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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추천작 10편 ②…영화와 영화제는 계속된다
조현나 남선우 2021-07-27

*본 기사는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추천작 10편 ①…일상은 사라져도 음악은 계속된다>에서 이어집니다.

<더 컨덕터: 매린 올솝>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부터 명랑한 초대장이 날아왔다. 첫장에 적힌 슬로건은 ‘다짐: BE JOYFUL’.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의 즐거움을 영화와 음악으로 되찾자는 의지를 담은 이 문구는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도 영화와 영화제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제천을 찾은 작품에도 혼란 속에서 음악을 지속하는 이들의 사연과 마음이 저마다의 빛깔로 깃들어 있다. 성별과 인종, 국적과 전공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온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제천의 자연을 느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추천작 10편과 공연 프로그램 등을 소개한다. 5박6일간의 축제에 동행할 대표 영화인인 올해의 큐레이터, 올해의 짐페이스도 함께 전한다. 상영작 일부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웨이브(wavve)에서도 즐길 수 있다.

갈란트 인디즈 Gallant Indies

필리프 베지아 | 프랑스 | 108분 | 2020년 | 사운드 앤 비전

2019년 가을, 파리의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에서 색다른 시도가 펼쳐진다. 힙합, 크럼프, 보깅, 브레이크 댄스 등 여러 장르에서 활약하는 댄서 30여명이 18세기 작곡가 장 필리프 라모의 오페라 발레 <갈란트 인디즈>를 재해석하는 것. 가장 현대적인 춤으로 가장 고전적인 예술에 균열을 내는 이들의 행보는 의상과 무대 장치에도 혁신을 가져온다.

변화를 관찰하는 다큐멘터리는 흑인 여성으로서 혹은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국가 출신의 이민자로서 오페라 공연에 서는 심경을 비롯해 보수적인 관중의 평가에 대응하는 속내에도 귀 기울인다. 카메라가 길게 응시하는 리허설 장면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연습이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끼를 분출하는 댄서들의 열정은 어떤 종류의 혐오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불타오른다.

혐오라는 이름의 노래 A Song Called Hate

안나 힐더 | 아이슬란드 | 90분 | 2020년 | 세계 음악영화의 풍경

전쟁과 분열로 얼룩진 유럽이 음악적 교류를 통해 화합하기를 기원하며 탄생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이 대회는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유럽에서만큼은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큰 행사다. 매해 전년도 우승자의 출신지를 개최국으로 삼는 전통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특징이다. 그렇게 선정된 2019년의 지역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아이슬란드 대표로 선발된 밴드 하타리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억압에 저항하는 의미로 보이콧을 고려하지만 이내 계획을 바꿔 다른 방식의 반격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다. 징 박힌 가죽 패션으로 일관하는 밴드의 비주얼보다도 강렬한 것은 목표로 한 일을 다한 그들이 백스테이지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다.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있을 때 용기는 불안을 덜고 실체가 된다.

더 컨덕터: 매린 올솝 THE CONDUCTOR

베르나데트 베겐슈타인 | 미국 | 90분 | 2021년 |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국제경쟁

“그들이 지휘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건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다.” 세계적인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여성 지휘자들에 대해, 그것도 2013년에 던진 한마디는 충격적이라기보다 지루하다. 여성이 지휘대에 서는 것을 음으로 양으로 금해온 클래식계의 고질병을 재연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자기 영역을 개척 중인 후배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야말로 ‘섭리를 거스르는’ 언행이었기 때문이다.

<더 컨덕터: 매린 올솝>은 여성 최초로 미국 대형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매린 올솝이 어떻게 그런 과거의 망령들과 싸우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갔는지 탐구한다. 올솝이 “고통을 기회로 여기려 했다”고,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상기한다”고 말할 때 관객은 세상에 맞서 꿈을 짊어지는 방법을 엿볼 수 있다.

천 명의 락커, 하나의 밴드 We Are the Thousand

아니타 리바롤리 | 이탈리아 | 79분 | 2020년 |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국제경쟁

밴드 푸 파이터스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한곳에 모였다. 열렬한 팬 파비오의 바람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천명이 푸 파이터스의 <Learn To Fly>를 함께 연주하고, 해당 영상을 포스팅해 너바나의 드러머이자 푸 파이터스의 리더인 데이브 그롤을 이탈리아로 초청하는 것이 목표다. 음악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고, 기어코 뮤지션과의 만남까지 성사시키고야 마는 팬들의 애정과 집념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하나의 사운드로 밀집해가는 천명의 뮤지션의 전경을 담으면서도, 줌에 개별 멤버들의 스토리까지 놓치지 않고 담는다. 팀의 일원이 되어 연주했던 팬들은 이제 단순히 관객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Rockin’ 1000’이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또 다른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들의 열정이 빈틈없이 영화를 메운다.

잃어버린 얼굴 1895 Lost Face 1895

이지나 | 한국 | 148분 | 2020년 | 한국영화사는 음악영화사다 2021

1910년 8월 말, 한 노인이 한성의 천진사진관을 방문한다. 명성황후의 사진에 관해 묻는 노인에게 사진사는 왕비의 사진은 없을 거라 답한다. 극의 배경은 다시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명성황후와 고종, 흥선대원군의 갈등이 그려진다. 영화 <잃어버린 얼굴 1895>는 2013년 초연한 이후 최근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동명 뮤지컬의 공연 실황을 담았다. 명성황후의 사진이 한장도 남아 있지 않다는 데서 상상력을 이어간 이 작품은 명성황후 외에도 ‘휘’와 ‘선화’란 인물을 창조해 극을 이끌어간다. 공연 특유의 생동감은 부족하나 현장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들의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이란 소재를 액자 프레임으로 물성화해 무대 장치로 적극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며 영화, 드라마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차지연 배우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원 썸머 나잇 & JIMFF 셀렉션

밴드 <더 발룬티어스>

제천에는 음악 프로그램도 풍부하다. 한여름 밤의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대표 이벤트 ‘원 썸머 나잇’은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의림지무대에서 열린다. 가수 SOLE, 로꼬, 사이먼 도미닉, 샘 김, 그리고 백예린이 소속된 밴드 The Volunteers가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와 음악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JIMFF 셀렉션’에서는 영화의 주인공인 아티스트가 직접 공연을 펼친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 정태춘, 박은옥이 8월 15일에, <상자루의 길> 국악그룹 상자루가 국악 듀오 보부상즈와 함께 8월 16일에 관객을 만난다. 이 공연들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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