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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다큐의 기술>

김옥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누군가 다큐멘터리에 대한 책을 쓴다면 김옥영 작가만큼 잘 써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다큐멘터리 감독, PD, 작가 등 생산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그만큼 다큐멘터리 제작 지식과 방법론을 실무적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40년 동안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제작자로서 활동한 김옥영 작가는 다큐멘터리의 이론을 설명하되 한국 다큐멘터리사에서 중요하다 꼽히는 작품들의 장면을 예시로 들며 ‘다큐의 기술’을 설명한다. 사람들은 극영화와 달리 다큐에는 만들어지지 않은 진짜 현실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다큐 속에서 독특한 사건을 발견할 때 그것이 ‘실화’라고 여겨 더 크게 감동받는다.

이 책은 거기서 시작한다. “미디어와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고 (중략) 무엇이 진짜 현실인지 구분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 것이다. (중략) 이 시대에 ‘현실’은 어디에 있는가.”(21쪽) 이 질문에 책은 ‘있는 그대로’는 없다고 단언한다. 중요한 것은 결국 감독이 본 것이 무엇인가. 감독이 제시하는 현실은 무엇인가이다. 무엇을 찍을 것인지 결정하고, 그것을 관찰해 카메라에 담고, 무수한 촬영본 중에 편집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미 현실은 감독의 눈을 통해 구성되어 주관적으로 발견된다. 현장의 관찰자를 통해 현실의 사건이 편집되고 재해석되기에 질문과 관점이 더욱 중요하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같은 소재라도 감독의 시선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된다. 예를 들어 기지촌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 두편 <거미의 땅>과 <호스트 네이션>을 만들 때 전자는 기지촌 여성들의 삶에 초점을, 후자는 기지촌 여성들을 공급하는 국제 산업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다. 감독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무엇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차별화를 가져온다. 이는 비단 다큐멘터리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에 적용되는 진리다. 미래에 다큐멘터리스트를 꿈꾸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나만의 콘텐츠’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작가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해답을 제시한다.

인간에 대한 애정

감독은 남들이 보지 못한 어떤 것, 자신이 해석 해낼 수 있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인간의 어떤 것을 보여줄 뿐이다. 커다란 성취를 이루어낸 인물의 이면에서 고독과 허무를 읽어내기도 하고, 평범한 생활인이지만 그 속에 깃든 삶에 대한 경이와 사랑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의 대상으로서의 인물은 유명인이건 보통 사람이건, 모두 특별한 사람이다. 그에 대한 깊은 이해와 거기서 비롯된 특별한 발견이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147~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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