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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공범자들> <김복동> 등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는 <뉴스타파>의 다섯 번째 작품
김철홍(평론가) 2021-01-12

1980년대는 우리나라의 언론 지형에 큰 변화가 있던 시기로 기록된다.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동아일보>가 <조선일보>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두 신문의 위상이 뒤바뀌는 과정 중인 1985년 4월, <동아일보>는 불현듯 자신만이 민족지이며 <조선일보>는 친일기회주의 신문이라는 내용의 특집 기사를 낸다. <조선일보> 역시 가만히 있지 않고 반격 기사를 내는데, 상황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가자 한 신문이 꼬리를 내리며 그렇게 사태가 봉합된다. 그들이 이렇게 ‘친일’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1988년 국회에서 열린 언론청문회의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방우영 <조선일보> 사장과 김상만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발언을 통해 이를 추적해나간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공범자들> <김복동> <월성> 등 꾸준히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는 <뉴스타파>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이했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통해 한국 언론의 생태계를 들여다본다. ‘앞잡이’, ‘밤의 대통령’, ‘악의 축’이라는 세개의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 시선은 누구보다 비판적이고 확고하게 느껴진다. 영화가 이렇게까지 확고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들이 다름 아닌 아카이빙된 두 신문 자체와 그곳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사람들의 증언이기 때문이다. 증거가 이미 그곳에 있는 만큼 영화에 다큐멘터리 특유의 추적의 묘미가 덜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두 언론의 100년을 톺아보는 과정에서 읽히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보다보면 168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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