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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CINEMA]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생애 마지막 이사

“마지막 이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유품 정리를 의뢰받은 현장에 도착한 한정우(지진희)와 아들 그루(탕준상)는 방의 주인이었던 고인에게 사망시각을 고지하고 일의 시작을 알린다. 한정우가 사망하면서 이 절차는 그루가 이어받고, 아스퍼거 증후군인 조카의 법정후견인이 된 껄렁한 삼촌 상구(이제훈)가 그루 곁에 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상구와 그루가 한식구이자 동료가 되는 과정과 유품을 통해 고인의 삶을 되짚어가는 추리극을 엮는다.

10여년 전, 유품 정리업체 블로그를 통해 고독사 현장 수습 과정을 접한 적이 있다. 늦게 발견된 시신의 흔적이 얼마나 끔찍한지 세세한 묘사와 함께 욕설과 농담이 섞인 감상, 망자의 지난 인생에 이러쿵저러쿵 추측을 곁들인 게시물을 읽다가 이내 불쾌감에 사로잡혔다. 내 사후에도 그들의 손과 기술을 빌릴 텐데, 내 흔적이 게시된대도 거부할 방법은 없을 테고 무연고 사망은 뒤탈 없는 이야기의 재료로 취급되어도 괜찮은지 마음이 복잡했다.

유품 정리를 하는 그루의 헤드폰에는 클래식이 흐르고, 구더기가 슬고 체액이 엉긴 방부터 깨끗한 방을 가리지 않고 현장은 매번 정연한 과정으로 수습된다. 여기에 실제 업무의 고됨이 다 담길 리 없다. 오히려 드라마가 수고를 아끼지 않는 부분은 고인이 죽기 전까지 ‘살았던’ 장소와 유품의 물성을 또렷하게 하는 작업이다.

극중 고독사한 치매 할머니가 장판 아래 깔아뒀던 5만원권 지폐는 은행 예금인출서 125장과 만나며 그 숫자만큼 은행을 찾았던 할머니의 생전을 읽는 단서가 된다. “마지막 이사”는 고인의 자취를 지우는 작업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한데, 고인의 공간을 집요할 정도로 충실하게 재연한 덕분에 사각형의 방에서 무브 투 헤븐의 노란 종이박스로 유품을 옮기는 장면은 비로소 물리적인 이사의 무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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