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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자가격리 소재로 한 코믹 스릴러 '커넥티드'

뼛속까지 비대면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또 호된 매질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0월 30일부터 두 번째 전 국민 자가격리가 실시되면서 6천여개 극장이 다시 한번 셔터를 내렸다. 한번 맞아본 매라 익숙해져 덜 아플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6월 23일 재개관 후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오며 정상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었고, 모든 성인의 대축일 휴가였던 10월 셋쨋주에는 몇몇 대도시에 내려진 야간 통행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주 대비 극장을 찾은 관객이 78%나 증가하면서 영화계 종사자들이 그야말로 안도의 한숨을 돌렸던 터라 쓰라림은 더 클 수밖에 없다.

12월 초 현재, 마크롱 정부는 12월 중순에 일일 확진자 수가 5천명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12월 15일 재개관을 허용한 상황이다. 프라임타임(오후 7~9시) 티켓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야간 통행금지 단속 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도 따로 발표했다. 극장주들은 매 맞고 우는 아이를 달래며 주는 작은 사탕이 그저 고맙기만 할 뿐이다.

로뮤알드 불랑제 감독은 이런 초유의 상황을 역으로 이용, 비대면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코믹 스릴러 <커넥티드>를 11월 19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독점 공개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는 중년의 친구들이 비대면 술자리에서 오래된 우정을 과시하며 시시콜콜 농담을 주고받는(격리 기간을 지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겪어 봤을 법한) 클리셰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던 중 한 친구의 집에 복면을 쓴 괴한이 총을 들고 침입해 집주인을 실시간으로 구타, 감금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침입자는 집주인을 볼모로 잡고 나머지 친구들에게 각자의 비밀을 털어놓으라 협박하고, 그때부터 탄탄해 보이던 주인공들의 우정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배우들이 각자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한대로 촬영했다는 점은 호러영화 <언프렌디드: 친구 삭제>(2015)와 닮았지만 전체적으로 코믹 수치가 높다. 코로나19 사태를 전면으로 다룬 첫 번째 프랑스영화인 <커넥티드>의 불랑제 감독은 지난 3월 전 국민 자가격리 중에 아이디어를 얻었고, 곧바로 비대면 방식으로 시나리오와 사전 작업을 진행한 다음 격리가 해제된 6~7월에 파리 근교 스튜디오에서 8일하고 반나절 만에 촬영을 마쳤다. 그러곤 두 번째 격리 기간 중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개봉까지 했으니 정말이지 뼛속까지 비대면 시대 맞춤형 프로덕션이 아닐 수 없다.

한편에서는 작품의 퀄리티, 기회주의적인 마케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지만 감독은 “의도했던 것도 아니고, 이 상황을 기뻐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이 (이 영화를 개봉하기에는) 최적의 순간이다. 이 영화를 통해 격리 기간 동안 관객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참고로 <알로, 슈티>(2008)로 프랑스에서 2천만 관객 동원을 기록했던 대니 분 감독도 자가격리를 소재로 한 코미디영화를 넷플릭스 독점 공개 조건으로 준비 중이다. 프랑스인들의 자가격리 경험은 좋든 싫든 당분간 자국 코미디영화의 단골 소재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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