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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식물카페, 온정' 슬로시네마의 치유적인 매력
김소미 2021-06-23

작은 공간에 식물, 차, 그리고 대화만이 조용히 머문다. <식물카페, 온정>은 식물이 있는 공간과 인물들의 대화라는 최소한의 요건만 고집하며 방황하는 청춘들의 에피소드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영화다. 종군 사진기자였던 주인공 현재(강길우)는 파키스탄 전쟁의 트라우마로 카메라를 내려놓은 아픔이 있다. 그는 할아버지의 수목원에 대한 유년기의 기억을 떠올리며 식물들로부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영화는 식물카페를 차린 현재에게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손님들이 반려 식물을 들고 찾아오면서 생기는 만남과 사소한 대화들을 느린 호흡으로 쌓아나간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공무원 시험을 포기한 여자,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젊은 커플, 출산을 앞두고 퇴사한 임신부가 차례로 나타나 방백하듯 비밀을 발설하는데, 현재는 침착한 경청의 태도로 진심을 전한다. 대구 로컬 시네마의 뿌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최창환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로, <내가 사는 세상> <파도를 걷는 소년>에 이어 자기 길을 모색 중인 젊은 세대의 좌절과 혼란을 다루는 테마는 여전하다.

정지한 카메라 속에 현실을 담아내는 시선은 비슷하지만, <식물카페, 온정>에선 전작들의 열띤 목소리를 한층 잠재우고 정적과 여백 속에서 가만한 제스처를 취한다. 슬로 시네마의 치유적인 매력, <정말 먼 곳> <더스트맨>에서 연이어 활약한 배우 강길우의 담백하고 고요한 존재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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