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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디스터번스
2002-05-21

시사실/디스터번스

■ Story

보트 제작자 프랭크(존 트래볼타)는 전처 수잔(테리 폴로)이 도시에서 온 부자 릭(빈스 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결혼식날 릭의 친구라는 레이(스티브 부세미)가 나타나고, 그는 릭의 주변을 맴돈다. 얼마 뒤 수잔의 임신 사실을 안 아들 대니(매튜 오리어리)는 화가 나 집을 뛰쳐나와 우연히 릭의 차 안으로 숨는다. 차 안에서 릭이 레이를 살해하는 장면을 몰래 본 그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도리어 릭을 감싼다.

■ Review 수상쩍은 인상의 레이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영화는 원제 그대로 ‘가정 불화’에 관한 이야기로 보였다. 하지만 레이가 릭의 과거를 들춰내면서 협박을 하면서 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능선을 타기 시작한다. 릭이 레이를 살해하는 장면을 본 대니는 경찰을 부르지만 평소 경찰서를 밥먹듯 들락거렸던 이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없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은 대니가 새아버지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이야기를 꾸며냈다고 믿는다. 오직 한 사람, 아버지 프랭크만이 대니의 말을 믿으려 노력하고 릭을 추적한다.

<디스터번스>는 히치콕의 서스펜스 개념에 입각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다. 식탁 밑의 시한폭탄을 보여준 뒤 두 사람이 즐겁게 식사하는 장면을 비추듯, 영화는 릭이라는 공포스런 존재를 드러낸 뒤 그로부터 위협받지만,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주변 인물을 담아낸다. ‘너무 많이 아는’ 소년을 제외하면 모두 릭이라는 시한폭탄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배경이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평화로운 바닷가라는 점도 서스펜스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마이클 세레신의 카메라는 햇빛 가득한 이 마을의 낮풍경과는 대조적인 어둠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다. 완전범죄의 음모와 협박이 꼬리를 무는 밤의 실루엣은 이곳의 진실인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음양이 뚜렷한 플롯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아무리 CSI가 아니라 시골 경찰이라지만 불탄 시체를 감식해내지 못한다든가, 차 안에 남아 있을 혈흔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은 억지에 가깝고, 살인이 있던 날 대니가 굳이 릭의 자동차 안으로 숨어들거나, “내 아들은 내게 한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대사 하나만으로 프랭크가 릭을 뒤쫓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게을러 보인다. 또 이 영화는 새아버지 또는 현재적 의미의 가족제도- 재혼가정- 에 대한 공포를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대니는 아버지의 재혼은 묵인했지만 어머니의 재혼에 대해서는 완강히 거부의사를 보이며, 새아버지에 대해서만큼은 매우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이혼녀에 대한 괴이한 순결주의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랑의 파도> <시티 홀> 등 괜찮은 장르영화를 만들어온 해럴드 베커는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었다.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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