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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4발가락
2002-05-14

시사실/ 4발가락

■ Story

아우디(허준호), 르까프(이창훈), 각그랜져(박준규), 해태(이원종)는 광주 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주먹계 친구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사이다. 공부를 잘했던 르까프는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입성하고, 나머지 세 친구도 힘든 밑바닥 조폭 생활을 이겨내고 차츰 세력을 넓혀간다. 똘똘 뭉친 ‘4발가락’ 친구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중간급 보스로 성장해나간다. 어느 날 4발가락은 서울의 중간급 보스들이 모두 참석한 홍두깨(정성모) 주최 모임에서 강남 요지 호텔 건립에 따른 반대세력 제거를 위한 모의를 하는데, 4발가락과 그들의 라이벌인 역4인방은 금도끼와 은도끼의 전설에 얽혀들어가면서 심각하게 대립하게 된다.

■ Review 발가락이 4개뿐인 조폭 4인방이 펼치는 코믹갱스터영화 은 <친구> <두사부일체>로 이어지는 요즘 조폭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하얏트(HAYTT) 호텔을 ‘해태’라고 당당하게 읽는 조폭의 ‘무식한’ 행태가 자아내는 웃음은 <두사부일체>에서 “다음 카페? 거기가 누구 나와바리야?”라고 외치는 조폭 코미디의 후예임을 선언한다. 또, 신문을 보다가 “으메, 이게 뭔 개소리랴! 미국과 중국이 합친다는디?” 곧장 카메라가 신문을 비추면 제목은 ‘미 합중국…’이다. 이런 식의 황당함이 빚는 웃음에, “으메, 뒷골이 팍! 땡겨불드라고. 그동안 그 자슥 겁대가리 없이 커번졌구마” 하는 막강한 전라도 사투리로 갖은 양념을 했다.

의 장점은, 개성적인 배우들의 무더기 출연이다. 허준호의 카리스마는 여전하고, TV드라마에서 보여준 자상한 남자 이미지를 벗은 이창훈의 액션 연기도 그럴 듯하다. <자카르타> <두사부일체> 등에 출연했던 박준규,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등에서 주로 무지막지한 역으로 인상깊은 이원종 등 주연배우들의 진용만도 풍성하다. 여기에 영화 전체의 내레이터 역할을 하는 바텐더 역으로 정은표가, 넋놓고 4발가락의 무용담을 경청하는 웨이터로는 배우 겸 뮤지션 고구마가 얼굴을 보인다. 또, 학식과 덕망을 갖춘 전설의 카리스마 박카스 역으로 <지독한 사랑>의 김갑수, 4발가락의 보스인 홍두깨 역으로 TV드라마 <모래시계>의 정성모, 야비한 킬러인 에프킬러 역으로는 안석환이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호화로운 연기파 배우들의 화학작용은 그리 잘 이뤄지지 않는다. 특정지역 사투리와 말장난은 지난해 조폭코미디들이 충분히 써먹은 방식이라 별로 신선한 게 없고, 강호의 의리를 지키는 4발가락들의 액션은 비장미가 부족하다. <돈을 갖고 튀어라> <똑바로 살아라> 등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 계윤식 감독의 데뷔작. 위정훈 osc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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