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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마감의 무게
장영엽 2021-07-09

윤덕원 필자가 보내온 칼럼 첫 문장을 읽고 가슴이 철렁했다. ‘저 아무래도 글을 더 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번호에 소개한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은 그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칼럼을 담당하는 김성훈 기자에게 서둘러 연락을 하려다가 글을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새 앨범 작업과 올여름 예정된 공연을 동시에 준비하는 한편 격주로 칼럼을 연재해야 하는 압박감을 토로하며 시작된 윤덕원씨의 글은 어느새 지면 기고가로서의 통렬한 자기비판과 성찰로 이어졌다. 마감과 마감 사이에 그가 경험했을 수많은 고뇌의 시간들을 대리 체험하며(그렇게 말하는 나도 마감 중이다) 지면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주어진 시간 내에 글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시간의 제약 때문에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온전히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 더더욱 그렇다. 마감이 다가오는 어떤 시점에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더이상 좋은 글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마음의 타협을 해야 하는데, 잡지 마감러의 경우 그 타협의 결과가 고스란히 활자로 인쇄돼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읽힌다는 불안감을 늘 안고 산다.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 이 명징한 사실의 무게감을 알기에, 마감과 마감 사이의 좌절과 불안과 압박감을 매주 또는 격주로 함께 감내하는 동료 기자들과 필자들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윤덕원씨, 오래오래 수제비처럼(이 말의 뜻은 칼럼을 마지막까지 읽어야 알 수 있다) <씨네21>과 함께해주시길 바란다. 노래가 끝났지만, 윤덕원씨의 원고는 격주로 계속될 예정이(라고 믿는)다.

이번호에는 윤덕원씨와 함께 격주로 <씨네21>의 지면을 빛내주었던 강화길 작가의 마지막 칼럼이 실렸다. 장르영화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칼럼의 애독자로서 아쉬움이 많다. 머지않은 시기에 또 다른 기회로 강화길 작가의 글을 마주할 수 있길 소망하며, 강화길 작가와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더불어 제26회 <씨네21> 영화평론상 등단을 통해 주기적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될 두명의 신진 평론가를 소개한다. 최우수상을 받은 김성찬씨와 우수상을 수상한 이보라씨가 그들이다. 오랫동안 <씨네21> 영화평론상의 문을 두드려온 두 평론가에게 축하를 건넨다. 김성찬, 이보라씨의 이론비평, 작품비평 전문은 <씨네21> 홈페이지에 소개할 예정이다. 앞으로 마감의 무게를 함께 짊어질 두 평론가의 활약을 기대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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