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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할리우드 제작자들, 한국 감독 소개해달라는 요청 늘었다"
장영엽 김성훈 2021-04-13

“한국과 글로벌 시장 사이에 접점 만드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죠”

*본 기사는 < [단독]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처음으로 밝히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캠페인 전략 > 에서 이어집니다.

TV시리즈 <설국열차> 밴쿠버 촬영장 방문. 사진제공 CJ그룹

-지난 20년 넘게 CJ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뿌린 씨앗들이 하나 둘씩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년 간의 펜데믹 상황에서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한 시리즈 <스위트홈>(미국 넷플릭스톱10), <사이코지만 괜찮아>(<뉴욕타임즈> 선정 세계 TV쇼 톱10), <사랑의 불시착>(<버라이어티>가 꼽은 2020년 세계 TV 시리즈 베스트) 등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CJ가 제작한 시리즈들이 ‘신한류’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과 변화를 지켜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CJ도 그 중 일부이겠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아우르는 콘텐츠 업계가 전반적으로 건강한 경쟁 관계 속에서 1990년대 이후로 꾸준히 진화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여년 간 한국의 미디어와 대중 문화 산업은 르네상스라 칭할 만큼 성장하며 좋은 재능을 가진 인력들로 채워져 왔습니다. 이와 동시에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 왔으며, 관객들과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업계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겠죠. 이러한 총체적인 변화가 계속 긍정적인 양상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그 가치를 글로벌 시장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이 모든 긍정적인 결과는 한국의 재능있는 크리에이터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은 다이나믹한 변화를 겪은 세대들이다보니, 글로벌 시장에서도 눈에 띄게 안목이 뛰어나고 트랜디하고 크리에이티브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일례로 한국의 고유의 것이 아닌 문화도 콘텐츠를 통해 한국에서 재창조 된다는 점이 글로벌에서는 놀라는 포인트인거죠. ‘좀비물’ 같은 경우에도 서양권 문화에서 비롯된 것인데, 영화 <부산행>에서 좀비를 한국식으로 새롭게 정의한 것에 대해 매우 신선하게 평가하더라구요. 이는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방법>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로 이어지고 결국 메이저 프로듀서와 제작자들이 연상호 감독을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은 감독으로 손 꼽게 되는 선순환이 되었구요.

재능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영화를 넘어 한국의 드라마도 사랑 받고 있는 것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작년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사랑의 불시착>이나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글로벌 업계 관계자들이 너무 흥미롭게 보았다고 불쑥 전화가 오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경이로운 소문>처럼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성장한 웹툰과 같은 영역이 새로운 콘텐츠의 원천으로도 각광받는 모습입니다. 오래 전부터 꿈꿨던 일들이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어 놀랍고 감사한데, 아직 뭔가 목이 마릅니다. 이게 도착지가 아니라 출발점이길 바랄 뿐입니다.

-<씨네21>은 지난해 말 <기생충> 이후 한국 창작자들이 할리우드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현상을 취재한 바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할리우드 관계자들을 만나시는 부회장님께서도 한국 창작자들에 대한높아진 관심을 체감하시는지요.

=최근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목격되는데 할리우드에서 유망한 감독들이 공통적으로 “한국영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입을 모으며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한국 감독들의 이름과 영화를 길게 나열하곤 하는 것입니다. 한국 대표 감독인 박찬욱 감독을 영화계 한 획을 그은 거장이라고 말하며 존경과 극찬의 표현을 아끼지 않고, 몇몇 유명 제작자나 감독들은 <올드보이>, <아가씨>를 본인의 인생작으로 꼽기도 합니다. 오래 전 한국에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나 알프레트 히치콕 같은 이름을 거론하던 것과 입장이 바뀐 것입니다. 유명한 제작자로부터 한국 감독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늘어나고 자신이 연출하는 영화에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라도 참여할 수 있는 한국 감독을 소개해 달라는 등의 요청을 받곤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일이라 무척 고무적이고, 이 분위기가 사그라지기 전에 빨리 의미 있는 성과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조급함이 생깁니다.

-CJ ENM은 <기생충>의 수상 이후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기생충>,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등 여러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J가 과거에도 이런 글로벌 프로젝트를 시도한 적이 많았지만, 미국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가장 많이 달라진 산업 환경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전과는 달리 아시아의 크리에이터나 IP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일이 훨씬 원활해 졌습니다. 실제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크리에이터와 동반 진출을 목적으로 기획하는 프로젝트들이 여럿 있고 이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도 유례없이 높은 편입니다. 놀라운 것은 한국영화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알고 있고, 영화인들 사이에 한국영화의 골수팬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한국영화가 성장해오면서 축적해온 넓은 의미의 팬덤이 의외로 두텁다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점을 이해하고 십분 활용해, 한국영화가 그동안 일구어 온 성취를 너머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방법이 없을 지 계속 고민하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LA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공사현장 방문. 사진제공 CJ그룹

-코로나19 이후 미디어 산업 환경이 전세계적으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세계 영화산업의 흐름을 주도하는 할리우드에서 주요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며 그 변화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체감하실 듯합니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그 경험을 통해 부회장님은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잘 알다시피 지난 십년 넘는 기간동안 탈국적의 프랜차이즈 영화가 메인스트림의 중심을 차지해왔고, 동시에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또 다른 방식으로 세계화와 다원주의를 강화해왔으며 지난 1년 동안은 코로나가 모든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 사태를 맞아 기존 시장의 중심을 차지했던 메이저 스튜디오는 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사업 모델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은 시장의 기득권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변화일 수 있지만, 창작자들에게는 보다 다양하고 효율적인 형식과 채널로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할 것입니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위기이자 기회인 상황을 통해 창작자들과 소비자들 모두에게 보다 이상적인 콘텐츠의 모양새와 내용이 무엇일지 고민해서 그 방향으로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영민하게 움직이는 일이 중요해 보입니다.

-<기생충>을 포함해 <페어웰> <미나리> 등 최근 아시아계 창작자들이 만든 영화들이 오스카에서 각광을 받는 현상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최근 약 5년동안 영화계 내에서 기존의 메인스트림이 해체되고 다문화주의가 득세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좀 더 거시적인 문화적, 정치적 배경도 있지만, 시야를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로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이 이벤트 무비와 프랜차이즈 영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관객들 사이에서 이러한 블록버스터에서 채워지지 않는 다른 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또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10년 전부터 미국 시장의 중심에 등장하여 다양한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일어난 일일 것입니다. 당연히 아시아에 기반을 둔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이는 거의 처음으로 찾아온 큰 기회입니다.

-지난 2006년 뉴욕 맨해튼 센터에서 열렸던 세계여성상(Women's World Awards) 경영 부문을 수상하신 바 있습니다. 여성 영화인들도 남성들과 동등한 기회를 부여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할리우드에서, 또 한국에서 크게 나오고 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거에는 모든 업계가 그렇듯 엔터테인먼트 산업군도 현장에서 남성이 여성 대비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사회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업계 현장에서 성비는 비슷해진 것 같습니다. 현재 남성 감독 혹은 여성 감독이 주목 받는 것은 그들이 남성이나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특별한 재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기생충> 레이스를 함께한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미나리>로 글로벌 영화 시상식 조연상을 휩쓸고 있는 윤여정 배우는 성별이 아닌 그들의 뛰어난 재능으로 인정받은 일례로 볼 수 있겠네요. 아직도 발굴되지 못한 재능 있는 여성 감독, 여배우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재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본 기사는 < [단독]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최근 가장 눈여겨보는 감독은..." >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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