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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워스' 9·11 테러, 깊은 고통 속에서도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
이보라 2021-07-16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깊은 고통 속에서도 남겨진 자들을 위한 보상은 제도와 법률의 이름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변호사 켄(마이클 키턴)은 9·11 테러로 인한 피해자 및 유족들의 보상 기금을 운영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된다. 25개월 안에 대상자 중 최소 80%로부터 서명을 받아야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이 기금은 체면치레와 입막음용에 불과한 치졸한 계획으로 비친다.

애초에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일은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상이한 케이스들을 일일이 구별하고 각각에 적확한 처우를 보장해주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날 이후 아내를 잃은 찰스(스탠리 투치)가 보상 기금의 시스템과 산출 공식을 치밀하게 비판하면서 켄과 동료들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워스>는 <나의 작은 시인에게>로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오른 사라 코랑겔로의 작품이다. 제작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마이클 키턴은 <워스>에서도 제작과 함께 주연을 맡았으며, 스탠리 투치는 비교적 적은 비중 안에서도 누구보다 선연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서로를 존중하되 필요한 비판을 엄밀하게 주고받는 켄과 찰스의 대화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워스>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켄과 동료들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의 사례를 듣는 장면이다. 제도와 조직 운영에 용이한 ‘사례’가 제각기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점점 경청할 만한 ‘사연’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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