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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 세 배우와의 만남…일과 연애 사이, 현실과 영화 사이
남선우 사진 백종헌 2021-06-19

<새콤달콤> 배우 장기용·채수빈·정수정을 만나다

채수빈, 장기용, 정수정(왼쪽부터).

이 영화의 제목, 그 과일향 캐러멜이 맞다. “동명의 간식처럼 연애 또한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새콤하고 달콤한데 금방 입속에서 사라져서 또 다음을 기다리게 된다.” <새콤달콤>을 만든 이계벽 감독은 사랑을 하는 와중에도 “자꾸만 새로운 것을 찾는 신비로운 상황”을 맞는 인물들을 생각하며 영화의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새콤달콤>은 관계의 코스 요리마냥 단계별로 진화하는 영화다. 애피타이저는 인천의 종합병원에서 펼쳐지는 몽글몽글한 러브 스토리다. 이제 막 피어오르는 한 커플의 애정전선이 포근한 감성으로 그려진다. 남자가 서울의 대기업으로 파견을 떠나며 영화의 온도는 급격히 달라진다. 정규직이 간절한 혁(장기용)과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 다은(채수빈) 사이는 서울과 인천만큼 슬슬 벌어진다.

현실적인 권태기가 영화의 메인 요리로 등장할 때쯤 혁의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코믹하면서도 판타스틱한 상황이 고명처럼 얹힌다. 야근할 때마다 모든 조명은 굉음을 내며 꺼지고, 알 수 없는 말을 건네는 경비원이 혁의 주위를 맴돈다. 그리고 혁의 곁에는 정규직을 사수하기 위해 꺾어야만 하는 라이벌 보영(정수정)이 있다. 혁과 보영 사이는 살벌하다가도 미묘해진다. 그 끝에 영화가 내놓는 디저트는 예상치 못한 반전 매력을 뽐낸다. <새콤달콤>의 배우 장기용, 채수빈, 정수정을 만나 영화가 선보이는 다채로운 맛과 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새콤달콤>의 세 캐릭터를 소개합니다

장혁(장기용)

요즘 혁의 관심은 온통 대기업 정규직 자리에 가 있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야근을 일삼을 만큼 끈덕진 구석이 있는 그는 매일 지각의 위험을 가까스로 이겨내고 차를 몬다. 반듯하게 머리를 넘기고 멀끔한 슈트 차림을 챙기는 건 필수다. 그러나 이 남자는 하나에만 집중하는 성격인 듯하다. 일에 대한 욕심이 커질수록 연인을 생각하던 섬세함은 바래져간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몰라 자꾸 맛집만 가자고 한다.

정다은(채수빈)

3교대 근무로 다져진 눈치와 붙임성은 다은의 무기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막내 간호사인 그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환자들과 쾌활하게 장난을 치고 호감을 쌓는다. 혁과도 그렇게 맺어졌다. 언젠가 혁과 가정을 꾸리고 싶을 만큼 혁에게 진심인 다은은 바쁜 일상의 휴식을 그에게서 찾고 있다. 하지만 연인의 속내는 다르다는 것도 빠르게 깨달을 줄 안다. 그에겐 깨닫자마자 다른 선택을 향해갈 줄 아는 실행력도 있다.

한보영(정수정)

보영에겐 생존 본능이 앞섰다. 그는 회사에서 밤을 새느라 며칠째 머리도 못 감아 회의실에서 냄새를 풍기지만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서라면 책상에서 컵라면만 먹어도 괜찮다. 상사에게 싹싹하게, 경쟁자에게 얄밉게 구는 것도 성공을 위한 선택이다. 물론 원하는 것이 추가되면 그걸 향해서도 돌진하는 사람이 바로 보영이다. 그에겐 일이든 연애든 먼저 손을 뻗고 보는 용기가 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채수빈, 정수정 배우는 지난해 각각 드라마 <반의반>, 영화 <애비규환>으로 <씨네21>과 인터뷰했고, 장기용 배우는 2019년 가을 <나쁜 녀석들: 더 무비>로 만났었다. 그 이후에도 작품 활동이 끊이지 않았는데, 최근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동세대 배우들이 <새콤달콤>에 모였다.

