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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사라지는 문화, 그 속의 청춘들을 그렸다
김소미 2021-07-15

사진제공 미디어캐슬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사카모토 유지 작가가 2016년에 쓴 TV드라마 각본의 제목은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부제가 되어도 손색없을 것 같다. 일과 연애, 미래를 둘러싼 여러 가능성을 점치기 분주한 20대의 삶을 들여다보며 사카모토 유지는 꽃다발처럼 다면적이고 복잡한 이 시기의 경험이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추억이 될 거라 확신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의 각본으로 이름을 알린 뒤 일본 드라마 <마더> <그래도, 살아간다> <최고의 이혼> <콰르텟> 등에서 꾸준히 현실의 일상사를 그려온 작가 사카모토 유지와 대화를 나눴다.

-대학생 무기(스다 마사키)와 키누(아리무라 가스미)는 막차를 놓친 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오갈 데 없어진 두 주인공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심야 영업을 하는 가게에 들어가 밤을 새우는데, 그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운 도쿄 생활의 일부로 보이더라.

=이 이야기는 코로나19 이전의 시기를 그리고 있지만 사실 도쿄에서 심야까지 영업하는 레스토랑은 이미 많이 사라졌다. 그 배경 또한 잃어버린 풍경이라고 생각하며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그런 일상을 도입부에서 그렸다.

-5년간 함께하면서 점점 가치관의 괴리를 느끼는 남녀의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전작들에 비해 한결 더 담백하고 현실적인 묘사와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새로운 계기가 있었나.

=처음에는 역시나 스토리성이 강한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쓸 때는 ‘좀더 현실적으로, 좀더 현실적으로’라는 마음이 자꾸 들어서 일기와 같은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 관객과 등장인물이 일체화되기를 바랐다.

-무기가 혼자 살다가 키누가 들어와 함께 살게 된 집, 두 사람이 새롭게 찾은 보금자리 등 사랑의 공간으로서 집의 존재감이 크게 다가왔던 영화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것. 그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 중 하나가 아닐까. 거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이든 두 사람의 공간이 되는 장소는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누군가와 사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의외로 많지 않다. 처음 만나는 장소, 관계가 깊어지는 장소가 각각 다를 텐데, 나는 특히 관계가 깊어지는 장소가 식사하는 곳, 집이라고 생각했다.

-취업 관문을 어렵사리 뚫고 고된 사회생활을 하던 무기는 키누에게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라고 선언한다. 무기가 모든 것들을 제쳐두고 밥벌이에 몰두하는 사이, 키누는 여전히 좋아하던 소설을 읽고 재미있는 일을 꿈꾼다. 두 사람의 사고의 격차 속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

=영화와 문화는 밀접해 있어 서로를 보완하는 때가 있으면 반비례하는 때도 있다. 경제가 쇠퇴하면 문화 또한 쇠퇴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제를 우선하면서 문화가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이 영화에서는 어떤 쪽으로든 문화가 쇠퇴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무기와 키누는 바로 그 소용돌이 속에 있으며, 서로 조금씩 가치관이 바뀌어간다. 청춘의 삶에 돈도 중요하지만 문화는 그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더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닐까.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에게 문화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길 바란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거나 내심 답답해하는 남녀의 심리가 내레이션으로 삽입된다. 직접적인 심리묘사를 거리낌없이 쓴 것이 오히려 영화적 재미를 높였다. 내레이션을 좀처럼 쓰지 않았었는데 최근 들어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내레이션을 영화적이지 않고 설명적인 것으로 여긴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달라졌다. 영화는 그 긴 역사 속에서 이제 내레이션도 새롭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나는 모놀로그에도 인물의 말투를 살리고, 그것을 중요한 묘사 방식의 일환으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인물의 속마음을 주의 깊게, 복잡하게, 다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사람간의 많은 대화가 그렇듯 모놀로그 또한 등장인물이 관객에게 거짓말을 하듯 썼다.

-청춘의 한 시기를 통과하며 더이상 예전처럼 순수하지만은 않은 커플이 관계에서 위기를 겪는다. 이는 청춘 멜로드라마의 한 컨벤션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그 세부를 일본 고유의 서브컬처들로 채워 독창적인 인상을 풍긴다. 예를 들면 소설가 히로시 호무라, 나가시마 유, 게임 <젤다의 전설> 등이다.

=모두 취재를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취재 중 실존 인물들이 선호하는 고유명사를 과감하게 사용했다. 거기에 거짓말은 없다. 우리는 평상시에도 자신들이 지향하는 것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고유명사를 쓴다. 그렇기에 픽션에서도 고유명사를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그리는 데 있어 중요하다. 다만 모든 관객이 그 고유명사의 의미를 전부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등장인물이 자신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비밀 언어다. 일본 문화의 고유명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이 작품의 의미를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사람의 이별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이후 각자 다른 연인과 함께한 카페에서 재회하는 모습을 덧붙였다. 이전의 매우 슬픈 이별 장면에서 구태여 밝고 경쾌한 톤으로 전환해서 마무리한 이유가 있나.

=인생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그것이 슬픈 일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무기와 키누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일. 그 양쪽의 일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추억은 살아가는 양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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