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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상의 모든 10대에게 던지는 질문, '썸머 85' 프랑수아 오종 감독
김소미 2020-12-24

사진제공 Jean-Claude Moireau

-에이든 체임버스의 원작 소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17살에 읽었다고. 당신의 긴 커리어 중 지금이 이 작품을 영화화하는 데 적기라고 느낀 이유가 있나.

=17살 때 소설을 처음 읽을 당시 나는 이미 영화감독이 되길 소망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관객으로서 누군가가 얼른 영화로 만들어주길 기다리기도 했다. 그만큼 나를 즐겁게 한 이야기지만, 작품을 진정으로 이해하기까지는 35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이 작품과 나 사이에 놓인 긴 시간의 거리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하기 어렵다. 나 자신이 10대를 한참 지나쳐왔기에 인물들을 훨씬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다. 소아성애 범죄와 짙은 고통을 다뤘던 전작 <신의 은총으로>를 끝낸 후 좀더 가벼운 작품으로 가고 싶기도 했다. 젊음, 사랑, 석양, 그리고 해변이 있는….

-초창기에 작업했던 슈퍼 16mm 필름으로 돌아간 까닭은.

=1980년대니까! (웃음) 내 첫 영화인 단편 <썸머 드레스>(1996)를 16mm필름으로 찍었다. 16mm 필름 이미지엔 어딘가 에로틱한 기운이 있다. 클로즈업 숏의 느낌, 특유의 컬러감 등 차갑고 플랫한 디지털 이미지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특히 신체를 찍을 때 그렇다. 필름은 우리 몸과 피부를 보다 깊고 관능적으로 보이게 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디테일이 남다르다.

-<영 앤 뷰티풀>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두 개의 사랑> 등 섹슈얼리티나 정체성에 대한 도발적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들과 비교해 <썸머 85>는 꽤 순진한 드라마다. 인물들의 감정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지켜보는 감독의 시선이 느껴진다.

=<썸머 85>의 원작은 매우 보편적인 힘을 가진 서사다. 당신이 게이든 아니든, 그들을 이해하든 아니든 누구나 연결될 만한 지점들을 품고 있다. 프랑스에선 특히 많은 소녀들이 소설을 즐겼고, 두 소년의 사랑 이야기에 영감을 얻은 듯했다. 이 경우엔 섹슈얼리티가 작품의 핵심 이슈가 아니다. 사랑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한 순정적인 알렉스와 그보다 좀더 거칠고 위험한 성품의 다비드가 만나서 사랑한다. 오직 그 사랑이 중요할 뿐이다.

-<썸머 85>의 한축이 고전적인 러브 스토리라면 또 다른 한축은 죽음과 시체, 집착과 광기가 채운다.

=10대 시절엔 하루는 당장 자살이라도 할 것처럼 드라마틱했다가 또 다음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 다음 또 죽을 것만 같은 날이 돌아오지. (웃음) 매일 삶을 새롭게 발견하며 사랑과 환멸, 행복과 슬픔이 교차되는 시기에 최대한 밀착하려 했다.

-정체성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중의 가능성을 엿본다. 후반부에 여장을 한 알렉스의 모습, 선명히 대조되는 알렉스와 다비드의 성격 등이 그렇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이에 섹슈얼리티의 가능성은 무한히 깊다. 남자가 되고 싶지만 가끔 내가 여자 같다고 느끼기도 하는 식으로복잡한 감각들이 뒤섞여 다가온다. 다비드의 시체를 보기 위해 알렉스가 여장을 한 장면에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지점은 그 소동이 익살스러운 동시에 매우 깊은 감정을 불러낸다는 것이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10대를 향한 질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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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Jean-Claude Moire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