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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몬스터' 자기 안의 짐승에게 서서히 먹혀가는 남자의 이야기
송경원 2020-12-01

누구나 자기 안에 짐승 한 마리를 키운다. 두 마리 늑대에 관한 인디언 속담이 있다. 한 마리의 이름은 화, 질투, 거짓말, 열등감, 죄책감이며 다른 한 마리의 이름은 진실, 겸손, 연민, 희망 등으로 불린다. 내면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는 두 늑대 중 누가 이기는가. 아이의 질문에 현명한 노인은 답한다. 네가 먹이를 주는 쪽.

<럭키 몬스터>는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 던져진 남자가 자기 안의 짐승에게 서서히 먹혀가는 이야기다. 다단계 판매직으로 일하는 도맹수(김도윤)는 또 다른 자아 럭키 몬스터(박성준)의 환청에 시달린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등 벼랑 끝에 선 맹수는 유일하게 집착하던 아내 리아(장진희)를 지키기 위해 위장이혼을 감행한다. 얼마 뒤 로또 1등에 당첨된 맹수는 다시 아내를 찾으려 하지만 그녀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토록 바라던 돈이 손에 들어왔지만 맹수의 환청과 불안은 점점 심해져만 간다.

<럭키 몬스터>는 매끈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구조 안에서 열등감과 피해의식으로 뒤틀린 남자의 내면을 파괴적으로 그려나간다. 하드보일드 누아르의 정서와 블랙코미디의 유머 등 여러 장르 요소를 매끈하게 활용하는 솜씨는 제법 유려하다. 복합적인 요소들은 잘 갖춰져 있지만 다소 낡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무엇보다 그 총합이 온전히 장르적 쾌감으로 작동하는지는 미지수다. 망가져가는 인물의 내면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색이 진한 영화. 데뷔작임에도 거침없고 야심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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