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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골 때리는 그녀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축구 선수를 좋아한 적은 있지만 축구가 재밌어 보였던 적은 없다. 하지만 요즘 수요일 밤 9시에는 한일전 때도 안 보던 축구 경기에 채널을 고정한다.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골 때리는 그녀들>이 정규 리그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남메시, 차미네이터, 박호나우딩요, 오나우딩요, 신효벽을 모르는 자 축구를 논하지 말라. 호시탐탐 상의 탈의 골 세리머니할 기회만 노리는 진공청소기 안영미, 축구의 매력에 빠져 동네 주부들과 ‘엄청라 FC’를 창단한 전문 키커 심하은 등 흥미로운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왜 이 좋은 걸 여자아이들은 안 했는지 모르겠다”라며 축구 홍보에 여념이 없는 캡틴 신봉선, 연습장 다니려고 운전면허까지 딴 송은영, 허벅지에 피멍이 들도록 연습한 이현이 등 방송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식마다 과몰입은 깊어져간다.

평균 연령 47.3살의 최고령 팀이지만 슈퍼 에이스 박선영과 탄탄한 팀워크로 왕좌를 차지했던 FC 불나방부터 최종병기 김민경 영입으로 기세를 드높인 FC 개벤져스까지, 6팀 모두에게는 각각의 서사가 있고 어느 팀 하나 마음 가지 않는 팀이 없다. 그중에서도 파일럿 리그 꼴찌라는 수모를 겪자 피멍 든 발톱을 붙들고 “2회는 언제 할 건데요? 발톱이 자라야 하는데”라며 전의를 불태웠던 FC 구척장신의 주장 한혜진은 관중의 아픈 손가락이다.

“꼴찌에겐 내일이 없다!” 등 온갖 스파르타 구호로 팀원들을 몰아붙여놓고는 막상 승부차기를 앞두자 골키퍼 아이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져도 괜찮아. 다음에 또 이기면 돼”라고 말해주는 그를 볼 때 내 눈에 흐르는 건 피? 땀? 아니 눈물이다. “모델 일의 특성은 다 개개인이 하는 일이라는 건데, 서로의 이름을 이렇게 열렬히 목이 쉬도록 외친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이게 팀 스포츠의 매력인 것 같다”라는 그의 말대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집중~” “괜찮아!” “언니!” “가자!” “때려!” 같은 고함으로 가득한 이 운동장을 보고 있으면 그들과 함께 울고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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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축구소녀>

넷플릭스

여자들의 축구 이야기에 목말라 있다면 <슈팅 라이크 베컴>과 함께 이 작품을 보자. 과학을 좋아하는 소녀 코리는 고대하던 해양 캠프로 떠나지만 도착한 곳은 엉뚱하게도 축구 아카데미고 돌아갈 방법은 없다. 여자가 축구하는 것에 대해 어떤 제약도 편견도 없는 사회에서 오로지 승리를 향해 함께 달리는 소녀들의 우정과 성장담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에도 은근히 뭉클하다.

<플레이북: 게임의 법칙>

넷플릭스

뛰어난 스포츠 지도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2부의 주인공 질 엘리스는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아 2015년 캐나다,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2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운 명장이다. 지도자로서 그의 원칙과 신념, 그리고 레즈비언으로 살아오다 커밍아웃하고 가정을 이루기까지의 인생 이야기가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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