적으로 배역의 상황에 완전히 공감해야 연기를 할 수 있는데 일과 가족간의 균형을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고, 때론 흔들리기도 하는 에마의 상황에 충분히 공감했다. 일과 가족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때론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 등을 전부 포함해서 말이다. 에마의 상황에 온전히 공감하고 나니 감정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우주 비행사들 덕분에 이들이 탑승한 아틀라스호는 마치 하나의 작은 지구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아틀라스호가 화성으로 출발하기 전,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에마의 연설이 유독 강렬하게 와닿더라.

=나 역시 에마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션에 성공하려면 국가 간의 분쟁과 갈등은 잠시 내려두고 인류라는 이름 아래 서로 화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여정을 함께하는 동료로서, 서로를 누구보다도 깊이 신뢰해야 한다. 실제로 배우들의 출신지가 전부 달랐는데, 그럼에도 우리에겐 여러 교집함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더 다양한 출연진을 볼 수 있길 바란다. 그 어느 때보다 인종의 다양성이 미디어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는 시대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청자층이 전세계로 확장된 시점에서 인종의 다양성이 보장된 작품일수록 더 좋은 반응을 얻어내리란 건 너무도 당연하다.

-에마와 루의 관계가 특히 흥미로웠다. 둘 다 여성이며 아이가 있다는 공통점이 존재하고, 에마는 소수자인 루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주 비행을 위해 아이와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틀라스호에서 오직 이 두 사람만이 형성할 수 있는 공감대다. 에마가 소수자인 루를 돕는 것을 계기로 둘의 관계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 와중에도 둘 사이엔 일정한 거리감이 존재하는데, 공식적인 위계질서를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두 사람은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관계다. 첫 시즌에선 두 사람 모두 우주 비행사이자 엄마로서 겪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다음 시즌에선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까. 나도 기대하는 바다.

-배우로서 하나의 장르나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밀리언 달러 베이비> <더 홈즈맨> 등의 작품에서처럼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면모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와 같은 작품들을 고르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강인한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관객이 그 여성을 보고 희망과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또한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배역들도, 연기하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 판단되면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는 편이다.

-<왓 데이 해드> 등의 작품을 통해 프로듀서로서의 능력도 증명한 바 있다.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자로 활동하는 이유, 그리고 이 두 영역이 서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생각하는지.

=제작자로서 활동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사실 관객이 화면을 통해 보는 것은 단순히 배우들의 연기를 넘어 많은 사람들의 작업을 요하는 일이지 않나. 스토리 컨셉부터 각본, 연출, 세트, 조명, 편집, 음악, 마케팅과 배급까지…. 이 모든 요소를 아주 세심하게 살펴야만 작품이 성공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화면으로 옮기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정말 즐겁다. 앞으로도 재밌고 감동적인 영화와 TV시리즈를 다수 선보일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광활한 우주를 가로지르며 불가능에 도전하는 <어웨이>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길 바라나.

=에마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전현직 우주 비행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하나같이 우주에 가면 국경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게 된다고, 우리 모두 지구라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며 하나의 인류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고 이야기하더라. 우리 모두 이 지구에 함께 살고 있고, 같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들이라는 것. <어웨이>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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