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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 제이슨 블룸, 배우 캐서린 뉴턴이 말하는 '프리키 데스데이'
배동미 2020-11-30

금발, 여성, 10대, 연쇄살인마의 클리셰를 뒤집다

새로운 쾌감과 웃음이다. 호러영화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 <프리키 데스데이>는 기존 공포영화의 공식대로라면 가장 먼저 목숨을 잃었을 금발 여성에게 폭발하는 살인 본능을 부여해 관객의 고정관념을 깨는 코믹 호러영화다. 너드 여고생 밀리(캐서린 뉴턴)는 어느 날 거구의 연쇄살인마(빈스 본)와 몸이 뒤바뀐다. 공포영화로서 고등학생 연쇄살인마가 창의적이고 기괴한 방식으로 살인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보디 체인지란 코미디 공식을 이용해 웃음을 유발한다. 바뀐 몸에 적응하려는 빈스 본과 캐서린 뉴턴의 초반 연기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2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프리키 데스데이>의 국내 개봉을 맞아, 제작자인 제이슨 블룸 블룸하우스 대표와 고등학생의 몸에 깃든 연쇄살인마를 연기한 주연배우 캐서린 뉴턴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12일의 수요일 밤, 금발의 고등학생 소녀 밀리는 익명의 연쇄살인마에게 붙잡혀 살해당할 뻔했으나 죽지 않고 몸만 바뀌는 경험을 한다. 밀리와 보디 체인지한 연쇄살인마는 며칠 전, 10대 네명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살해한 인물. 눈 깜짝할 사이에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연쇄살인마는 10대 금발 소녀 밀리와 예기치 않게 몸이 뒤바뀌며 다음날 밀리의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마침 이날은 13일의 금요일로 밀리의 학교에서 프롬파티가 열리는 날이다. 밀리의 몸을 소유한 살인마는 원피스 대신 붉은 가죽 재킷과 청바지로 갈아입은 뒤 학교로 향하고, 온갖 기괴한 방식으로 살인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에게는 학교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범행 도구인데, 목공 수업 시간에 쓰는 전기톱이나 미식축구 부원들이 회복을 위해 쓰는 크라이오체임버(극저온용기) 등은 그의 살인 행각에 이용된다.

여고생과 연쇄살인마를 동시에 연기한 캐서린 뉴턴은 <프리키 데스데이>이전에도 한 차례 제이슨 블룸 대표와 협업한 바 있다. 캐서린 뉴턴은 블룸하우스의 제작 철학인 ‘저예산’, ‘감독의 창의성 존중’을 정립시킨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파라노말 액티비티4>)에서 주인공 알렉스를 연기했다. 그를 다시 공포영화의 세계로 이끈 건 무엇보다 <프리키 데스데이>의 보디 체인지란 설정이었다. 뉴턴은 “서로 완전히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흥분됐다. 살인마로 변신하는 연기를 꼭 해보고 싶었다”라고 전한다.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몸이 바뀐 뒤 가장 먼저 그가 표현해내야 하는 몸연기는 190cm가 넘는 남성배우 빈스 본의 걸음걸이였는데, 신장이 165cm인 뉴턴으로서는 쉽지 않았다.

캐서린 뉴턴은 빈스 본이 출연한 영화를 빠짐없이 챙겨 보고, 행동의 특징을 파악하는 노력을 기했다. 캐서린 뉴턴은 살인마의 영혼이 씌인 밀리를 표현하기 위해 의상에 있어서도 아이디어를 보탰다. “처음 각본에는 살인마가 원피스와 하이힐을 착용한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과 함께 살인마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살인마가 좀더 효율적인 의상을 선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제안으로 머리를 높이 묶은 채 청바지를 입고 부츠를 신은 살인마가 탄생했다. 살인마 밀리의 의상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은 빨간색 가죽 재킷. “검은 가죽 재킷 1천여벌을 피팅해봤는데, 어느 날 의상 디자이너가 빨간 가죽 재킷을 가져왔다. 이게 정답이구나 싶었다.” 빨간 가죽 재킷을 걸치는 순간, 그의 전작 <쓰리 빌보드>(감독 마틴 맥도나)에서 살해당한 안젤라(캐서린 뉴턴)가 입던 검은색 가죽 재킷과 대비를 이루며, 폭주하는 살인마의 면모가 더욱 도드라졌다. 빨간 재킷과 어울리는 빨간 립스틱 역시 캐서린 뉴턴이 마지막으로 더한 포인트였다.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의 변함없는 제작 공식

13일의 금요일, 프롬파티에 들이닥치는 여고생 살인마의 이야기를 구상한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은 연출은 물론 각본까지 모두 맡았다. 함께 각본을 쓴 마이클 케네디는 애니메이션 <패밀리 가이>로 유명한 작가로, <프리키 데스데이>는 그의 첫 실사영화다. 제이슨 블룸 대표는 “마이클 케네디가 <해피 데스데이>(감독 크리스토퍼 랜던)에서 얻은 영감에 신선한 관점을 더해 스토리를 떠올렸고,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과 함께 살을 붙여 완성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케네디는 금발의 여주인공이 살인마와 싸우며 강해지는 이야기를 그린 <해피 데스데이>에 보디 체인지란 설정을 더해, 공포 장르에서 첫 피해자로 소환되던 금발 여성을 살인마로 변신시킨다. 그 과정에서 밀리의 상냥한 말씨와 웃음은 사라지고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도 뒤집히게 된다. 공포영화에 인종 문제를 섞은 <겟 아웃>과 <어스>를 제작한 블룸하우스 영화다운 설정이다. 제이슨 블룸 대표는 “밀리 캐릭터라든가 밀리의 친구 조쉬(미샤 오셰로비치), 닐라(셀레스트 오코너)는 기존과 다른 색다른 캐릭터들이다. 그런 식으로 <프리키 데스데이>가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뒤집는 점이 좋다”라고 말했다. 살인자를 피해 도망치는 조쉬가 닐라에게 “너는 흑인이고 나는 게이잖아. 우린 죽은 목숨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그의 설명처럼 기존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저예산으로 만들되 감독의 창의성을 존중한다’는 블룸하우스의 공식은 <프리키 데스데이>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600만달러(약 66억원)를 들여 제작한 <프리키 데스데이>는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2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전세계적으로 960만달러(약 106억원)를 벌어들였다. 미국에 코로나19가 막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후반작업을 끝내야 했던 <프리키 데스데이>는 원격으로 후반작업을 마쳤고 개봉 또한 기민하게 준비해야 했다. 제이슨 블룸 대표는 “극장 개봉이 가능한 세계 시장을 열심히 알아봐준 파트너 유니버설이 있어 정말 다행스럽다”며 안도의 말을 덧붙였다.

<프리키 데스데이>는 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는 한국 등에서는 극장 개봉하고, 상황이 나쁜 국가에서는 PVOD(프리미엄 VOD) 서비스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이슨 블룸 대표에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블룸하우스의 명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저예산 기조는 변함이 없는지 물었다. 되돌아온 답은 간명했다. “우리는 저예산영화 전략에서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작품의 규모를 작게 유지해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안전에 신경 쓰면서 촬영과 작업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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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