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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 저승 공무원으로 600년째 근무 중

권태와 허기가 묘하게 섞인 얼굴. 인세를 초월한 삶을 살고, 초월하지 못한 욕망을 말할 것 같은 표정의 배우 이동욱이 저승사자에 이어, 이번엔 천년 묵은 구미호가 되었다. 사랑했던 인간이 저승으로 가는 길을 막아섰던 구미호 이연(이동욱)은 금기를 범한 대가로 백두대간을 관장하던 산신의 지위를 잃고 저승 공무원으로 600년째 근무 중이다. 연인의 환생을 기다리면서. 설화 속 기묘한 동물과 오랫동안 이어져온 미신을 현대의 도시 괴담과 접목한 판타지 드라마. tvN <구미호뎐>의 세계에선 우렁각시가 도심에 한식당을 열고, 삼도천도 현대화되어 ‘내세 출입국 관리사무소’로 운영된다. 이연 역시 문명을 한껏 누리는 신식 구미호로 살아가지만, 은혜나 원한을 반드시 대갚음한다는 전설 속 여우의 속성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지고지순한 구미호의 사랑도 일부일처제인 여우의 습성을 따른다.

이미 결정된 운명. 환생한 연인 역할도 수동적인 대상에 머무르기 쉬운데 로맨스 안팎으로 굳건하게 개성을 지키는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건을 파고드는 도시 괴담 프로그램의 PD 남지아(조보아)는 통찰력과 결정력에서 비롯한 승부사 기질이 허물어지지 않는 인물이다. 똑똑하던 여자주인공의 판단이 흐려져야 진행되는 사건과 위기가 지리멸렬하던 차, 정보를 종합해 제대로 수 싸움을 하는 또렷한 눈동자에 속이 후련하다.

<구미호뎐>이 예정된 로맨스로 출발한다면, 한우리 작가의 전작 OCN <작은 신의 아이들>은 IQ167 형사 천재인(강지환)과 신기가 있는 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장 김단(김옥빈) 사이의 감정을 경찰 선후배 정도의 농도로 유지하고 신뢰로 관계를 두텁게 하는 드라마였다. 다만, 뭐든 설명하길 좋아하는 선배 천재인에게 김단이 주로 묻고, 그의 말을 반복하는 패턴의 대화가 많아서 정반대 타입의 능력을 가진 두 주인공이 좀더 팽팽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때의 갈증이 구미호와 PD의 조합으로 풀릴 줄이야.

VIEWPOINT

귀신 대처법

<구미호뎐>과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다루는 소재는 토속신앙과 민간의 금기에 관한 것이 많다. 장례식장에 갈 때 부정한 기운이 접하지 못하게 주머니에 팥알을 담아 가거나, 집에 돌아올 때 슈퍼를 몇 군데 돌면서 물건을 사고 잡귀를 털고 들어간다는 것이 대표적. 귀신은 사람을 거꾸로 따라 해서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책을 거꾸로 들고 읽는단다. 정월 열엿새날은 귀신날이라고 해서 치마꼬리에 귀신이 붙어올까 외출을 삼가고 일도 쉬었다. 신발도 집안으로 감춰두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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