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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③] 서로의 필요에 의한 동거, '임시가정'을 아시나요
김성훈 2020-11-25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감독상 수상한 '늦바람'의 천린펑, 리위엔시 감독

천린펑 감독

리위안시 감독

<늦바람>은 임시 가정이라는 중국의 사회문제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일을 하기 위해 가족을 고향에 둔 채 타지로 온 두 남녀가 임시로 가정을 꾸려 살아가는 모습은 애틋하면서도 긴장감을 자아낸다. 인물에 집중하는 촬영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감독상을 수상한 천린펑, 리위안시 감독은 “요즘 둘이서 단편 영화를 찍고 있는데 솔직히 영화를 잘 찍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큰 상을 주신 건 응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자 홍메이와 남자 량저우, 일을 하기 위해 가족을 고향에 둔 채 타지로 온 두 남녀가 임시로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구상했나.

천린펑 ‘임시 가정’과 관련된 뉴스를 본 적 있다. 카메라맨이 생동감 있게 찍은 사진들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좋은 영화 소재라는 생각이 들어 그것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조사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타지에 온 남녀가 함께 살아가게 되는 과정과 원인에 대해 고민하면서 출발했다.

-임시로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천린펑 생계를 위해 혼자 낯선 도시에서, 일터와 집 사이를 오가며 살다보면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생리적, 심리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짝이 되어 살아가고, 그러면서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게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리위안시 처음 소재를 결정할 때 이런 계약식 생활 방식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들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런 가족 형태에 적응하고 받아들였는지, 고향에 있는 가족과의 관계는 또 어떻게 이해하는지 궁금해졌다. 그중에서 영화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중국이 개혁·개방된 뒤로 많은 농촌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나면서 이런 생활 방식을 꾸리는 건 흔한 일이라고 한다.

-영화의 배경인 해안 도시는 어디인가.

천린펑 칭다오다. 중국의 북쪽 지역에서 가장 큰 해안 도시이고, 최근 칭다오에 일하러 오는 쓰촨 지방 사람들이 꽤 많았다. 로케이션 담당이 100년이 넘는 병영식 건물을 소개해주었는데 마침 정부가 매입해 수리할 예정이었고, 시나리오에서 구상한 공간과도 잘 맞아 촬영 장소로 정했다.

-영화의 초반부는 두 주인공이 각자 열심히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천린펑 둘의 생활과 일을 정확하게 전달해 관객이 둘을 부부로 착각하면서도 사소한 부분에서는 또 부부가 아닌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홍메이의 진짜 남편인 왕웨이가 등장하면서 관객이 둘의 관계에 대해 깨닫게 되고, 둘의 관계에서 왕웨이가 침입자가 된 느낌이 들도록 연출했다.

리위안시 사실 두 사람을 다른 임시 가정 부부들과 다르게 묘사하고 싶었다. 계약인지 사랑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헷갈린 감정을 품고 몇년을 함께 살면서 상대방의 따뜻함에 익숙해졌지만, 왕웨이가 두 사람 앞에 등장하면서 어쩔 수 없이 헤어진 뒤에야 상대에 대한 감정을 정확하게 깨닫게 된다. 이같은 감정은 타향살이를 하는 그들을 더욱 곤란하게 한다. 그들이 가진 감정을 단정짓기도 어렵고. 커플이나 부부도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면 어떤 감정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미묘해지니까.

-두 사람이 영화를 공동으로 연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현장에서 역할을 어떻게 분담했나.

천린펑 베이징전영학원 감독과 동기다. 시나리오를 함께 작업했다. 리위안시 감독이 캐스팅과 연기 등을, 나는 영화의 전체적인 스타일과 제작에 관련된 일을 맡았다.

-영향을 받은 감독이 누군지 궁금하다.

천린펑 독특한 표현 방식과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영화를 좋아한다. 페데리코 펠리니,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허우샤오시엔, 러우예 등 많은 감독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리위안시 네오리얼리즘을 좋아한다. 페데리코 펠리니, 구로사와 아키라, 에미르 쿠스투리차,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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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천린펑. 사진제공 리위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