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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CINEMA] SBS '라켓소년단',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이게 다 와이파이 때문이다. 빚보증 잘못 선 아빠 때문에 잘하던 야구도 접고 땅끝마을 해남에 가서 살게 된 중학교 3학년 윤해강(탕준상)이 부원이라곤 달랑 세명 있는 배드민턴부에 들어가게 된 이유 말이다. 한 시간에 한대 오는 마을버스보다 답답한 건 와이파이 없는 시골집이다. 그러니 “어르신들이 약수터에서 치는 거”라며 배드민턴을 무시하던 해강도 와이파이 설치를 조건으로 대회에 출전할 수밖에.

뛰어난 재능과 인간적 결점을 동시에 지닌 주인공, 개성 강한 부원들, 따뜻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 알고 보니 해당 종목 마니아인 체육사 주인, 은근히 감초 역할을 하는 스포츠지 기자, 다양한 스타일의 ‘전국구’ 강자 등 <라켓소년단> 속 캐릭터와 설정, 연출은 청소년 스포츠 만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낯선 환경을 만나 좌충우돌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나야, 나. 윤해강이야!”라고 외쳐대는 해강은 <슬램덩크> 속 강백호의 후예답게 밉지 않은 자신감을 드러낸다. 툴툴대면서도 어린 동생을 정성스레 돌보고, 이웃 오매 할머니(차미경)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하며 TV 리모컨을 사용하기 쉽도록 테이핑해주는 이 소년의 사랑스러움을 배가시키는 것은 탕준상의 담백한 연기다.

그리고 <라켓소년단>의 가장 큰 매력 또한 이처럼 감정이나 관계를 불필요하게 꼬아 보지 않고 상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선의를 가진 인물들에게서 나온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각자 지닌 삶의 무게와 자잘한 즐거움이 담긴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순한 소년, 소녀들의 마음이 활기 넘치는 전라도 사투리를 타고 흐르는 모습은 대단한 사건이나 자극 없이도 그 자체로 충만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배드민턴부 4인방이 사람도 차도 드문 한낮의 도로를 따라 휘적휘적 집으로 돌아갈 때면 어디선가 청량한 초여름 공기가 밀려드는 듯하다. 모처럼 사람을 조금 더 좋아하게 만드는, 그리고 이 계절을 함께 보내기에 딱 좋은 드라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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