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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박태훈 CEO…생존에서 성장으로, 전세계 1억명 구독자 꿈꾼다
남선우 사진 오계옥 2021-09-16

10주년 맞은 왓챠의 박태훈 CEO

디즈니+, 애플TV+ 등이 한국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왓챠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11년 9월 프로그램스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왓챠가 올해 9월 10주년을 맞기까지 쉴 새 없이 들어온 질문이다. 왓챠의 대답은 한결같다. 개인이 데이터 기술을 통해 콘텐츠에 연결되고,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왓챠에 계속 머무르지 않겠냐는 것이다. 2012년 8월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현 왓챠피디아)를 베타서비스로 출시하고, 2016년 1월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현 왓챠)를 출시한 왓챠는 지금껏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플랫폼을 추구해왔다. 현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왓챠는 다양성이라는 키워드가 관객을, 그리고 왓챠를 구할 것이라 믿고 있다.

10주년을 맞아 만난 박태훈 왓챠 대표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쓴 표현은 ‘글로벌리’(globally). 세계적 기준에 다가가기 위해 유저들의 데이터를 들여다본다는 그는 한국 1등보다 아시아 1등 OTT를, 10년 안에 전세계 1억명의 구독자 확보를 꿈꾸고 있다.

-지난 1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콘텐츠 업계와 대중 모두 본격적으로 OTT에 주목했다. 각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 중인데, 왓챠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210% 성장해 약 3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는 연 평균 190% 정도씩 성장했는데 그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유저들의 서비스 이용 시간이 많이 늘었다. 이런 성장세에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친 것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신작이 덜 나오고 있다는 마이너스도 있다.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많은 분들이 왓챠를 걱정하는데, 사실 그런 걱정은 3, 4년 전부터 꾸준히 받아왔다. (웃음) 우려와 관계없이 유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싶다.

-왓챠는 팬데믹 시대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시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보며 실시간으로 채팅할 수 있는 ‘왓챠파티’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데, 지난 7월 기준으로 3개월간 열린 누적 파티 수가 32만개, 채팅 메시지만 3500만개를 자랑한다. 이용자의 48%가 왓챠파티를 사용해봤다는 수치도 놀라웠다. 이병헌 감독, 주호민 작가, 배우 한예리 등을 호스트로 초청해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왓챠파티는 어떻게 기획했나.

=왓챠는 OTT 중 유일하게 왓챠피디아라는 소셜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왓챠피디아에서 소통하는 유저들이 왓챠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등 지표가 좋더라. 이런 유저들에게 좀더 니치한 경험을 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 왓챠파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으로 제공해봤는데, 사용자 수는 적었지만 반응이 무척 좋았다. 올해 상반기에 빠르게 개발해서 베타 버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여러 영화 관련 오프라인 행사들이 취소되는 상황이라 더욱 호응을 얻는 것 같다.

-무엇보다 최근 왓챠가 시네필들을 가장 설레게 한 뉴스는 칸국제영화제 수상작 수입 소식이었다. 올해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 감독상 수상작 <아네트>를 비롯해 <애프터 양>을 수입했다.

=세 작품 다 영화제 개막 전에 수입을 확정지었다.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은 비경쟁부문 작품이라 수상 대상은 아니었고, <티탄> <아네트>가 상 받기를 기도했는데, 다행히도 좋은 평가를 받아서 회사가 잔치 분위기였다. 사실 이전부터 칸, 베를린, LA 등의 필름마켓을 다니면서 “작품이 좋다고 수입하면 안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마케팅비를 쏟아부어도 적자날 게 빤한 영화들이 있다는 거다. 그런 작품을 적극적으로 수입해 영화를 좋아하는 왓챠 유저들이 불법적인 경로나 복잡한 절차 없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티탄> <아네트> 모두 올해 하반기에 극장을 통해 먼저 공개할 것 같고, <애프터 양>은 미국과 개봉 시기를 맞추기 위해 조율 중이다.

-칸에서 다른 이슈도 있었다. 필름마켓에 연사로 초청받아 ‘한국을 사로잡은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타이틀 아래 해외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발표했다. 어떤 내용을 이야기했나.

