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생애 최초의 극장 경험. 또는 내가 영화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

=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릴 때부터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이 컸었는데 그때는 뮤지컬 배우가 되는 방법이 적힌 자료도 없고 막막했었다. 마침 할리우드 뮤지컬 명작 <사랑은 비를 타고>(감독 진 켈리, 1954)를 보고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 속 주인공이던 진 켈리를 따라 춤췄던 기억이 생생하다.

2 영화가 나를 구원한 순간은 언제인가.

=연기를 하는 동시에 영화 연출을 하고 있다. 영화를 연출할 때 어떤 단서들이 잡히는 순간 ‘와, 이거 뭘까’ 하며 행복해한다. 물론 다음날 다 사라지지만. 연기를 할 때도 매 신 목표를 달성했을 때 행복해하고, 다음 신을 준비할 때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연출이든 연기든 행복한 순간과 매 신 뛰어넘어야 한다는 좌절감이 계속 반복되는데 그때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재 전주에서 촬영 중인 단편영화 <깃털처럼 가볍게>를 연출하는 기분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최대한 끌어올려 좋은 신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3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명대사와 명장면.

=첫 장편영화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2016)을 연출하면서 ‘찰나의 순간에서 젊음이 지나간다’는 대사를 썼었다. 찰나의 순간에 내 젊음이 지나간다는 뜻이고. 두 번째 장편 <아직 안 끝났어>(2018)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직 안 끝났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 장면을 미국 독립기념일에 촬영했었는데 불꽃놀이에 100개가 넘는 불꽃들이 터지는 광경을 보면서 ‘와,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안 끝났어. 그래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니까 힘내자. 나, 아직 안 끝났어’라는 감정이 들었다. 불꽃놀이를 지켜봤던 순간과 그때 들었던 감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4 언젠가 연기하고 싶은, 혹은 연출하고 싶은 궁극의 캐릭터와 영화가 있다면.

=최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가모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았나. 가모탁 같은 캐릭터의 톤으로 일상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판타지나 SF 장르물을 만들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5 영화에 하고 싶은 말, 영화에 듣고 싶은 말.

=영화야 반갑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신작을 촬영하고 있어. 내가 만드는 이야기가 너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영화야 나 끝까지 간다. 계속 간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