장기용 <나쁜 녀석들: 더 무비>를 촬영할 때는 선배님들이 계셨다면 <새콤달콤>은 채수빈, 정수정 배우와 함께 주인공으로서 영화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임했다. 또래 배우들과 재밌게 촬영했는데 보는 분들도 공감해줬으면 한다.

채수빈 벌써 진지한 인터뷰가 시작된 건가? (웃음)

장기용 먼저 스타트를 끊어봤다. (웃음)

-실제로도 끊임없이 작업 중인 세 배우가 영화에서도 한없이 바쁜 청춘을 연기한다. 비정규 파견직으로, 3교대 근무 간호사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사랑을 고민하는 인물들을 보며 ‘피로사회 로맨스’를 체감했다.

장기용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기로에 선 장혁을 연기하며 간접적으로나마 현실을 접했다. 정해진 게 없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일하다보면 심적으로 많이 힘들겠다는 게 진짜로 느껴지더라.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공감도 되었고, 나도 배우로서 더 열심히 살아야지 싶기도 했고.

정수정 보영 캐릭터는 열심히 일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관심 가는 사람에게 표현도 하고 싶은, 딱 요즘 여성상을 조금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연기할 때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나 또한 직장인의 삶을 간접경험한 것 같다.

채수빈 일도 연애도 힘들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잖나. 그래서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관객도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서로의 감정선을 타고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들답게 모두 발랄하지만 미움받을 수 있는 면모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채수빈 나는 관객이 다은이 편에서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 다른 감정을 느꼈으면 했다. 다은이를 응원하고 혁이를 못마땅해 하다가 마지막에 다은이를 다시 보기를 바라는 거다. 다은이 입장에서는 혁이가 미울 수밖에 없다. 장혁에게 다은이는 ‘내 사람’이고, 편하게 대해도, 소홀하게 대해도 되는 사람이 되어버리니까. 하지만 정말 다은이가 장혁의 ‘내 사람’이었는지 되묻는 결말인 거지. (웃음) 우리 영화는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나쁜지 말하려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리면서 마지막에 색다른 재미를 주니까 그 점에 주목해줬으면 한다.

장기용 영화를 따라가면 다은이의 감정선이 있고 혁이의 감정선이 있다. 혁이가 갈수록 다은이에게 무심해지고 욕먹을 행동도 하지만, 그런 신들도 인물의 감정선에 따른 것이니 너무 욕하지 말고 봐주셨으면 한다. 마지막엔 반전도 있으니까!

채수빈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니 혁이도 나름 애썼더라. 다은이에게 몰입해서 혁이가 엄청 나쁜 남자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그런데 지난주에 수정씨와 둘이 영화를 다시 보니 혁이도 나름대로 많이 애쓴 거더라. 사실 회사에 보영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가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다은이라도 흔들릴 것 같더라. 그 와중에 혁이는 마음을 절제하려 했고 다은이에게 진심은 아닐지언정 성의를 다했던 거잖나.

장기용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웃음)

-영화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은 보영이다. 처음에는 도도하고 얄미운 신입 직원으로 등장해서 점점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며 풀어진다. 이 차이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정수정 달라지는 과정을 꼭 어떻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임했다. 보영이 처음에는 장혁의 라이벌이니 경계하다가, 장혁과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인간적인 모습이 나오는 거지. 보영이도 사람이니까. (웃음) 나는 오히려 영화에서 보영이가 관객에게 더 미워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장혁에게 여자 친구가 있는 걸 아는데도 관심을 계속 표현하잖나. 그래도 너무 미움받지 않을 정도로 잘 커버한 것 같다.

