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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생각의 여름' 지금 계절에 꼭 어울리는 청량한 청춘영화
이보라 2021-08-06

시인 지망생 현실(김예은)은 문학상 공모를 위해 다섯편의 시를 써야 한다. 완성해둔 네편의 시와 달리 마지막 시가 잘 써지지 않는 와중, 이별한 연인 민구(곽민규)와의 추억이 불쑥불쑥 떠올라 쓸쓸해진다. 현실은 무기력함을 털어내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데, 마침 애매한 관계의 지인들과 차례로 마주치며 좌충우돌을 겪는다. 현실은 이들과 어색하게 인사하거나, 무람없이 고성방가를 주고받거나, 어쭙잖은 조언과 변변찮은 농담으로 서먹함을 무마한다. 이 짧은 만남들을 통과하며 그는 시작(詩作)을 위한 착상을 떠올린다.

<생각의 여름>은 지금 계절에 꼭 어울리는 청량한 청춘영화다. 여름의 계절감을 오롯하게 전달하는 맑은 화면과 색채가 돋보인다. 영화는 현실이라는 청년을 통해 ‘지망생’들의 무료한 듯 빠듯한 일상을 무겁지 않게 묘사한다. 특별한 사건보다는 나른한 사색과 대화의 시간, 생활감이 묻어나는 소품과 공간 등에 집중함으로써 현실의 일상을 지그시 따라간다. 각 인물과 현실이 만나는 상황들은 분절된 에피소드처럼 나열되는데, 막간마다 내레이션을 통해 시가 등장하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작금의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황인찬의 시들을 차용해 보이스 오버로 낭독한 점이 흥미롭다. 귀한 시 다섯편을 들을 수 있다는 설렘을 선사하는 반면, 문장들을 시적 긴장이나 상상력 없이 영상화한 시도는 다소 경직되어 보인다. 시를 영화의 주요한 모티프로 발전시키는 방향보다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은 시들에 한껏 기대기를 택한 인상이다. 오히려 소소한 유머와 익살이 영화에 활력을 더하며 이목을 끈다. 배우 김예은, 곽민규는 습기 찬 여름만큼이나 찝찝한 전 연인 사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상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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