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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쿠릴렌코, 유연석 주연의 프랑스영화 '고요한 아침' 서울 촬영 현장을 가다
배동미 사진 오계옥 2020-10-28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악시옹!

배우 올가 쿠릴렌코(가운데)가 드니 데르쿠르 감독(오른쪽), 촬영감독 악셀 콘스프로이(왼쪽)와 숏 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에코 에코 에코, 악시옹!” 불어로 영화 촬영을 알리는 현장. 서울 도심 한복판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프랑스영화 <고요한 아침>이 촬영 중이다. 10월 6일 오후 9회차 촬영이 한창 이어지는 현장을 찾았는데, 주연배우인 올가 쿠릴렌코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아역배우와 불어로 연기 중이었다. 그가 맡은 법의학자 알리스는 의학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시체에 대한 법의학적 조언을 구하려고 무작정 그를 찾아온 형사 진호(유연석)를 만나고, 진호가 담당하는 살인 사건 수사에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이날 촬영분은 호텔로 돌아온 알리스가 소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인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깨닫는 장면으로,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신이었다. <고요한 아침>촬영 현장을 전하며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0월 4일, 올가 쿠릴렌코와 나눈 인터뷰도 덧붙인다.

영화 <고요한 아침>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해온 프랑스 배우 올가 쿠릴렌코와 한국 배우 유연석이 출연하지만, 100% 프랑스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프랑스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영화 <페이지 터너>와 <투모로 앳 돈>으로 2006년과 2009년에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바 있는 프랑스인 감독이다. 그는 연출작 대부분의 각본까지 집필해왔는데, <고요한 아침> 또한 공동으로 각본을 썼다. 한국 촬영이 결정되면서 한국 스탭과의 협업을 위해 불어 대본은 한국어로 번역되었고, 이후 모국어 대신 영어로 대화하는 알리스와 진호 캐릭터를 위해 영어 대사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쳤다. 컷 소리가 나면 스탭들이 불어, 한국어, 영어로 소통하는 것처럼, <고요한 아침>의 대본 또한 여러 언어가 뒤섞여있다. 이번 촬영을 위해 올가 쿠릴렌코를 포함해 9명의 프랑스 스탭이 한국에 입국했다.

슛 들어가기 직전. 촬영감독과 올가 쿠릴렌코, 아역배우 모두 준비 중이다.

<고요한 아침>은 <007 퀀텀 오브 솔라스>와 <오블리비언>에서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 톰 크루즈와 호흡을 맞췄던 올가 쿠릴렌코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가 연기하는 알리스는 유연석이 연기하는 진호와 함께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다. <고요한 아침>은 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며 범죄로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실은 로맨스영화다. 프랑스 여성 알리스와 한국인 남성 진호는 서로 다른 언어로 사고하고 제3의 언어인 영어로 소통하지만, 살인 현장에서 머리를 맞대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배우 유연석은 두 캐릭터 사이의 호흡을 위해 입국 후 2주 격리가 끝난 올가 쿠릴렌코를 출연 중인 뮤지컬 <베르테르>에 초대했다. 두 배우 사이의 호흡이 잘 맞았던 모양인지, 8회차 밤 데이트 장면에서는 드니 데르쿠르 감독 모르게 두 사람끼리 애드리브를 약속했고, “잘자요”라는 대사를 불어와 한국어로 주고받았다.

올가 쿠릴렌코는 감독, 촬영감독과 신 구성에 대해 논의할 때도 유쾌하고 수다스러운 모습이었다. 매번 이렇게 분위기가 밝은지 물었더니 현장 스탭은 “프랑스 영화인들은 촬영 전에 유쾌하게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고 귀띔해줬다. 그러나 “악시옹” 소리만 나면 올가 쿠릴렌코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함께 출연하는 아역배우는 과거 알리스가 의사로 일할 때, 의료 사고로 살리지 못한 아이로, 유령이 되어 알리스 앞에 계속 나타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스탭들에게 ‘꼬마유령’이라 불리는 아역배우는 현장을 밝게 뛰어다니다가도 감독의 슛 소리에 높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이날 촬영은 호텔로 돌아온 알리스가 꼬마유령과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 감정 연기가 두드러졌지만, 스크린으로 그의 액션 연기도 조금 엿볼 수 있다고 한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라스>와 <오블리비언>에서 긴 팔다리를 이용해 액션 연기를 펼쳤던 올가 쿠릴렌코 아닌가. <고요한 아침>에서는 훈련된 싸움 기술이 없는 법의학자를 연기하다보니 큰 규모의 액션 신은 없지만, 그래도 약간의 액션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알리스(올가 쿠릴렌코)가 침대에 누워 꼬마유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올가 쿠릴렌코는 16살 때 프랑스로 건너가 모델로 활동했고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하며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한동안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 많이 출연했던 그는 요즘 유럽 영화계로 돌아와 연기파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9월 12일 <고요한 아침> 촬영차 한국에 입국한 올가 쿠릴렌코는 올해만 벌써 5번째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당국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2주간 격리를 마쳤다.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그는 시장 음식을 먹고, 인스타그램 계정에 인증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 5살이 된 아들이 있지만, <고요한 아침>으로 한국에 머무르는 탓에 프랑스에 있는 아들의 생일 역시 SNS로만 축하해야 했다.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올가 쿠릴렌코는 SNS를 통해 확진 사실을 알리며 팬들과 소통했다. 요즘은 SNS에 한국영화 촬영 소식을 알리며 현장과 배우 유연석과의 셀피를 실시간으로 올리고 있다.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 때문에 회복한 이후로도 촬영 현장을 옮길 때마다 코로나19 검사와 격리를 반복해온 그는 “올해는 어딜 가나 모든 게 코로나19다. 올해는 정말 기묘한 해다”라고 이야기했다.

호텔로 돌아온 알리스가 화장실에서 씻고 방으로 돌아오자 그를 따라다니는 꼬마유령이 의자에 앉아 있다. 알리스가 꼬마유령에게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해야 하니 비켜달라고 말한다.

<고요한 아침>은 총 20회차 촬영이 예정돼 있으며, 올가 쿠릴렌코는 촬영을 마치고 10월 21일 출국한다. <고요한 아침>은 10월 말까지 촬영을 마치고 내년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에 들어간다. 프랑스에서 일차적으로 개봉한 뒤, 한국 개봉은 수입사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배우 유연석 이외에도 예지원, 성지루 등이 출연하는데,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간간이 볼 수 있었던 예지원의 불어 실력을 제대로 엿볼 수 있다. 예지원은 알리스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마중을 나오는 동시통역사 미숙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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