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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면' 이다윗 - 꽂혀야 산다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1-03-25

올해로 데뷔 19년차인 배우 이다윗은 더 깊고 여유로워졌다. 영화 <> <고지전> <스플릿> <사바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은 이다윗은 <최면>에서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영문학과생 도현을 연기한다. 도현은 편입생 진호(김남우)를 통해 최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깊이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최 교수(손병호)로부터 최면 치료를 받은 뒤로, 도현과 친구들은 환각과 환영에 시달리며 혼란스러워한다.

수많은 현장 경험으로 꼼꼼한 사전 준비를 체화한 이다윗은 몰입을 위해 ‘셀프 전생 체험’까지 시도하며 촬영에 임했다. “최면 체험에 관한 정보가 너무 많아 어려웠다”고 말하면서도, 이다윗은 결국 자신의 해석에 살을 붙여 현재의 도현을 완성해냈다.

-공포, 스릴러 영화는 평소 잘 보는 편인가.

=아니다. 손으로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겨우 보곤 한다. (웃음) 하지만 내가 공포영화를 못 보는 것과 직접 촬영에 임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최면>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처음 감독님을 뵀을 때 최면에 빠져드는 모습이나 최면 속 공간들을 제대로 구현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 말씀에 마음이 동했다. 최면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한 소재인데 이게 이미지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궁금해지더라.

-촬영 전에 준비가 좀 필요했을 것 같다. 따로 책을 읽거나 영상을 찾아본 게 있나.

=영상을 정말 많이 찾아봤다. 30~40분 정도 되는 전생 체험 영상들이 있어서 나도 음성을 듣고 해보려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중도에 포기했다. (웃음) 찾아보니 관련 정보가 정말 많고, 최면에 걸렸을 때 반응도 가지각색이었다. 정확한 발음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눌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중 뭘 기준으로 잡고 가면 좋을지 고민이 됐는데, 사람별로 이렇게 다르다면 내가 나오는 대로 자연스레 표현하는 것도 정답일 것 같았다. 그렇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을 만들어 갔다.

-극중 도현은 굉장히 학구적이고 꽂힌 주제에 깊게 몰입하는 인물이다. 그 덕에 사건을 파헤치고 진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너무 익숙한 모습이었다. (웃음) 나도 뭔가가 궁금해지면 원리부터 파헤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도현이 그렇게 파고들 때 ‘그래 당연히 찾아봐야지, 확인해봐야지’ 싶었다. 오히려 이 캐릭터에 집중한 건 중반 이후부터였다. 주인공이 감정적으로 불안해질 때 그걸 보고 관객이 같이 따라올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어느 정도로 겁에 질려 있으면 좋을지 일단 단계를 나눴다. 후반부에 최면에 걸리는 부분의 두려움을 100으로 설정하고, 거기서부터 단계가 거꾸로 낮아지는 식으로 도현의 감정을 이끌어갔다.

-친구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는 신을 촬영할 땐 어땠나.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눈앞에서 친구가 추락했는데 그걸 마주하는 기분이 어떨까, 입을 벌리며 놀랄까, 입 밖으로 소리를 지를까, 몸은 굳을까 아닐까, 이런 식의 고민을 계속 했다.

-촬영 전에 경우의 수를 많이 생각해보는 편인가.

=그런 것 같다.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두고 수를 생각하고, 다양하게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이 몸에 익어서 좀더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면도 있다.

-<고지전> <> <최종병기 활> <스플릿> 등 아역 시절부터 4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해왔다. 작품을 고를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

=첫 번째는 내가 이 작품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한다. 분량이 적더라도 해보지 않은 연기거나 어느 부분에서 재미가 느껴지고, 평소 궁금했던 감독님의 작품이면 한다. 둘째로 내가 꽂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사바하>도 마지막 박 목사(이정재)의 대사 한 구절에 꽂혀 선택했다. 언제 어떻게 온다고 말은 못하지만, 뭔가 강렬히 와닿는 부분이 있다면 하는 편이다.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나.

=진한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 맡은 인물에 깊이 몰입해서 실제로 너무 괴롭고 힘들었던 경험이 몇번 있었다. 정말 짜릿하더라. 범상치 않은 상황에 처한 인물도, 혹은 아주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사는 인물도 다 좋다. 감정적으로 저 끝까지 파고들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차기작인 <로스쿨>에선 대형 로펌을 목표로 악착같이 공부하는 ‘서지호’를 연기한다.

=동기들을 점수로 판단하는 인물이다. 성적이 좋으면 같이 스터디하고, 별로 얻을 게 없으면 버리고 하는 식이다. 도현이 감정을 비교적 잘 드러내고 친구들과 두루 어울리는 편이었다면, 지호는 인간관계에 있어선 차갑고 인간미가 없는 캐릭터여서 상반된 매력을 찾아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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