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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②] 전국예술영화관협회가 주최하는 ‘세이브 아워 시네마 프로젝트: 우리 영화의 얼굴’ 기획전
남선우 2020-12-01

극장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이 시기를 이겨낸다

11월부터 12월 첫쨋주까지, 전국 15개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세이브 아워 시네마 프로젝트: 우리 영화의 얼굴’ 기획전을 진행한다. 한국독립예술영화 생태계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지난 2017년 설립된 전국예술영화관협회가 주최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후원하는 이 기획전은 “팬데믹의 장기화로 극장의 존재 의미가 의심받고, 영화산업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현실로부터 출발했다.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지금이지만, “협력에 기반한 영화의 본성을 찾아 그 속에 쌓인 수많은 이야기에 주목하고 유의미한 담론을 펼쳐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국예술영화관협회 소속 15개 극장(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광주극장, 대전아트시네마, 더숲아트시네마, 동성아트홀, 서울아트시네마, 씨네아트리좀, 아트나인, 아트하우스 모모, 안동중앙아트시네마, 에무시네마,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필름포럼, 헤이리시네마, KU시네마테크)은 11월부터 세개의 주제 아래 다양한 독립예술영화를 선정, 상영 후 GV를 진행했다.

세 테마는 독립예술영화계 창작자들을 돌아보기 위한 ‘우리들의 필모그래피’, 동시대를 관통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조명하는 ‘우리들의 다큐멘터리스트’, 해외 독립예술영화 수입과 배급의 가치를 되새기는 ‘우리들의 영화사’로 구성되며, 각 극장은 취지에 맞는 그들 각자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11월부터 시작된 15개 극장 연합의 기획전이 절반 정도 지나간 지금. 마찬가지로 절반에 가까운 7개 극장(광주극장, 서울아트시네마, 아트나인, 아트하우스 모모,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필름포럼, KU시네마테크)은 11월 넷쨋주에 ‘우리 영화의 얼굴’전을 마무리했다. 아트나인은 12월 10일 <조제> 개봉을 앞둔 김종관 감독의 감독전을 펼쳤다.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와 함께 지난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이후 처음으로 김종관 감독의 <아무도 없는 곳>을 공개해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해냈다. 코로나19로 운영을 잠정 중단했던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재개관과 함께 기획전을 진행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관객과의 호흡을 택했다. ‘우리 영화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한해의 마지막 달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기획전을 이어갈 여덟 극장(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대전아트시네마, 더숲아트시네마, 동성아트홀, 씨네아트리좀, 안동중앙아트시네마, 에무시네마, 헤이리시네마)의 상영작을 소개한다. 상영 및 GV 일정에 관련한 세부 사항은 각 영화관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홈페이지는 물론 독립예술영화 통합예매서비스 ‘인디앤아트시네마’에서도 예매할 수 있다.

#로컬, 동시대 독립영화

대전아트시네마 로컬영화의 작은 파도, 씨네소파 / 12월 2일까지 더숲아트시네마 Into The Local / 12월 4일까지 에무시네마 우리들의 필모그래피: 동시대 / 11월 29일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개통으로 주목받은 부산 영도다리 주변 사람들이 마주한 변화와 변하지 않는 생명력을 담은 김영조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시작으로 6년째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두고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이들이 있다. 독립영화 신의 작은 파도를 일으키겠다는 소박하고도 소중한 포부로 영화와 관객의 만남을 주선하는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가 그들이다. 대전아트시네마는 씨네소파를 로컬영화의 작은 파도로 지목해 이들의 배급작 <기억할 만한 지나침> <마담 B> <에듀케이션> <요요현상>을 상영한다. 이중 <에듀케이션>과 <기억할 만한 지나침>은 GV를 진행한다.

<요요현상>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공개된 바 있는 미개봉작 <요요현상>은 요요를 사랑한 다섯 친구가 택한 각기 다른 무대를 따라가는 독특한 소재의 다큐멘터리다. 더숲아트시네마는 지역색이 두드러진 로컬영화들을 큐레이션했다.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은 재개발을 앞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부산 영도를, <춘천, 춘천>은 강원도 춘천을, <눈꺼풀>은 오멸 감독이 구상한 가상의 공간 미륵도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에무시네마는 ‘우리들의 필모그래피’라는 제목 아래 ‘동시대’를 호출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장편경쟁 대상 수상작 <갈매기>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등의 영화가 상영된다.