채수빈 스스로 생각해도? (웃음)

정수정 그렇다. (웃음)

-보영은 코미디 지분이 가장 높은 캐릭터기도 하다. 회식 중 셔츠에 튄 쌈장에 고추를 찍어먹는다거나 술에 취해 상사의 영어 실력을 지적하는 신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시원스러운 모습들이 보영의 매력을 더한 것 같다.

정수정 쌈장에 고추 찍어먹는 신은 시나리오엔 없었다. 사실 그런 식의 코미디 신들 대부분이 시나리오에 없었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 이계벽 감독님 스타일이기도 한데, 현장에서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보자!’ 하고 아이디어를 많이 주신다. 내가 한 행동들에서 재밌는 요소를 찾아내실 때도 있었다. 그렇게 코믹한 신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영화에 모였다.

장기용 감독님이 정말 즉흥적으로 장면을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신다. 배우 입장에서는 조금 더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더라. 계벽 감독님한테 배우들을 편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채수빈 다은이는 뒤로 갈수록 혁이와 부딪히는 감정적인 신이 많잖나. 그런 신을 찍을 때도 감독님이 일부러 내 감정을 긁어내서 상황에 좀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장기용 장혁을 연기하면서 어느 때보다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하고 소통을 했다. 기억에 남는 건 보영이와 혁이 컴퓨터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하다 보영이가 혁이의 입에 박하사탕을 넣는 장면이다. 보영이가 사탕을 딱 들이밀 때 나는 혁이가 당황하면 된다는 생각밖에 못했는데 감독님은 거기에 더해 혁이가 사탕을 음미하며 맛있어하는 포인트를 추가하시더라. (웃음) 그렇게 유머러스하게 짚어주시니 나도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 하고 나서게 되더라.

정수정 맞아 맞아. 그 신 촬영할 때 정말 재밌었다.

-<새콤달콤>은 장르가 혼재된 영화로 다가왔다. 초반에는 뽀얀 필터로 청춘 로맨스가 펼쳐진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리얼리티가 살아나는 한편 판타지와 코믹함이 강조된다. 이 차이를 오가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장기용 아무래도 현실적인 연기는 다은이랑 있을 때, 잠자고 눈떴는데 지각한 연기를 할 때 필요했다.

채수빈 현실적인 신으로는 안 좋은 기억밖에 없네.

장기용 다은이와 싸운 기억밖에 없어. (웃음) 그만큼 현실 커플들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연기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채수빈 배우와 연기할 때는 말투나 목소리도 좀더 나 자신처럼 하려고 했다. 감독님도 어리광 피우는 거나 달달한 대사를 할 때 좀더 내 목소리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고. 그렇게 다은이랑 있을 때 실제 나의 모습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반대로 보영이랑 있을 때는 슈트를 입고 있기도 했고 대기업 직장인들과 함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회초년생 느낌을 가져가면서도 미묘한 포인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정수정 결론이 뭔가요?

장기용 결론은, 재밌는 신을 설명했다. (웃음) 근데 정말로 정수정 배우, 채수빈 배우 두 사람과의 호흡이 다 너무 좋았다. 다은이랑 있을 때는 리얼리티를 살리는 연기 호흡이 딱딱 맞았다면 보영이랑 있을 때는 신 자체가 다 재밌어서 웃다가 엔지를 낸 적도 많다.

정수정 첫 촬영 때는 실제로나 극중에서나 처음 만난 상태여서 어색하고 경계하는 연기가 더 잘 산 것 같다. 별로 안 친했던 게 초반에 도움이 됐고, 촬영하면서 점점 친해졌다.

-다은과 보영이 마주치는 신이 없어서 채수빈 배우와 정수정 배우는 접점이 없었을 것 같다.

채수빈 촬영 중에 아예 못 만났다.

정수정 리딩 때도 스케줄 때문에 못 봤다.

채수빈 피팅할 때 잠깐 마주치고 쫑파티에서 만났지 아마? 그리고 지난주에 같이 영화를 봤다.

-친해질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 무척 편한 사이처럼 보인다.

정수정 우리 동갑이다!

채수빈 같이 작품하면 재밌을 것 같지 않나.

