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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영화 '파비안' 1931년의 베를린은

에리히 케스트너의 동명 소설 영화화한 도미닉 그라프 감독의 <파비안>

<파비안>

도미닉 그라프 감독의 화제작 <파비안>이 7월 초에 개봉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야외 영화관이나 대형 극장에서만 상영 중이다. 에리히 케스트너의 소설 <파비안>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나치 집권 2년 전, 바이마르공화국 시절인 1931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다. 문학 박사 출신 파비안(톰 쉴링)은 낮엔 베를린 담배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밤엔 절친 라부데와 함께 재즈 클럽, 바, 아틀리에를 종횡무진하며 베를린의 밤의 세계를 누빈다. 파비안이 바에서 만난 코넬리아는 법학도이면서 영화배우를 꿈꾸는 여성이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코넬리아는 결국 출세를 위해 떠난다. 게다가 직업도 잃고, 마음이 통했던 유일한 친구도 어이없이 잃는다. 러닝타임이 세 시간 가까운 이 영화의 근저에 깔린 감정은 사랑의 고뇌다. 감독은 내레이션과 대사 곳곳에 원작 텍스트를 녹여내며, 멜랑콜리하지만 비판적인 주인공의 관찰자적 시선을 견지한다.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는 그라프 감독의 영화 만듦새에 대해 “흑백, 무성영화, 유성영화, 흐릿한 8mm 필름부터 극사실주의적 HD 화면을 바꿔가며 노련하게 보여주는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오마주”라고 극찬했다. 그라프 감독은 “원작이 영화 찍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에리히 케스트너가 말하듯, 이 소설은 드라마틱한 플롯보다는 분위기, 길, 인물에 대한 설명 위주여서 영화로 표현하기에 딱 좋았다”라고 밝혔다.

그라프 감독은 영화를 구상할 때부터 주인공 파비안 역에 톰 쉴링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10년 전 얀 올레 게르슈터 감독의 데뷔작 <오 보이>에서 베를린의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하루를 보여줬던 톰 쉴링의 10년 후 버전을 <파비안>에서 만날 수 있다. 1952년생인 그라프 감독은 TV드라마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며 독일 TV예술상인 그리메상을 10회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세번이나 작품을 올렸지만 수상엔 실패했다. <파비안>도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 후보로 회자됐지만 결국 경쟁부문 참가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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