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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대담해지기 위해서는 쇼킹해야 하고 불편해야 한다
안현진(LA 통신원) 2021-08-12

소름 돋는 반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올드>는 열대 휴양지 리조트에 놀러간 가족들이 찾은 한적한 해변을 무대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해변을 찾은 사람들은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할 새도 없이 급속한 노화를 경험한다. 프레데릭 피터스와 피에르 오스카 레비의 그래픽노블 <샌드캐슬>을 원작으로 한 <올드>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을 개봉을 앞둔 7월 11일 버추얼 인터뷰로 만났다.

-원작인 그래픽노블 <샌드캐슬>을 딸로부터 선물받고 읽게 됐다고 하던데. 어떤 이유에서 영화화를 결심했나.

=맞다. 아버지의 날에 선물로 받았다. 아이들은 나의 감성을 아주 잘 알고 있어서 종종 내게 책을 선물로 준다. 범죄학책일 때도 있고 철학책일 때도 있다. 내가 그래픽노블을 좋아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샌드캐슬>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었다. 캐릭터들에게 닥친 실존주의적 위기를 다루고 있는데 내 흥미와 딱 맞아떨어졌다.

-첫 예고편이 나올 때까지도 영화의 결말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다. 영화의 결말을 매듭짓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려웠나.

=오늘만 세 번째 듣는 질문인데, 사실이 아니다. 왜 이런 소문이 시작됐는지 나도 궁금하다. 진짜 있었던 일은 이렇다. 원작인 <샌드캐슬>은 결말이 없는, 일종의 오픈엔딩의 이야기다. 그런데 어떤 장면인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그래픽노블에서 보여지는 몇몇 장면에서 기둥이 되는 이야기 뒤로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암시가 있었다. 내 마음은 그 장면들이 무엇을 암시하고 있을까 계속 궁금했고, 그래서 문제의 해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적어내려갔다. 영화는 원작에 대부분 충실하게 만들어졌는데, 원작의 열린 결말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그 해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일어나는지를 생각하고 나서 찾아왔다. 그런데 <올드>의 결말은 하필이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타이밍과 만나 파워풀하고 아이러니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 마치 내가 팬데믹의 영향을 받아서 쓴 이야기 같지만, 실은 그보다 이전에 각본이 완성됐다. 아니면 그 소문이 나온 다른 이유는 아마도 내가 편집을 마지막 1초까지 놓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더 비지트> 이후 저예산영화를 선호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예산영화를 선호하면서 끝까지 편집을 놓지 못하고 완벽주의를 고수하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유는 아마도 여러 가지일 거다. 우선, 이야기꾼으로서 나는 매우 많은 것을 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감독으로서 나는 잘 준비되어 있기를 원하며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고 마감과 예산을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 둘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모든 작업을 미니멀하게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영화가 투자한 예산만큼 벌어들일 수 있도록, 가능하면 최소한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미니멀하게 만든 영화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매우 대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담해지기 위해서는 쇼킹해야 하고, 불편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만들려고 하는 이런 영화들은 2억달러, 3억달러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가 되기엔 부적합하다. 파트너들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올드>의 제작비 수준에서 영화를 만들면 다른 영화들과 구별되는 도발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캐스팅도 자유롭다. 선한 역할만 하던 배우를 악역으로 캐스팅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저예산영화는 이런 점에서 자유롭다. 그리고 말한 것처럼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예산이 정해져 있으면 도움이 된다. (웃음) 나는 관객이 영화관에 갈 때 마블 영화가 보여주는 것 같은 스펙터클을 기대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위해 극장을 찾는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영화가 그런 경험에 맞다고 생각한다. 여름 극장가에서 경쟁할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올드>가 가진 무기는 독특함이다.

-샤말란 영화라고 하면 반전을 기대하게 마련인데, 플롯 트위스트의 대가로서 효과적인 반전, 좋은 반전을 알아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말하는 반전이라는 표현과 내가 의도하는 영화적 장치가 정확하게 부합하는 건 아니지만, 내 영화를 보고 반전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알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건 스토리텔링의 구조다. 이야기를 가장 재밌게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림의 한 부분을 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결국에는 그림 전체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다. 호숫가에 서 있는 여자를 보여줬는데, 나중에 보여주는 큰 그림도 호숫가에 서 있는 여자라면 재미있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그림이 되는 게 재미있을까? 큰 그림을 보니 여자는 호수를 보며 행복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고 그 옆에는 여자에게 총을 겨눈 남자가 있다면? 이 메타포는 지금 내가 막 만들어냈지만, 가까이서 보면 로맨틱한데 멀리서 보면 비극인 이야기가 있다. 큰 그림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는, 전체의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알려주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올드>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관객이 알아보며 재밌어할 것 같은데 직접 출연하게 된 이유는.

=영화감독으로서 나의 뿌리는 미국 동부에 있다. 스파이크 리, 우디 앨런 등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며 보여주는 유희적인 순간에 대해 늘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인디영화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이런 재미는 정말 놀랍다. 특히 스파이크 리 영화 속의 조금은 다른 인물들을 보면서 사물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나는 카메오 출연을 좋아한다. 잘못된 타이밍에 나타나면 관객의 주의를 분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 <올드>는 열대 휴양지가 배경이기 때문에 인도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는 분위기였다. 로케이션이 제공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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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