#다큐멘터리

씨네아트리좀 저널리즘다큐 그리고 디케 / 11월 30일까지 에무시네마 우리들의 다큐멘터리스트: 강유가람, 이길보라 / 11월 29일까지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어떤 사랑은 증명을 통해서만 구체화되고 힘을 얻는다. 내가 소수자의 삶, 환경 문제 같은 세상 이슈에 관심이 있을 때 그게 내 마음속에만 있으면 안된다. 다큐멘터리를 보든 텀블러를 쓰든 구체적인 행동으로 증명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큐하는 사람들은 그걸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증명한다.” 지난 9월,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전하는 10인의 인터뷰집 <다큐하는 마음>을 출간한 양희 작가는 다큐멘터리스트들의 진심을 위와 같이 요약했다. 씨네아트리좀과 에무시네마는 각각 저널리즘의 기능을 수행해낸 국내외 다큐멘터리 작품들, 최근 활약 중인 한국 여성 다큐멘터리스트들에 주목해 그 속내를 재탐색한다.

<기억의 전쟁>

씨네아트리좀은 ‘2020 창원민주영화제’라는 이름으로 <7년-그들이 없는 언론> <광주비디오: 사라진 시간> <그날, 바다> <삽질> <서산개척단> <유령선> <자백> <다음 침공은 어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를 틀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 <더 포스트> <세인트 주디>도 같이 선보여 장르를 뛰어넘어 유효한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재확인한다. 에무시네마는 한때 여성운동에 헌신했던 3040 페미니스트들의 현재를 따라간 강유가람 감독의 <우리는 매일매일>, 베트남전쟁을 둘러싼 삶과 죽음의 엇갈린 기억을 재조립한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을 준비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여성 다큐멘터리스트들을 한데 모았다.

#수입예술영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존 카사베츠의 얼굴들 / 11월 30일까지 대전아트시네마 영화의 큰 물결, 아녜스 바르다 / 12월 2일까지 안동중앙아트시네마 명장, 장예모 감독 4선 / 11월 29일까지 에무시네마 크리스티안 펫졸드와 M&M인터내셔널 / 11월 29일까지

<영향 아래의 여자>

‘1인치의 장벽’을 넘나들며 오직 영화적 언어로 소통하게 만드는 해외 예술영화들과의 조우는 수입·배급사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대전아트시네마, 안동중앙아트시네마는 각각 한명의 외국감독을 선정해 관객에게 그들의 영화적 언어, 그 세계의 깊이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우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1960년대 미국 인디영화의 아이콘인 배우 겸 감독 존 카사베츠의 연출작 5편(<그림자들> <얼굴들> <오프닝 나이트> <영향 아래의 여자>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을 준비했다. 회차마다 선착순 5명의 관객에게 ‘DIRECTED BY John Cassavetes’라 적힌 스틸 배지를 증정하며, 해당 굿즈는 극장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운디네>

대전아트시네마는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낭트의 자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을 상영하며 지난해 3월 타계한 누벨바그의 대표주자 아녜스 바르다 감독을 추억한다. 안동중앙아트시네마는 최근 제작에 참여한 <나와 나의 고향>의 중국 내 흥행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장이머우감독의 대표작 4편(<귀주 이야기> <붉은 수수밭> <인생> <홍등>)을 다시본다. 한편 에무시네마는 독일로 간다. 앞서 <바바라> <피닉스>로 독일 역사의 조각들을 활용한 발상과 전개를 보여준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독특한 연작 <트랜짓>과 <운디네>를 상영한다. 12월 중 개봉을 앞둔 <운디네>는 지난 3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높은 평점으로 호평받았다. <트랜짓> <운디네>를 수입한 M&M인터내셔널의 또 다른 수입작인 토마스 슈투버 감독의 <인 디 아일>도 상영한다.

#치유와 여행

동성아트홀 영화로운 계절&우리들의 소설 / 11월 30일까지 헤이리시네마 뜻밖의 여정 / 12월 4일까지 안동중앙아트시네마 팬데믹을 넘어, 치유와 힐링 4선 / 11월 29일까지

<타샤 튜더>

세개의 공통 주제 밖에서 각자의 감성과 메시지로 기획전을 꾸린 극장들도 있다. 동성아트홀은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 보다 따뜻해지는 순간을 좇은 영화들을 상영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소공녀> <철원기행> 등의 작품이 다가올 계절을 기대하게 한다. 헤이리시네마는 ‘뜻밖의 여정’이라는 이름을 단 특별전에서 <분장> <초미의 관심사> <커피 느와르: 블랙 브라운>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뱅크시> <카잔자키스> <타샤 튜더> <퐁네프의 연인들> <홀리모터스>를 상영한다. 연극, 문학, 미술, 음악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뜻밖의 순간들을 만나고 스스로의 여정을 확장해나가는지 따라가는 영화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밥정>

안동중앙아트시네마는 얼굴을 가리고 사이를 띄워야 했던 코로나19의 일상에 위로를 건네는 4편의 한국영화를 모았다. <물숨>과 <칠곡 가시나들>은 인생이 저물어가는 길목에서 찬란한 순간을 길어올린 할머니들의 시간을 담았다. 올해 개봉한 박해령 감독·임지호 셰프의 <밥정>, 신수원 감독의 <젊은이의 양지> 또한 각자의 방법으로 당신의 어깨를 토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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