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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진영인 사진 최성열 2021-07-20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처음은 가볍게 시작하는 연애 이야기 같다. ‘나’는 마감을 앞두고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상황에서 마침 소개팅 제안이 들어와 성북동의 찻집 수연산방으로 향한다. 마침 남자와 여자는 둘 다 이혼한 상태이고 여자가 정신과 의사여서인지 둘은 결혼과 이혼과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기 시작한다.

그 후로 몇번의 만남이 이어진다. 이들의 데이트는 바로 옆에서 숨 죽이고 지켜보는 것 같은 현실감이 느껴지는데 한남동이나 광화문 같은 서울의 지명들이 어색함 없이 등장하고 또 어떤 브랜드의 차를 타고 어떤 공간으로 이동했는지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순간순간 ‘나’가 느끼는 속마음이 노골적으로 솔직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 다급히 면도를 하고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고민을 하고 정신없이 약속 장소로 가면서 과연 우리가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게 될까 너무 앞서나가는 걸까 주고받은 문자는 몇통이나 되나 같은 생각의 흐름들이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였던 작가 이석원이 2015년에 첫선을 보인 책으로 이번에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여 수정한 개정판이 나왔다. 당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리뷰를 살펴보면 가끔 ‘불편하다’는 평이 눈에 띈다. 만남을 거듭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의 상태, 저도 모르게 깊어진 애틋한 감정과 미처 알지 못한 사정, 헤어짐에 끝내 거두지 못한 미련과 후회가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자세히 알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은 부분까지도 치밀하게 묘사되기 때문이리라.

이야기 산문집이라는 설명처럼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부터가 픽션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글을 써나가는 저자의 마음 그 자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장편소설을 냈지만 글쓰기가 과연 나의 일인지 회의가 드는 상황, 부모를 부양하는 상황에서 생활비 문제로 곤란을 겪는 현실, 나이가 들어도 미래가 손에 잡히지 않는 막연한 불안 같은 것들이 마음에 무거운 추를 매다는 듯 여운을 남긴다.

연결되기

“난 제아무리 매력이 있어도 애초부터 나랑 연결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면 본능적으로 마음이 아예 시작을 안 한다.”(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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