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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마담> <디바> 제작한 김윤미 영화사 올 대표 - ‘여성적’이라는 것들의 한계를 깨고 싶다
남선우 사진 백종헌 2020-09-24

영화사 올의 사무실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산다. 길에서 살아가던 두 아이는 공교롭게도 올이 기획 중이던 두 작품의 완결고가 나왔을 때 각각 김윤미 대표를 따라왔다고 한다. 고양이들의 이름은 오케이와 고디바. 케이와 디바를 만나게 해준 부적 같은 작품이 곧 <오케이 마담>과 <디바>다. 김윤미 대표가 반려묘의 이름으로 붙일 만큼 애정을 쏟은 두 영화는 모두 올해, 그것도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지 않은 8월과 9월에 개봉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걱정하는데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다”고 호탕하게 웃어 보인 김윤미 대표는 “실은 영화를 봐달라고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 소리치다가도 <날, 보러와요>에 이어 계속해서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을 제작하는 이유를 진지하고도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어제(9월 15일) <디바> 언론배급 시사회가 있었다. 반응이 어땠나.

=신민아 배우의 연기에 대한 기자들,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 너무 좋아서 행복했다. 투자자도 영화를 만족스럽게 봐준 것 같아서 다행이었고. 이 영화가 투자받고 제작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내가 헛된 짓을 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지난 8월 12일 <오케이 마담>을 개봉한 데 이어 한달여 만에 <디바>를 선보인다. 두 작품 모두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일을 계속해서 조정한 것으로 아는데,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극장에 걸리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의성어가 1분간 이어졌다고 써달라.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어떤 말을 쏟아냈는지 다 알 테니까. (웃음) 6, 7월에 극장 관객수가 점점 회복세를 보이면서 우리영화도 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8월 15일을 기점으로 관객이 70% 이상 급감했다. <오케이 마담>도 출발이 나쁘지 않았는데 첫 5일 동안 든 관객이 거의 최종 스코어가 되어버렸다. 배우들이 쏟은 열정을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9월 17일부터 VOD 서비스를 시작하니 극장에서 보지 못한 분들이 많이 찾아봐주시길 바랄 뿐이다.

<-디바>를 기획한 과정부터 들려달라. 영화의 중심 이미지를 책임지는 다이빙이라는 소재도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들었다.

=유영선 작가가 쓴 초고에서는 두 인물이 연극배우였다. 내용은 재밌는데 화면으로 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연극에서 다른 소재로 바꿔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아름답고도 공포를 자극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만들 수 있게 물의 이미지를 가져오면 어떨까 싶었다. 거기에 추락의 이미지, 경쟁이 당연한 스포츠 형식을 덧붙여서 다이빙이라는 소재가 나왔다. 이걸 정하고 우리 회사에서 끝내준다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웃음) 그 후 여성의 시선으로 시나리오를 다듬어줬으면 해서 조슬예 감독을 소개받아 각색 작업을 맡겼고, 그가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해서 감독까지 맡겼다. 여자배우들이 수영복을 입고 대부분의 촬영을 소화해야 하니 현장을 편하게 만들고 싶었고, 관음적 시선이 개입되지 않는 영화를 찍고 싶어 여성감독, 여성 촬영감독을 기용했다.

-월등한 실력의 소유자 이영(신민아)과 그보다 못한 인물 수진(이유영)의 관계를 그리면서 애정 문제를 전혀 화두에 올리지 않고 두 여자의 호승심만으로 84분을 꽉 채웠다. 이영과 수진을 보며 <HBO> 드라마 <나의 눈부신 친구>의 릴라(가이아 지라체)와 레누(마르게리타 마추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칠월(마사순)과 안생(주동우), <작은 아씨들>의 조와 에이미까지 떠오르더라.

=남성들끼리도 경쟁을 하고 질투를 하는데 여성들의 관계에 있어서 질투라는 단어는 은근히 폄하와 비하의 의미로 쓰이지 않나. 평소 그게 좀 웃기다고 생각해왔는데, <디바>가 여자들간의 질투를 치열한 경쟁의 또 다른 수사로 풀어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실제로 <디바>를 기획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떠올리며 막스 리히터가 작업한 <나의 눈부신 친구> 사운드트랙을 계속 들었다. 김준성 음악감독이 레퍼런스를 토대로 <디바>에도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줬고.

-새로운 테마를 끌어옴으로써 새로운 얼굴도 만날 수 있었다. <디바>의 신민아 배우는 전에 본 적 없는 표정으로 추락하는 디바 이영을 연기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캐스팅 1순위가 신민아 배우였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봤는데, 그가 예쁜 얼굴로 짜증을 엄청 내고 있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웃음) 그때 그에게서 공포가 깃든 기묘한 얼굴을 봤고, 스릴러에 어울리는 눈을 발견했다.

-영화사 올은 전작 <날, 보러와요>의 강예원 배우, <오케이 마담>의 엄정화 배우에게도 원톱에 가까운 역할과 각각 스릴러, 액션 연기라는 새 미션을 부여한 전적이 있다.

=원래 반전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오케이 마담>도 평범한 아줌마인줄 알았는데 싸움 잘하고, 바보 같은 남편인 줄 알았는데 요원이었고 하는 식으로 인물의 선입견을 깨주지 않나. 특히 <오케이 마담>은 여성이 액션을 할 때 전해질 쾌감을 보여주고 싶어 기획한 영화다. 흔히 ‘여성적’이라고 말해지는 한계를 깰 수 있는 소재에 관심이 많다.

-메가박스, 쇼박스 등에서 극장, 배급 업무를 오래 했고 <날, 보러와요>를 시작으로 제작자로서 느낀 한국 상업영화 경향에 대한 갈증을 본인의 방식대로 풀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영화에 편향된 남성적 주인공들에 대한 지루함이 관객에게도 있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있다. 올이 처음 제작한 <날, 보러와요>가 제작비 10억원으로 100% 수익을 내서 그해 수익률 5위 안에도 들었다. 속으로 이게 한국영화가 더 다양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이 잘되면서 여자가 주인공인 중소 영화가 많이 나왔다. 물론 그 후에도 <오케이 마담> <디바> 모두 많은 투자자들이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를 들며 투자를 꺼렸지만, 이 기획을 알아봐준 투자자가 있었기에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 나는 제작자로서 앞으로도 용기를 더 내고 싶다.

-용기의 근원에 자리한 제작자로서의 마인드는 어떠한가.

=상업 예술로 돈을 가져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줘야 또 다른 용감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겠나. 어렸을 땐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는 다 우습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선배들이 보라는 영화 열심히보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에드워드 양을 이해한 척했는데, 속으로는 이와이 지의 <러브레터>를 더 좋아했다. (웃음) 극장, 배급 업무를 오래 하면서 비로소 관객이 좋아하는 것엔 다 시대적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때 제작자는 예술가인 감독과 돈을 벌고 싶은 투자자를 잇는 매개자라고 생각한다.

-그 매개자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지금의 영화관이 나중에는 흘러간 꽃노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명의 사람이 약속을 정하고 시간을 지켜서 영화를 보겠다는 연대가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극장에서 봤을 때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액션, 댄스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들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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