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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 극영화 '너를 안고' 정윤철 작가·감독, "물 밖에서 시작된 어둠"
김소미 사진 오계옥 2021-09-24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대상 <너를 안고>

2021년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대상의 영예는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 <대립군> 등으로 잘 알려진 정윤철 감독에게 돌아갔다. <너를 안고>는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을 주도한 민간 잠수사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참사 이후 동료 잠수사의 죽음에 책임 소재를 묻는 국가에 의해 재판까지 받아야 했던 과정의 아픔을 그린다. 주요 인물의 모티브가 된 고 김관홍 잠수사 유족의 동의를 얻은 후 쓰여진 작품이다. 김관홍 잠수사는 신체적 후유증,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겪다가 2016년 6월 세상을 떠났다.

-<대립군> 이후 뜻밖의 새로운 소식이다. <너를 안고>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영화사를 통해 김탁환 작가의 원작 <거짓말이다>를 소개받고 처음에는 시나리오 컨설팅 역할로 함께했는데 어느새 점점 더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나더라. 원작 소설은 르포르타주식으로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구조를 취하는데, 여기서 어떤 이야기를 중심 뼈대로 잡아 스토리텔링을 할지가 중요했다. 현실적으로 시각화하는 데 상당한 예산이 필요한 작품이었기에 대중영화의 틀 안으로 이야기를 가지고 들어오는 작업이 필요했다.

-<너를 안고>는 자발적으로 참사 초기부터 물속에 뛰어든 민간인 잠수사들의 구체적인 삶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들은 현장에 직접 참여한 당사자인 동시에 객관적인 관찰자이기도 했다. 트라우마란 현장을 수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남기 마련이다. 그것이 사회적 참사의 본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경험한 상처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민간인 잠수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 중 작가로서 특히 주목한 지점은.

=실제 잠수사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수습 과정의 고통보다도 동료 잠수사의 죽음을 책임지기는커녕 이들을 법정에 세운 국가의 태도였다. 해양경찰이 민간인 잠수사를 형사고발한 사건(2014년 8월 26일 검찰은 민간 잠수사 중 최연장자였던 공우영 잠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해경은 같은 해 5월 수색 작업 중 사망한 이광욱 잠수사의 죽음이 민간 잠수사 책임이라고 주장했으나 2015년 공잠수사는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을 중심에 놓고 재판 과정을 법정 드라마로 풀어낼 예정이다.

-랜턴을 달아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손으로 더듬어가며 구조했다고 알고 있다. 잠수사 영화라는 점에서 참사 현장이 시각화되리란 예상이 가능한데 우리가 아직 그 모습을 볼 준비가 되었는지 걱정도 든다.

=6천t짜리 배 안은 어두컴컴한 미로 같았을 것이다. 그곳에 혼자 들어가서 시신을 안고 나오는 작업을 우리가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나. 장비에 의존할 수 없어 구조자와 피해자가 일대일로 신체를 맞대고 현장을 빠져나온다는 점이 다른 사회적 참사와 비교했을 때 드물고 고통스러운 지점이라 느꼈다. 민간인 잠수사들은 그런 방식으로 272인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것을 마주하고 제대로 보는 일이 중요한 애도 과정이자 진실의 조각을 완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썼다.

-제목의 의미를 알겠다. 시나리오를 마무리한 상황인데 향후 연출까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시각화 면에서 윤리적인 고민이 더 필요하다. 이 부분은 앞으로 바뀔 여지가 많다. 재현을 할 것인가 하는 것도 아직은 고민거리다. 현장 그 자체보다는 참사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자국들에 집중하고 싶다. 소방관들의 우울증 등 세월호 참사를 넘어 여러 재난 상황에서 일하는 분들의 상황까지 가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 첩첩산중이지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많은 응원을 받은 기분이다. 내년 초까지 캐스팅에 집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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