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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코코 샤넬: 세기의 아이콘>
진영인 사진 오계옥 2020-12-22

론다 개어릭 지음 / 성소희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수녀원에 가게 된 가난한 소녀가 전세계를 주름잡는 디자이너가 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거듭된 출산과 육아로 건강을 해쳐 죽은 어머니 앞에서 ‘돈이 자유’임을 뼈아프게 깨달았다는 사연도. 외진 시골 출신의 샤넬은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다. 노래와 춤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재빨리 의상 디자인으로 방향을 틀었고, 부유한 상류층 애인들과 어울리며 러시아에서 망명한 예술문화계 인사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승마복, 요트 선원의 옷 등 전통적인 남성 분야의 의상이 샤넬의 손을 거쳐 여성의 의상에 도입되었고, 1920년대 ‘신여성’ 출현과 맞물려 폭발적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렇게 샤넬은 스스로 브랜드가 되었다.

‘샤넬 넘버5’라는 향수의 이름처럼. 초창기 샤넬의 성공담에는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이야기적 쾌감이 있다. 유명 인사가 된 샤넬이 기댈 곳 없었던 불우한 유년 시절에 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삭제했으며 자신에게 완전한 사랑을 주지 않은 애인들에 대해서도 왜곡해서 이야기했다는 사실조차 매혹적인 구석이 있다. 어쨌든 샤넬은 시골 출신에다 마른 몸매의 소유자라는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코르셋과 레이스 같은 거추장스러운 전통을 밀어버리며 프랑스 상류층의 패션을 혁신적으로 뒤집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론다 개어릭의 <코코 샤넬: 세기의 아이콘>전기는 나치와도 깊은 관계를 맺은 코코 샤넬의 후반기 인생에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자기 성공 신화를 이뤄낸 사람이 어떻게 우경화를 거쳐 극우와 조우하는지 보여주는 실례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군과 손잡고 스파이 활동도 했던 샤넬은, 전쟁 후 한동안 망명 생활을 하다 다시 디자인계로 복귀한다. 샤넬의 인생 이야기에 배어 있는 주체성, 욕심과 끈질긴 의지는 샤넬이라는 브랜드를 21세기에도 버티게 하는 신화가 되었다.

코코 샤넬의 말

“샤넬은 공작부인들에게 하녀들이 입는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을 특권을 팔면서 거금을 청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169쪽)

“호사스러움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해요. 그 대신 반드시 느껴져야 하죠.”(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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