정수정 하나 추진해봐~.

-만나지 못해서 서로 어떻게 촬영하고 있는지 궁금하진 않았나.

정수정 감독님이 일부러 서로의 파트를 안 보여주셨다.

채수빈 나한테는 한번 보여주셨다. 내가 혁이와 감정이 격해지는 신을 촬영할 때 혁과 보영이 어떻게 회사에서 꽁냥꽁냥거리는지 보여주시더라. 내 화를 돋우기 위해서!

-두 배우는 서로 다른 영화를 찍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만큼 다른 톤의 인물을 연기했다. 만약 서로 상대방의 캐릭터를 연기했으면 어땠을 것 같나.

정수정 와! 내가 다은을 연기하는 생각은 한번도 안 해봤다. 재밌었을 것 같다.

장기용 나도 지금 상상하고 있다.

정수정 내가 만약 다은이었으면 결말 부분에서 내가 정말 못된 애처럼 보였을 것 같다. 수빈이가 해서 다은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채수빈 나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보영이가 너무 밉상으로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캐스팅이 정말 잘됐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수정이가 보영이를 너무 사랑스럽게 연기해서. 내가 했으면 어땠을지 상상이 잘 안 가네.

정수정 땡큐!

장기용 바뀌어도 어울릴 거다. 비슷한 듯 다른 느낌으로.

보고 나서 할 이야기 많아졌으면

-이제 문제의 결말 이야기를 해보자. 중반부에 이르러 일본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각색 작품인 걸 눈치챘음에도 배경과 캐릭터가 많이 달라서 원작 생각이 안 나더라. 세 배우에게는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다가왔나.

정수정 <새콤달콤> 시나리오를 받고 원작 영화부터 봤다. 충격이 상당했다. 한편으로는 통쾌하기도 했고.

채수빈 나도 <이니시에이션 러브>부터 봤는데 우리 대본을 보니 결이 많이 다르더라. 일본판에서는 여자가 좀더 순종적으로 보이고, 남자 캐릭터를 더 욕하게 되는 상황이 그려지는데 우리 영화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이 줄고 현실적으로 얘기 나눌 거리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장기용 감독님이 원작보다 현실적으로 찍고 싶다는 얘기를 먼저 해주셨다. 나는 시나리오를 먼저 봤는데, 처음에 ‘이장혁’이 있고 ‘장혁’이 있어서 이거를 한 사람이 연기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긴 호흡으로 살도 찌우고 분장도 해야 하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웃음) 영화로 직접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에 두 여자는 냉정하게 각자의 다음 스텝을 밟는다. 다은이는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면 보영이는 유학을 택하는데 혁이의 마지막 대사가 압권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정수정 난 그 대사를 보면서 남자들은 정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말하기 전에는 모르는구나 싶더라. (웃음)

채수빈 난 그 장면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다은이가 혁이에게 회사에 급한 일 생겼으면 가보라고 하자 혁이가 정말 다녀오는 장면!

정수정 맞아 맞아. 우리 둘이 영화 보자마자 그 얘기를 했다. “혁이가 진짜 가다니, 뭐야~.”

채수빈 감독님은 그러시더라. “왜? 가라는데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정수정 그래서 우리가 그랬어요. “감독님~ 그거 아니에요.”

-그래서 감독님이 혁이를 현실적으로 잘 그리셨나보다. 장기용 배우는 눈치 없는 혁이를 연기하는 입장에서 어땠나.

장기용 상황 자체로는 안타까웠지만 연기로 표현할 때는 재밌었다. (웃음)

채수빈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저희 영화 보고 많은 분들이 많은 이야기 나누셨으면 좋겠다.

장기용 첫 넷플릭스 영화 주연작이라 신기한 마음도 있다. 현실적인 로맨스기 때문에 많이들 보고 주변에 추천해주셨으면 좋겠다. “야, 이거 대박이야! 꼭 봐!” 하면서.

정수정, 채수빈 대박이야?

장기용 <새콤달콤> 대박이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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