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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 배우 유역비, “어떤 순간은 연기 그 이상이었다”
안현진(LA 통신원) 2020-09-24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뮬란>을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인가,

=처음 애니메이션 <뮬란>을 본 나이가 언제인지 기억할 수 없지만, 정말 좋아하는 영화였다는 건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실 주제곡인 <Reflection>을 녹음해서 오디션에 보내기도 했었다.

-<뮬란>은 전세계 어린 소녀들의 롤모델이었다.

=뮬란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리서치를 했다. 뮬란은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이고 어떤 내적 갈등을 가졌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가진 강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싶었다. 영웅의 힘은 때로는 분노와 증오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뮬란의 강함이 무엇에서 시작되는지 알기 위해 노력했다. 뮬란이 멋진 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찾으려고 노력하고 스스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 있다.

-1천명이 넘는 여배우가 뮬란 역에 지원했다고 알고 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뮬란에 발탁됐다.

=<뮬란> 오디션에 대해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수많은 배우와 배우 지망생이 원하는이 역할을 내가 짊어질 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뮬란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고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할 만큼 의미 있는 역할이다. ‘인간으로서 뮬란처럼 용감할 수있을까?’, ‘스스로 진정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불완전함을받아들일 수 있을까?’ 등 질문과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 뮬란이 되어 일기를 썼다. 이건 오디션을 볼 때 내가 스스로 하는 숙제인데, 사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비행기 안에서 썼다. (웃음) 오디션은피지컬 오디션까지 있어서 예상한 것처럼 힘들었다. LA에 도착하자마자 대본을 읽었고 쉴 틈이 전혀 없었다. 오디션 현장에서 니키(카로 감독)를 처음 만났다. 니키가 만든 <노스 컨츄리>를 좋아한다. <노스 컨츄리>로 니키가 여배우들의 특별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LA에 도착하자마자 오디션을 봤다고 하니 시차로 상당히 힘들었겠다.

=맞다. 그래서 스스로 시차가 없다고 항변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있었다. (웃음)

-피지컬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됐나.

=니키와 감독 오디션을 마치고 2시간 뒤에 피지컬 오디션이 진행됐다. 힘들었다기보다는 ‘아, 감독 오디션에서 잘했구나’ 하고 안심했다. (웃음) 내가 감독 오디션에서 못했으면 그다음을 보여줄 기회 없이 중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피지컬 오디션에서 만났던 트레이너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상당한 프로페셔널이었다. 내가 한 단계한 단계 카디오(심장 강화 운동으로, 흔히 체지방을 빼는 운동을 통칭한다.-편집자)를 마칠 때마다 두꺼운 공책을 꺼내서는 무언가 빼곡하게 적어넣었다. 그와 90분을 함께한 뒤 사실 한 발자국도 걸을수 없을 정도였다. 기억해보니 재미있었다. (웃음)

-언제 캐스팅이 확정됐나.

=피지컬 오디션이 끝나고 바로 공항으로 갔다. 너무 힘들어서 걸을 수도 없었는데 먹을 시간도 없이 다시 중국으로 가는 스케줄이었다. 결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국 도착 이틀 만에 연락을 받았다. 보통 캐스팅 과정보다 빠른 편이라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첫 촬영날이 기억난다면 이야기해달라.

=나 역시 프로덕션 이미지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니키가 촬영 첫날에 로케이션 사진을 전시하는 것처럼 붙여놓은 방으로 데려가 하나씩 소개해줬다. 뮬란의 집, 훈련장,전장 등 사진을 보며 장면을 상상했고 더 빨리 캐릭터와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뮬란>에서 선보이는 액션은 상당한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이전에 출연한 영화들에서 무술 장면을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배우곤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3년 반이라는 긴 시간을 준비했고 상당히 구체적으로 액션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배웠다.

-이를테면 말 위에서 뒤돌아 앉아 적과 싸우는 기술 같은 것 말인가.

=맞다. 어떤 장면을 떠올리면 그 장면을 위해 어떤 훈련을 했는지 말할 수 있다. 이 영화를 위해 태극권을 배우기도 했다. 뮬란의 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나는 뮬란의 기가 그녀와 영적 존재를 이어주는매개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태극권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서 훈련에 동의했다.

-이연걸, 견자단, 공리와 함께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들과 함께 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게 어떤 기회인가. 훌륭한 배우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사람들이다. 이연걸과는 12년 전에 한 영화에 출연했는데 무술이라고는 모르던 나에게 말 타는 법부터 시작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노래도 같이 부른 적있는데 그때도 많이 가르쳐줬다. 견자단은 촬영할 때 그가 몸을 움직이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웠다. 공리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배우, 아니 나의 여왕이다. (웃음)

-뮬란이 되는 경험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감정과 육체, 어느 쪽이더 힘들었나.

=캐릭터와 나를 분리해서 묻는 질문에는 답하기 쉽지만, 뮬란과 나를 동일시하면 대답하기 어렵다. 어떤 순간은 연기 그 이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니키에게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든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니키가 지휘하는 영화 현장은 응원과 사랑이 넘치는 곳이었다. 아, 잠깐 질문이 뭐였지? 내가 이렇다. 늘 대답이 길어지고 다른 이야기로 바뀌고. (웃음) ‘육체와 감정, 둘 다’라고 답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이 뮬란의 여정이다 보니 나눠서 생각하기 힘들다.

-남장한 여자 연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낮고 굵은 목소리로) 목소리부터 이렇게 바꾸어야 한다. (웃음) 하지만 결국 뮬란이 연기하는 남자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여자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으로 다층적인 모습이 되도록 했다. (남자 목소리를 내는 요령이 있나?) 자기가 가진 목소리에서 음높이를 낮추는 것인데그 목소리가 남의 것 같다고 생각하면 남들에게도 어색하게 들린다.원래 내 목소리라고 믿고 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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