=독립된 형태로 OTT를 운영하는 업체가 세계적으로 왓챠와 넷플릭스뿐이다. 방송사, 영화사, 통신사 등이 투자해 만든 플랫폼이 대부분이다. 칸에서 섭외 요청이 왔을 때도 그 부분을 강조하며 우리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지 궁금하다고 하더라. 최근 세계적으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하고. 그래서 우리의 비전과 성장을 전세계 미디어업계 종사자들 앞에서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열심히 영어 연습을 했다. 다행히 청자들이 잘 알아들은 것 같다. 발표 중에 속보로 <티탄> 수입 소식이 외신에 보도되더라. (웃음)

-독립예술영화를 꾸준히 수입하는 한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트하우스 관객의 필수 OTT와 같은 이미지로 자리 잡은 왓챠가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제작 소식을 알렸을 때는 의외이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는 한국의 프로스포츠 구단 중에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팬덤을 가진 팀이다.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상징적인 문구도 있지 않나. (웃음) 그동안의 데이터를 들여다봤을 때, 이 팀의 이야기가 우리 유저들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지난해 한화는 리그 역대 최다 패로 꼴찌를 했다. 선수들의 평균 연령도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선수들의 은퇴와 방출을 겪으며 올해는 가장 젊은 선수단이 됐다. 새로 온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구단 최초로 선임된 외국인 감독이다. 이런 스토리를 가진 팀이 리빌딩해서 새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굉장한 드라마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화 이글스와 미팅을 마친 지 3주 만에 수베로 감독의 첫 출근 날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찍을 예정이다. 내년 1분기 중에는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밖에도 하드컷과 공동제작하는 배우들의 단편 연출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티캐스트와 공동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 <노는브로>, 유튜버들과 협업한 웹드라마 <좋좋소> 등 장르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 제작에 나서고 있다. 왓챠가 어떤 기조 아래 오리지널 콘텐츠 프로덕션을 진행하는 건지 궁금하다.

=나도 궁금하다. (웃음) 그동안은 스타트업으로서 생존이 가장 중요한 어젠다였다. 이제는 생존보다 어떻게 잘 성장할 것인가가 화두다. 우리 회사에는 기존 방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에 부담이 없다. 지금보다 OTT가 훨씬 더 대중화된 미래를 떠올리며, 그때의 모습에 맞는 정답을 빨리 찾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유저들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과감하게 새로운 방식과 영역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오리지널을 만든다면 영화보다는 시리즈물에 무게가 실릴 것이며, 영화를 만든다면 극장 개봉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왓챠 오리지널 영화로 예고된 작품은 ‘제1회 왓챠 시리즈 각본 공모전’ 대상작인 <공단>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단>의 진행 상황과 영화와 시리즈 개발에 차별화된 왓챠만의 전략이 무엇인지도 듣고 싶다.

=<공단>은 공모전 수상 작가와 논의해 영화로 준비 중이다. 아직은 프리프로덕션 단계다. 사실 시리즈는 영화관에서 전편을 틀 수 없지 않나. 60분짜리 16화라면 방송국에서는 틀어줄 수 있지만 우리가 그런 형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만 영화는 영화관에서만 줄 수 있는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소비하려는 관객이 많을뿐더러 창작자 입장에서도 영화관 상영을 선호한다. 그것이 기존의 룰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가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하면 극장에서 먼저 상영하지 않을까 싶다.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은 곧 HBO맥스, 디즈니+, 애플TV+ 등의 한국 진출에 대응하는 자세와도 연결된다. 해외 OTT들의 국내 서비스 실시가 “각 플랫폼의 오리지널을 빼곤 전부” 들여오는 롱테일 전략을 구사해온 왓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해외 플랫폼을 봐도 전체 서비스 작품 중 오리지널 작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리고 국가별로 다른 방식을 택해 작품을 공개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작품이라 해도 우리가 수급할 여지가 있다. 지금도 왓챠 익스클루시브 작품에는 HBO 오리지널, 훌루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많다. 그리고 미국 플랫폼이 들어오면 미국 콘텐츠가 더 메인인 플랫폼들끼리 경쟁하지 않을까. 우리는 국가를 따지지 않고 최대한 많은 콘텐츠로 롱테일을 갖추고, 어떤 취향을 가진 유저가 들어오든 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추천 서비스라는 포지션을 계속 잘 가져가고 있고, 다행히 그 전략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왓챠 또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일본에 이어 올해 동남아 시장에 왓챠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에서 론칭할 계획을 갖고 있나. 일본에서의 반응도 궁금하다.

