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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남녀의 사랑이 피어났다가 시드는 과정
김소미 2021-07-09

악착같이 달렸으나 결국 막차를 놓친 네명의 도쿄 남녀가 심야의 술집으로 향한다. 자연스럽게 짝을 짓게 된 직장인 둘과 대학생 둘. 21살의 키누(아리무라 가스미)와 무기(스다 마사키)는 그렇게 처음 만난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좋아하는 음악과 소설, 문화적 취향이 천생연분처럼 닮은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어느덧 동거하는 사이가 된다.

견딜 만한 가난과 그보다 몇배는 풍성하고 향기로운 낭만이 무기와 키누를 즐겁게 하지만, 몇년 후 두 사람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관계의 냉각기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마무라 나쓰코의 소설 <소풍>을 읽으며 함께 울고 웃던 두 사람의 추억을 뒤로하고, 무기는 “나는 이제 <소풍>을 읽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라고 자조하기에 이른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평범한 남녀의 찬란한 사랑이 피어났다가 시드는 과정을 촘촘하고 구체적인 풍경으로 담아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룩주룩>을 만든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힘을 합쳤다. 경제 위기 속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가 눈앞의 사랑을 지켜내지 못한다는 스토리의 뼈대는 컨벤션에 가까우나 도쿄의 공간과 밀레니얼들의 서브컬처를 이식해 생동감 있고 아기자기한 재미들을 배가했다.

일본 멜로드라마 특유의 순도 높은 감성과 눈물, 그리고 만화적인 발랄함이 적재적소에서 빛난다.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로 청순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데 성공했던 배우 아리무라 가스미는 한결 깊고 쓸쓸한 얼굴로 등장해 어느 관계의 수명이 다하는 과정을 묵묵히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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