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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버지의 길' 자식과 같이 살기 위한 아버지의 무전여행기
남선우 2021-09-24

무엇이 부모를 부모답게 하는가. 슬로단 고르보비치 감독이 “현대의 시시포스 같은 인물”이라고 소개하는 주인공 니콜라(고란 보그단)는 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다. 실직 후 일용직을 전전하는 그는 오직 아이들을 향한 사랑으로 가족을 지키는 중이다. 그러나 빠듯한 생활에 지친 아내는 분신자살을 시도한다. 아내는 목숨을 건지지만 사회복지센터는 아동 긴급 보호조치를 취한다. 이후 니콜라는 위탁가정에 맡겨진 남매를 되찾으려 하나 센터장은 니콜라의 불안정한 수입 등을 이유로 아이들을 돌려보낼 수 없다고 한다. 이를 야속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던 니콜라는 세르비아 중앙정부가 있는 베오그라드까지 가서 직접 장관을 만나기로 한다.

<아버지의 길>은 빈곤한 개인이 부패한 조직에 대응하는 드라마이자 자식과 사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무전여행기다. 그 여행은 신체적 고통과 공감에의 갈증으로 점철돼 있다. 카메라는 니콜라에게 차를 태워주는 트럭 운전자, 쉴 곳을 내주는 마트 점원, 음식을 건네는 시민 등 익명의 손길들 또한 비춘다. 그중 니콜라가 폐가에서 만난 개와 나누는 한밤의 우정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찰나로 기억된다. 영화는 그런 순간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양육자의 조건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적 시스템이 이를 판단할 수 있는지 묻는다.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관객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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