=1차 후보군을 마련했고, 어느 나라로 진출할지는 계속 고민 중이다. 2020년과 2021년에 출장을 많이 다닐 예정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년에는 좀더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순서를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는 국가별 콘텐츠 권한의 차이로 한국보다 많은 콘텐츠를 서비스하진 못하지만 지표는 여전히 좋다. 왓챠피디아만 운영할 때도 한국에서의 1인당 지표보다 일본에서의 1인당 지표가 더 좋았다. 그렇다보니 왓챠도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일본 콘텐츠가 우선적으로 소비되지만, 동남아는 한국 콘텐츠를 매우 선호하기도 해서 동남아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언젠가 아시아 1등 OTT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1등보다 아시아 1등에 더 관심이 많다.

-음악과 웹툰 사업으로의 확장도 모색 중이다. MBC 자회사 블렌딩을 흡수합병했고, 음원 유통 사업 ‘왓챠뮤직퍼블리싱’을 시작했다. 오리지널 웹툰 제작을 위한 채용 공고 또한 확인했다. 웹툰 제작으로 IP를 확보하고 이를 다시 영상 콘텐츠로 확장할 계획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모든 걸 개인화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음악도 당연히 개인 맞춤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었다. 현재 왓챠피디아에서 영화, 드라마, 도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음악 추천도 시작할 예정이고 점차 웹툰, 웹소설, 게임 등 다양하게 추천 영역을 늘려갈 생각이다. 특히 고퀄리티의 완결 웹툰, 웹소설이 연재작들에 비해 소비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영상물도 늘어가는 와중에 우리도 웹툰에 체계적으로 접근해보려 한다. 도서 같은 경우는 추천 이외에 딱히 추가적으로 해볼 게 없었지만, 음악과 웹툰은 추천 서비스와 더불어 왓챠만의 혁신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11년 프로그램스에서 지금의 왓챠까지 10년이 됐다. 지난 10년을 돌아본다면.

=처음 사업할 때는 10년 하면 안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부터 15년은 더 해야 하지 않을까. 15년 더 이 회사에서 일하고 이 회사에서 은퇴하는 게 내 목표다. (웃음) 10년 동안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왓챠는 이래서 안돼, 이래서 망할 거야.’ 걱정을 많이들 해주셨는데, 생각보다 기술로 이 시장에 접근하는 시도가 별로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볼 만한 게 많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왓챠는 이래서 안된다’는 말을 종종 들을 텐데.

=SBS가 처음 생길 때만 해도 KBS와 MBC가 있는데 어떻게 살아남느냐고 했었다. (웃음) 우리는 매년 두배씩 성장하고 있는데 미래가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답답하다.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할 때는 미래를 잘 알기 쉽지 않다. 4년 전 기사를 봐도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안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쓴 내용이 굉장히 많았다. 지금 보면 아주 재밌다. (웃음) 그런 걸 보면, 요새 왓챠를 걱정하는 기사들도 미래에 읽으면 재밌지 않겠나. 10년 안에 전세계적으로 1억명의 구독자를 모으는 게 목표 중 하나다. 걱정보다는 응원과 홍보를 부탁드린다.

-다음 질문에 대한 답도 15년 후에 보면 재밌을 것 같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을 때 면접 지원자들에게 늘 싫어하는 것을 묻는다고 말했다. 박태훈 대표가 요즘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코로나19가 싫다. 그것 때문에 못하는 게 너무 많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50명이던 직원이 올해 200명으로 빠르게 늘었는데 모일 수가 없어 각자 음식을 놓고 화상으로 랜선 회식만 했다. (웃음) 콘텐츠 업계도 지금 너무 어려운 상황인데, 창작물의 다양성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 그건 우리의 비전에 역행하는 것이니 빨리 코로나19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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