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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12년 만에 부활한 <여고괴담> 시리즈
이주현 2021-06-16

<여고괴담> 시리즈가 12년 만에 부활했다. 1998년 첫선을 보인 <여고괴담>은 2009년 <여고괴담5: 동반자살>을 마지막으로 10년이 넘게 잠들어 있었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다시금 학교를 아픔, 슬픔, 공포가 산재하는 공간으로 불러낸다.

고교 시절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은희(김서형)는 자신의 모교인 광주 새빛여고에 교감으로 부임한다. 아이들의 상담교사가 되길 자처하는 따뜻하고 적극적인 은희의 시선에 유독 하영(김현수)이라는 학생이 들어온다. 하영은 ‘고스트 스폿’이라 불리는 학교의 버려진 창고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교감 은희 역시 과거에는 화장실로 쓰였으나 현재는 방치된 이 공간에서 귀신을 본다.

한편 은희는 하영이 방황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교내 성폭행 문제를 해결하려 나선다. 하지만 “시끄럽게 문제 삼지 말라”는 교장의 입장 앞에 무력함을 느낀다. 그사이 은희의 환영과 환청은 심해져가고,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도 조금씩 돌아온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줄기, 은희의 과거와 하영의 과거를 따라 전개된다. 하영의 과거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벌어진 성폭행 문제와 닿아 있고, 은희의 잃어버린 과거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에 가닿는다. 은희의 과거가 드러나는 후반부의 반전은 확실히 충격적이다. 그 충격은 너무나 거대한 슬픔의 역사, 공포의 역사가 프랜차이즈 공포영화의 소재로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것에 대한 당혹스러움이기도 하다. 두 서사의 접합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면 어땠을까 싶고, 현재의 사건이 과거의 더 큰 사건에 묻혀버리는 구조도 아쉽다.

그간 <여고괴담> 시리즈는 학교 내 따돌림, 입시 경쟁, 사랑과 우정 등의 문제를 다뤄왔다.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데는 박기형 감독이 연출했던 1편과 김태용·민규동 감독이 연출했던 2편의 공이 컸는데, 그 두편에는 학교라는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날카롭게 건드리는 시선과 문제의식이 있었다. 6편 역시 귀신이 된 소녀들의 억울한 사연이나 살아 있는 소녀들의 말 못할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피상적이고 캐릭터는 대체로 평면적이다. 김서형의 존재만이 고군분투하는 느낌이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1편을 제외하고 학생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왔는데, 6편은 김서형이 연기한 교감 은희의 시선과 기억을 따라간다. 후반부로 가면 캐릭터의 비약이 있지만, 그것을 장르의 문법으로 허용하게 만드는 것도 다름 아닌 김서형의 연기다. 드라마 <SKY캐슬> <마인>을 통해서도 확인한 단단한 카리스마와 우아함은 물론이고, 이번 영화에선 선득한 공포와 카오스적 상태까지 다양한 감정 상태에 몸을 내던진다. 참고로 김서형은 <여고괴담> 4편에서 음악 교사로 출연한 적 있다.

최강희, 박진희, 박예진, 공효진, 김규리, 송지효, 박한별,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등 <여고괴담> 시리즈는 남다른 떡잎의 신인배우들을 캐스팅해온 시리즈로도 유명하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에서도 앞으로의 미래가 더 궁금한 신선한 얼굴들이 다수 출연한다.

<도가니> <굿바이 싱글>, 드라마 <펜트하우스> 등에 출연한 아역배우 출신 김현수는 비밀을 가진 소녀 하영 캐릭터를 맡아 날것의 에너지를 뽐낸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 김형서(비비)가 은희의 과거와 관계 있는 소녀 재연을 연기하고, <귀향> <그것만이 내 세상>의 최리가 귀신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으려는 유튜버 지망생 소연을 연기한다. <비밀은 없다> <남쪽으로 튀어> <여고괴담4: 목소리>등을 제작한 이미영 감독이 ‘신인감독’으로 처음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CHECK POINT

영화 속 학교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학교는 늘 또 다른 주인공으로 기능했다. 6편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학교 내부 공간은 여덟개의 철제 캐비닛이 입구를 막고 있는 버려진 창고 ‘고스트 스폿’이다. 이외에도 미로 같은 계단과 식물 온실이 학교의 공간을 낯설게 확장한다. 전라도 광주에서 찾은 폐교에서 촬영했다고.

신인감독의 등용문

<여고괴담>은 신인배우뿐 아니라 신인감독을 꾸준히 기용해온 시리즈다. 1편의 박기형, 2편의 김태용·민규동, 3편의 윤재연, 4편의 최익환, 5편의 이종용 감독 모두 <여고괴담>으로 데뷔했다. 6편의 이미영 감독 역시 제작자로서의 경력은 길지만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씨네2000과 고 이춘연 대표

지난 5월 11일 세상을 뜬 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는 <여고괴담>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젊은 감독과 젊은 배우의 기용, 학교 괴담과 현실의 문제를 접목한 스토리텔링으로 한국 공포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여고괴담> 시리즈는 이춘연 대표가 아니었다면 20년이 넘는 역사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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