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해외통신원
[베를린] 좌파 청년 그룹 조명한 율리아 폰 하인츠 감독의 '내일은 세상'

악에 대항하는 폭력은 정당한가?

<내일은 세상>

유럽의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따른 조처로 독일 영화관이 11월 한달간 문을 닫았다. 그런데 영화관 봉쇄 바로 며칠 전까지 화제를 모은 작품이 있다. 1976년생 독일 중견감독 율리아 폰 하인츠의 <내일은 세상>(And Tomorrow the Entire World, 원제인 ‘Und morgen die ganze Welt’는 나치 노래 가사 중 한 소절이다.-편집자)이다. 봉쇄 며칠 전 개봉된 이 영화는 지난 9월 중순에 열린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고, 주인공 루이자 역의 배우 말라 엠데가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독일 후보작에도 올랐다.

영화는 최근 난민 문제에 따른 극우 세력의 득세로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익숙한 소재를 배경으로 삼는다. 그중 특정 그룹인 좌파 청년 그룹의 단면을 조명한다. 감독은 극우세력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좌파 청년들에게 카메라를 집중한다. 이 좌파 청년들은 ‘안티파’라는 이름을 내걸고 인종주의와 약자를 배제하고 공격하는 파시즘에 저항한다. 이들은 극우 반대 시위를 조직하고 네오나치, 극우 활동가들과 대치한다. 주인공 루이자는 자유주의 성향에, 시골 귀족 출신의 부유한 부모를 둔 법학과 새내기다. 그는 고등학교 단짝 친구를 따라 안티파 동아리에 들어간다. 이 동아리는 극우 세력에 어떻게 대항할지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고, 현수막을 만들고, 복싱으로 체력 단련 하는 생활공동체다.

영화는 이들의 일상을 통해 진지한 패기와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영화는 시위 현장에서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청년 집단의 활동 면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다가 문득 화두를 던진다. 악에 대항하는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안티파 활동가 대부분이 비폭력주의자이지만 극우 세력의 폭력에 맞서 폭력으로 응징하고자 하는 소수파에 루이자도 합류한다. 이와 함께 루이자의 갈등과 고민은 영화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그 와중에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1990년대 극좌 정치범으로 감옥에 다녀온 디트마라는 50대 중년 남자다. 이제는 외로이 혼자 살며 쫓기는 후배를 돌봐주기도 한다. 조직에서 빠져나온 디트마의 과거 회상 이야기는 번민하는 루이자에게 큰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율리아 폰 하인츠 감독의 자전적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실제로 폰 하인츠 감독은 귀족 출신에 한 학기 동안 법학과를 다녔고, 15살 때부터 수년간 안티파에서 활동했다. 그 경험을 녹여 영화에 담았다. 화제의 영화답게 언론의 다양한 찬사를 받았다. 독일 공영방송 <체데에프>(ZDF)의 뉴스 <호이테조날>에서는 “관객을 사로잡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시의성이 짙지만 신선하고 젊은 영화다. 특히 주연을 맡은 말라 엠데는 관객을 설득하는 방법을 안다”라고 극찬했다. 유력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첫 장면부터 파고드는 느낌을 전달한다”라고 평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