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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유선동 감독 - 링에 오르듯 엘리베이터 액션 신 연출했다
조현나 사진 백종헌 2020-01-23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슈퍼히어로가 탄생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경이로운 소문>은 초능력을 지닌 ‘카운터’들이 통쾌하게 악귀를 처단하는 히어로물이다. 카운터들은 악귀를 잡으면서도 직접 국숫집을 운영하고 김장을 하는 등 생활밀착형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형 히어로’라는 애칭을 얻었다. 기존 히어로물과 차별화된 매력을 가진 <경이로운 소문>은 지난 1월 10일,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각본을 쓰고 <미스터 주부퀴즈왕> <0.0MHz>,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 등을 연출한 유선동 감독은 “영상, 연극, 웹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것이 <경이로운 소문>을 작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한다.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두고 후반작업에 여념이 없는 유선동 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뱀파이어 검사> 시즌2 이후 8년 만의 드라마 연출이다.

=비교적 일찍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한 편이다. 각각의 현장에서 체화한 장점이 이번 작품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영화 현장처럼 한 테이크를 찍고 나서 배우들과 감정선 등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배우들이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

-촬영 전부터 배우들과 자주 만나며 함께 작품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맞다. 네 배우(조병규, 유준상, 김세정, 염혜란)의 합을 포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리딩 때도 국숫집처럼 테이블을 두고 리허설을 진행했다. 배우들이 워낙 자연스럽게 잘해줘서 그때 카운터들의 앙상블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극 초반부터 다진 시간들이 작품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원작 웹툰이 소문(조병규)을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했다면 드라마는 4명의 카운터 모두를 주인공으로 조명한다. 더불어 이들의 관계성도 강조됐는데.

=그게 각색의 정확한 포인트였다. 소문의 성장을 다루면서도 유사가족 형태인 네명의 관계를 강조하자, 그리고 인물마다 서사를 추가해 캐릭터별 재미를 꾀하자, 라는 것이 목표였다. 또한 원작 웹툰이 소문이 다니는 학교의 학원 폭력에서 시작해 이야기를 키워갔다면 드라마는 신명휘 시장(최광일), 조태신 회장(이도엽) 등을 중심으로 악의 무리를 확장해 현실성을 부여하려 했다.

-카운터들은 국숫집을 운영하며 때맞춰 김장도 한다. 유니폼인 트레이닝복까지 화제가 되며 ‘한국형 슈퍼히어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마블, DC 코믹스의 히어로물이 줄 수 없는 재미가 뭘까를 고민했다. 원작에서 강조된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을 잘 다루는 것이 관건이겠더라. 그래서 멋진 모습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에게서 캐릭터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악귀도 기존 히어로물과 달리 학원 폭력, 가정 폭력 등 현실에 만연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래야 카운터들이 주먹을 날리더라도 시청자들이 더 큰 쾌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배우의 싱크로율이 높다는 평이 많다. 캐스팅은 어떻게 하게 됐나.

=조병규 배우는 만날 운명이었던 것 같다. 배우 본인이 학생 역할을 원하던 참이었고 나도 소문 역에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연기 욕심도 많고 진지한 면도 있는 배우라 소문이 가진 슬픔부터 분노까지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김세정 배우는 내가 <프로듀스 101>을 보지 않아서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극중 하나가 겪은 아픔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에 관해 김세정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유준상 배우가 연기한 가모탁은 사실 울버린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나는 가모탁을 동네 형처럼 편한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극중 정영 형사(최윤영)와의 멜로도 있기 때문에 그 전부를 포괄하기엔 유준상 배우가 제격이겠더라. 염혜란 배우는 처음부터 출연시키기로 마음을 굳힌 배우였다. 추 여사가 처음 치유 능력을 발휘하는 신을 찍을 때 내가 말했다. CG 없이도 치유의 빛이 발산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이 네 배우가 판타지를 리얼로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악귀 역의 이홍내, 옥자연 배우도 화제다. 등장 자체만으로도 섬뜩할 때가 많았다.

=악귀들이 정말 인기가 많더라. (웃음) 이홍내 배우는 조병규 배우가 추천했다. 사진을 봤을 때 느낌이 왔고 카메라 테스트를 했을 때 ‘이 친구다’ 싶었다. 에너지가 대단한 배우다. 백향희 역을 캐스팅할 땐 일찍부터 옥자연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만큼 눈에 들어왔다. 거울 신을 준비할 땐 혼자 연습한 촬영분을 계속 나와 주고받으며 철저히 준비했다. 악귀 역의 두 배우가 애써준 덕에 중반부 이후로 몰입감이 더해졌다.

-1화에서 지청신(이홍내)과 카운터들이 처음 맞닥뜨렸을 때, 원작보다 더 긴 시간을 액션에 할애했더라. 이유가 뭔가.

=카운터와 악귀가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면이기 때문에 더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대본상으론 골목이 배경지였지만 장소를 옥상으로 바꿨다. 인물들이 아슬아슬하게 옥상을 오가며 추격전을 펼치기 때문에 기존의 스릴러물, 수사물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겠더라. 동시에 지청신과 카운터의 능력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와이어부터 특수효과까지 전부 쏟아부어 액션 신을 만들었다.

-백향희와 도하나의 엘리베이터 액션 신도 화제였다.

=남성간의 액션 신은 많아도 여성배우 둘이 처절하게 맞붙는 액션 신은 거의 없지 않나. 강렬한 액션 신 하나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악귀 백향희의 능력이 처음으로 발휘되고 하나와의 갈등이 불거지는 신이기도 해서, 두 사람이 마치 링에 오른 것처럼 엘리베이터로 공간을 좁혀 밀도 있게 촬영했다.

-융의 경우 원작에선 기차역처럼 표현됐지만 드라마에서는 실내 공간으로 구현했다.

=융의 구현에 관해 정말 고민이 많았다. 이승의 카운터들은 폐공장같은 음습한 공간에서 주로 악귀들과 마주하니까 이와 명확히 대조되는 밝고 깨끗한 공간이었으면 했다. 구미에 맞는 기차역을 찾지 못해 대신 역으로 쓰는 건물 형태를 유지한 실내 공간을 구현했다. 또 원작에 없던 지옥 공간을 추가했다. 악행을 저지르고 살면 어떤 결과가 뒤따르는지 명확히 보여주고 싶었다.

-카운터들의 힘이 강화되는 ‘땅’의 기운을 비롯해 CG에도 공을 많이 들였더라.

=‘땅’이 원작의 시그니처다 보니 신경을 많이 쓴 건 사실이다. CG팀에 땅의 기운이 살아 있는 듯 움직이고, 또 소문의 감정을 대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15, 16화 CG 때문에 난리다. 방송 마지막까지 가장 고생할 팀이 CG팀이다.

-지난 10일 전체 촬영이 마무리됐고 드라마도 4화만 남겨두고 있다. 앞으로의 관람 포인트를 말해준다면.

=카운터들의 결속력이 강해지고 소문과 악귀의 능력도 업그레이드된다. 격정적인 액션 신과 드라마가 펼쳐질 예정이니 기대해달라.

-마지막까지 본방 사수를 해야겠다. (웃음) 시즌2에 대한 계획도 있나.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 좋은 성과를 내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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