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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소년병' 리용자오 감독, “청년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싶었다”
배동미 2021-09-14

“사람은 선하게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 그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가 다시 나쁜 사람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리용자오 감독은 2019년 미얀마 북부 카친주에 있는 약물중독 치료 센터에서 스스로를 ‘나쁜 남자’라고 말하는 청년을 만난다. 청년의 이야기에 따르면 폭발적인 성격으로 인해 그는 가족에게 공포스러운 존재였고, 군대에서는 냉혹한 상사였다. 그리고 그는 40~60명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청년의 잔혹한 모습과 그가 저지른 악행을 고려할 때 그는 분명 악인이지만, 그가 살아온 복잡한 삶의 궤적을 돌이켜보면 선뜻 손가락질하기 어려워진다.

미얀마의 소수민족 카친족인 청년은, 2011년 미얀마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카친독립군에 강제 입대해 무장봉기에 참여했다가 왼쪽 다리를 잃었다. 한달에 30달러(약 3만5천원)를 받고 복무한 결과였다. 카친족의 독립 요구와 분쟁은 미얀마 땅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일이다. 미얀마인의 다수인 버마족은 불교를 믿고 미얀마어를 쓰지만, 소수민족인 카친족은 기독교를 믿고 카친어를 쓰고 있다. 그 자신도 카친족인 리용자오 감독은 “미얀마에는 버마족과 카친족 등 다양한 인종이 있고, 인종과 종교의 차이는 차별의 근거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리용자오 감독의 화법은 에둘러 가는 법이 없다. <미얀마의 소년병>은 시작한 지 5분 만에 청년이 의족을 벗고 잘린 다리를 씻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식사를 챙기고, 예배를 드리는 등 청년이 하루를 꾸려가는 모습과 과거를 회고하는 깊은 인터뷰를 교직하면서 그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영화의 초반 그가 처한 전체적인 상황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대신 그의 잘린 다리를 단 한번만 노출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한 뒤, 영화의 마지막에 다리를 잃은 날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리용자오 감독의 카메라는 여러 각도에서 잘린 신체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클로즈업하지 않으며,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는 “청년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싶었다”.

<미얀마의 소년병>은 첫 장편다큐멘터리 <블러드 앰버>로 부산국제영화제와 로카르노국제영화제를 찾았던 리용자오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리용자오 감독은 2년 동안 카친주에 머물면서 직접 카메라를 잡고 주인공 청년과 아름다운 미얀마 북부의 풍경을 담아냈다. 편집까지 그의 몫이었다. 연출, 촬영, 편집을 모두 맡는 건 단편 작업 때부터 그가 고수해온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원칙”이다. 그는 “촬영 초반에는 녹음을 돕거나 나를 도와줄 사람들과 함께하지만, 촬영이 계속되면 최소한의 인원만 두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리용자오 감독은 카친주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대학을 나왔다. 두개의 장편 모두 카친족을 담았던 그에게 차기작 계획을 물었다. “가능하다면 고향인 미얀마에 다시 돌아가서 그곳의 삶을 담고 싶”지만 최근 미얀마에 벌어진 군부 쿠데타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어 그는 덧붙였다. “대만에 머무르고 있고 당분간은 대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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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