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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로 돌아보는 ‘마인’ 김서형의 19년
김현수 2021-06-30

tvN 드라마 <마인>에서 배우 김서형이 연기한 효원가의 맏며느리 정서현은 재벌가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무게 추 같은 인물이었다. 슬픔과 고통을 체화하고 아르마딜로처럼 몸을 말아 내 사람을 지켜내는 단단한 매력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에서도 김서형의 활약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영화는 그가 연기하는 은희라는 인물을 둘러싼 과거와 현재의 아픈 이야기를 다룬다. 씨네21 1313호 표지를 장식하기도 한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를 시작으로 지난 20여년 간 스크린에서 활약해온 배우 김서형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실력이나 가능성보다는 외형으로 평가받기 일쑤였던 시절, 대중의 틀이 씌어 놓은 이미지를 깨고 배우 본연의 모습으로 서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해봤다.

2002년 <좋은 사람 있으면 소캐시켜 줘>

“세련되고, 섹시하고, 화려했으면 좋겠어요.”라는 캐스팅 주문을 받고 장편 영화의 첫 주연을 맡은 김서형이 연기한 인물은 시나리오에 ‘킹카녀’로 표기되어 있었던 역할이었다고. 미스 강원 출신이었던 그는 KBS공채 탤런트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드라마 <딸부잣집>에서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여러 조, 단역을 거쳤고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CF에 간간이 출연하다가 이 작품으로 본격적인 ‘역할’이란 것을 맡게 됐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데뷔 시절부터 확실히 알고 있었고 늦었다고 불안해하거나 초조해 하지도 않았던 그는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시작한 배우들보다 늦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봐요. 초조하거나 불안하지 않아요. 저는 여전히 백지인 걸요. 그려 나갈 일만 남았죠.”

2003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씨네21> 창간 22주년 기념 특집 <한국영화 최고의 여성 캐릭터(1100호)> 특집에서 봉만대 감독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자유로운 사랑을 꿈꾸던 신아를 꼽았다. 배우로서 영화 커리어를 이제 막 쌓아가던 시기의 당시 활동에 대해 훗날 김서형은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줬다.

“방황의 20대를 뒤로하고 31살 때 그 작품을 만났다. ‘이런 게 연기구나’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러니 내가 ‘연기를 알게 됐다’고 할 수 있는 게 얼마 되지 않은 거다. 그때 그 작품이 나에겐 30대의 10년간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갖게 해준 시작의 작품이다. 그때의 상처나 경험들이 다져져서 지금은 밴드 하나 정도는 붙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가장 어려운 게 연기라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시 이 작품은 보기 드물게 여성의 주도로 관계의 시작과 끝을 맺는 영화였다. 배우 김서형의 스크린 첫 주연작이었던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자극적인 수식어가 따라 붙기도 했다. 심지어 사이버테러를 당하기도 했다고.

“누가 감독님한테 그러더라구요. 영화 찍으면서 삼류라고 느껴지지 않았냐구. 저도 그럼… 삼류인가요? 왜들 그렇게 편견이 많은지. 오히려 대중은 편식하지 않아요. 더 솔직하죠. 전 제 선택에 책임지고 싶구요, 자신있었어요. 남들이 뭐라건, 상관 안 해요.”

영화배우로 자리를 잡기까지 굉장히 오랫동안 고생을 했지만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자기애를 동력으로 버텨왔다는 이야기도 당시 인터뷰에서 들려줬다. 언젠가 “개성있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배우”로 회자되길 바랐던 그의 소망은 이뤄진 거나 다름없다. “동성애 코드가 있거나 어둡고 우울한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의견도 내비쳤는데 <마인> 이후 더 많은 가능성을 갖게 됐을 것이다.

2005년 <여고괴담4: 목소리> 촬영장

김서형 배우는 <여고괴담> 시리즈 두 편에 출연했다. 이 영화는 <악녀> 이전, 김서형 배우가 당시 얼짱 출신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신인배우 김옥빈과 만났던 작품이기도 하다. 김서형이 연기하는 사고로 목을 다쳐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음악선생 희연은 목소리를 통해서 생과 사를 오가며 자신을 알리고 표현하려 하는 영혼과의 가교 역할을 한다. <악녀>와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에서의 김서형 배우의 역할을 눈 여겨 봤다면, 이 영화 역시 다시 보면 좋을 작품이다.

2017년 <악녀>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사람들이 예상했던 화려한 드레스 대신 수트 차림의,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모습을 보여준 것은 어쩌면 영화의 설정, 분위기와도 어우러지는 선택이었으리라. 물론 아무나 그 선택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숙희(김옥빈)를 국정원 요원으로 키워 작전에 투입하는 상사 권숙 역을 맡아 연기한 그는 씨네21과 개봉 당시 나눈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자신이 연기에 임할 때의 태도를 들려줬다. 여배우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도 했다.

“운명적으로 타고난 기질인 것 같다. <봄>(2014)의 조근현 감독님도 “서형씨는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배우 같다”고 하시더라. 그런 면에서 나는 연기를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 20대는 방황의 시절이었고 30대에는 40대에도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달렸다. 기존에 해온 작품들로부터 탈피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하고 싶은 연기에 대한 목마름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40대인 지금이 정말 좋고, 앞으로의 내가 더 기대된다.”

2020년 <미스터 주: 사라진 VIP>

<SKY 캐슬>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선생님으로 시청자들을 단박에 사로잡은 직후,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 이 영화는 머리를 다쳐 온갖 동물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 국정원 요원 태주(이성민)의 이야기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태주의 위기를 도와주는 민국장 역. 마치 <패딩턴>에 참여한 니콜 키드먼의 존재감이 떠오르기도 하는 이 영화에 출연한 그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지만, 언젠가 시간이 흘러서 가족이 생긴다면 함께 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영화를 하나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영화를 만났다고 한다. <SKY 캐슬> 이후라 ‘스앵님’의 반전 같은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작품.

2021년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왜 네가 거길 다시가느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은희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는 모교를 방문하게 된다. 애써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어떤 기억과 맞서게 되면서 공포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미영 감독은 배우 김서형의 캐스팅, 그리고 그의 연기를 두고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첫 미팅 때부터 이건 운명적 만남이다, 나보고 이 영화를 하라고 점지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서형 배우와의 작업은 완벽했다. 눈빛이나 표정, 목소리 톤까지 너무 좋았다. 촬영하면서도 의지를 많이 했다. 김서형 배우가 없었으면 이걸 끝까지 붙들고 완성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김서형 배우의 영화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한국 현대사를 거치며 여성이 감내해야 했던 어떤 공포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소름이 돋았다. 읽자마자 ‘감독님에게 답을 주고 싶다’고 했더니 우리 매니저가 그래도 하루는 있다가 하자고 할 정도였다. “아니, 지금 자존심이 문제야?”라고 내가 그랬다. (웃음) 그때가 <SKY캐슬>을 끝낸 뒤, 20년이 넘는 연기 인생 중 가장 바빴던 시절이다. 이제껏 경험해지 못한 스케줄에 마음과 달리 몸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SKY캐슬>에서 아직 다 터뜨리지 못한 내면의 답답함이 있었고 이 작품에서 쌓여 있는 에너지를 제대로 폭발해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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