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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 최문석 프로듀서 -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영화 만든다
남선우 사진 최성열 2020-10-26

“혹시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지 않을까?” <소리도 없이> 최문석 프로듀서는 시장에서 달걀을 팔던 두 남자가 폐공장에서 시체 처리를 하는 시나리오를 읽고 익숙한 직업인들의 얼굴을 다시 봤다. 선악에 대한 판단 대신 근면 성실하게 맡은 바를 해내는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의 기묘한 행보를 독특한 비주얼로 표현한 각본에 매료된 최문석 프로듀서는 “인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을 벌이기 때문에 이들을 자연스러운 무대 위에 올리고 싶었다”고 한다.

유괴 사건 이후의 주무대인 태인의 집을 오픈 세트로 만들어 특히 욕심을 냈다. 물론 촬영 시점과 예산을 고려하되 스토리가 가진 힘을 살리기 위해서도 애썼다. 계절적 배경을 겨울에서 여름으로 옮겼고, 인물의 전사를 설명하는 신을 과감히 삭제했으며, 끝없는 폭우를 피해 야외 주차장 신을 지하에서 촬영했다. 그는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신인” 홍의정 감독과 함께했기에 영화를 더 멋진 방향으로 다듬을 수 있었고, 미술팀과 조명팀이 특히 고생이 많았다며 공을 돌렸다.

대학생 때까지 수영 선수였던 최문석 프로듀서를 물 밖으로, 영화로 이끈 작품은 바로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 “이 영화 때문에 수영을 관뒀다고 하면 모두들 웃지만 진심이다. 라스트신에서 두 주인공이 테이블 아래로 손을 맞잡을 때 전율을 느꼈다. 내가 만든 영화로 누군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늦기 전에 영화를 해야겠다고 맘먹었다.” 그렇게 찾아간 영화계 종사자 지인이 마침 제작부였다. 일단 와보면 일을 할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도착한 곳이 <국화꽃 향기>현장이었다. 처음엔 촬영장 일대를 통제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길을 찾아 약도 그리는 일이 전부였지만 영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에 있는 게 마냥 좋았다는 그는 “결국 제작부가 제일 잘해야 하는 것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느꼈는데, 졸업 후 수영 강사를 하며 쌓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덕에 금세 현장에 적응했다고.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함이 전해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그는 <소리도 없이> 또한 “내가 남에게 어떤 사람인지, 그래서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남길” 소망한다. “앞으로도 어떤 작품이든 그 씨앗에 담긴 의미를 찾는다면 기꺼이 함께하고 싶다.”

That's it

스마트폰과 보조 배터리

“제작부 막내 시절엔 자 대고 약도 그리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제 시나리오, 콘티, 예산서, 스케줄표 등 영화에 필요한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있다. 마블을 좋아해서 아이언맨 보조 배터리까지 늘 챙겨 다닌다.”

Filmography

2020 <소리도 없이> 프로듀서 2018 <여곡성> 제작총괄 2012 <미쓰GO> 프로덕션 슈퍼바이저 2009 <박쥐> 프로덕션 슈퍼바이저 2008 <마이 뉴 파트너> 제작실장 2008 <사과> 제작부장 2006 <미녀는 괴로워> 제작실장 2003 <오! 브라더스> 제작부장 2003 <국화꽃 향기> 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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