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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부터 <헤어질 결심> 사이, 박찬욱 감독의 카메라에는 무엇이 담겼나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1-09-14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첫 개인 사진전 ‘너의 표정’

시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영화인들에게 사진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었다. 크리스 마르케는 사진을 재료로 영화를 만들었으며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는 자신의 영화 세계를 담은 폴라로이드를 남겼다. 래리 클락은 10대들의 서브 컬처 사진을 찍다 <키즈>를 만들었다. 박찬욱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복수는 나의 것> 즈음부턴 카메라와 떨어져 지낸 적은 없다는 그가 10월1일 부산 국제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 사진전 <너의 표정>을 연다. ‘사진가 박찬욱’이 익숙지 않거나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갈 예정인 관객이 들르기 좋은 장소다.

박찬욱 감독의 사진 작업은 영화를 찍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 “아버지께서 취미로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잘 찍으셔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졌다. 아버지의 아사이 펜탁스 카메라를 갖고 놀곤 했다.” 학부 전공으로 영화를 택하진 않았지만 영화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애정은 여전했고, 영화 동아리가 없어 대신 사진 동아리에 가입했다. “미술도 하고 싶고 영화도 하고 싶었는데 이도 저도 안되니까 비슷한 매체인 사진에 끌렸다. 거리를 다니면서 소위 거리 사진(street photo)을 많이 찍었다. 당시에도 내 렌즈는 동네 골목, 인물이 찍히더라도 멀리 있는 풍경,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구도와 자세의 인물에게 자꾸 향했다.”

철저히 프리프로덕션을 하는 스타일로 알려진 박찬욱 감독이 우연의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몇십, 몇백명의 스탭들이 공동 작업하는 만큼 몸이 무겁고 결정에 따르는 책임감도 크지만, 사진은 아무에게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오늘 카메라를 들고 나갔는데 아무것도 못 찍고 돌아와도 오늘 못 찍으면 내일은 뭔가를 맞닥뜨리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 참 좋다.” 그렇다고 사진을 가벼운 취미 정도로 치부하진 않는다. “사진은 영화보다 오히려 내 일상에 더 밀착해 있다. 영화는 날 잡아서 각본 쓰고 편집하지만 카메라는 내 몸 가까이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 카메라를 든 나는 어디를 가도 촉각이 곤두서 있고 뭔가를 만나 놀랄 준비가 돼 있다. 그렇기에 나에게 사진은 영화와 다른 속성을 가진 대등한 직업이다.”

이번 전시의 사진들은 박찬욱 감독이 <스토커>부터 <헤어질 결심>을 만드는 기간에 걸쳐 찍었으며, 그가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한 시점 이후의 작품들이다. “그렇게까지 아름다운 절경이랄까 그런 건 없다. 의아해할 만한 풍경과 사물들의 사진인데 그것이 어떤 날씨와 계절, 하루 중 시간대, 태양광 상태와 구름에 따라 거기에 더해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에 따라 절묘하게 특별함을 드러낸다. 사는 동네를 산책해도 매일 다니는 길에 어제 못 본 사물이 있고 5년 동안 보아온 똑같은 장소에서 낯선 풍경과 마주치기도 한다. 하필 그 순간에 내가 거기 있었고 목격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내겐 큰 사건으로 느껴지고 남에게 함께 음미하자고 제안할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사진전에 걸릴 일부 작품들과 그에 관한 박찬욱 감독의 코멘트는 <씨네21> 1323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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