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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먼 곳' 양정훈 촬영감독 - 공간을 그리는 회화적 카메라
김소미 사진 최성열 2021-03-22

안식처를 찾는 어느 동성 커플의 발걸음을 따르는 영화 <정말 먼 곳>에서 풍경은 종종 사람을 품은 하나의 거대한 생물체처럼 화면을 압도한다. 그곳에서 도시의 상처를 회복하려는 남자 진우(강길우), 연인과 행복하고 싶은 시인 현민(홍경), 딸을 찾으러 나타난 진우의 쌍둥이 동생 은영(이상희)이 갈등한다.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2>)에서 오멸 감독과 제주의 동굴 속을, <겨울밤에>에서 장우진 감독과 춘천의 어두운 밤을 헤맸던 양정훈 촬영감독이 이번엔 박근영 감독과 화천의 초원을 걸었다.

미대생을 꿈꾸다 비디오 키드의 이력을 살려 영화 촬영감독이 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그는 내재된 회화적 재능을 <정말 먼 곳>에서 거리낌 없이 펼쳐 보인다. 양정훈 촬영감독은 우연히 미술관에서 본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만종>(해질녘, 일과를 끝낸 농부 부부가 밭에 서서 감사 기도를 하고 있다.-편집자)에서 받은 영향을 마음에 품고 작업에 임했다. 공간을 다루는 양 촬영감독의 관조적 태도는 그의 이력이 배양한 정직한 결과물이다. “<지슬2>부터 시작된 버릇인데, 현장에 가면 나무를 기준으로 구도를 잡는다. 사람의 손길을 약간만 보태도 금세 인위적인 느낌이 묻어나오기 때문에 절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

저예산 예술영화를 주로 작업한 양 촬영감독에게 작품 선택의 특별한 기준을 묻자 그는 오히려 담백하게 고개를 저었다. “장편을 촬영한 지 햇수로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영화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안된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는데 미안함과 불안감이 크다.” 그러면서도 그는 독립 프로덕션에서 얻어낸 의외의 기술을 말할 때 눈빛을 빛냈다. “촬영감독이라면 누구나 더 좋은 장비, 완벽한 라이팅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을 땐 새로운 접근법을 고안할 수밖에 없다. <겨울밤에> 촬영 때는 적은 광량을 보완하고자 색감을 과감히 넣어서 입체감을 강조했다.” 조용하고 끈질긴 렌즈 너머의 관찰자인 그는 “시간이 흘러도 색이 바래지 않는 작품들을 꾸준히 작업하고 싶다”는 자신다운 바람을 남기고, 또다시 촬영장으로 향했다.

That's it

뷰파인더

“요즘엔 아르테미스 앱을 많이 쓰지만, 풍경을 길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렇게 광학으로 보는 뷰파인더가 훨씬 카메라의 눈에 가깝고 정확하다. 촬영 기간에 주로 이 뷰파인더를 감독님들에게 선물한다. <정말 먼 곳>을 작업하며 박근영 감독이 계속 쓰다가 최근에 돌려주었다.”

Filmography

촬영 2020 <정말 먼 곳> 2019 <증발> 2018 <겨울밤에> 2015 <영원한 거주자> 2013 <하늘의 황금마차> 2013 <> 201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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