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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빌뇌브 감독이 말하는 <듄>의 5가지 ‘영화화’ 포인트
김현수 2021-10-06

더 크게, 더 섬세하게, 새로운 오리지널로

<그을린 사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통해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과 범죄의 소용돌이를 파고들던 드니 빌뇌브 감독은 최근 우주와 미래로 눈을 돌려 <컨택트>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를 리메이크한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을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블레이드 러너 2049>에 이어 이번 영화 <>도 소설이 원작이며 이미 한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현재까지 2천만부 이상 팔릴 정도로 뛰어난 원작 소설 <>의 오리지널리티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SF 영화와 드라마, 그래픽노블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과 <블레이드 러너 2049> 모두 리메이크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드니 빌뇌브 감독은 선배 거장 감독들이 거쳐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보는 작업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그가 어릴 때부터 즐겨 봤던 SF소설이 지닌 힘을 자신만의 영화언어로 새롭게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데이비드 린치 감독 버전의 <>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난 영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을 다시 한번 재창조하고자 했던 드니 빌뇌브만의 비전이 궁금했다. 그가 직접 소개하는 <>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 린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고전으로 돌아가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을 “아직 어떠한 영상화 작업도 되기 전인 어릴 때” 처음 접하고 단박에 매료됐다. 특히 우주에서 가장 신성한 물질이자 유일한 생명의 원천인 ‘스파이스’와 그것의 생산지인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지금의 생태계과 식민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의 세계관에서 중요한 물질인 스파이스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초인적인 사고를 제공하며 빛보다 빠른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드니 빌뇌브 이전에 가장 먼저 <>을 영화화하려고 시도했던 사람은 1970년대에 활동했던 칠레의 알레한드로 호도로프스키 감독이다. 그는 스파이스가 초자연적이면서 신성한 영성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라 여겨 현실에서의 마약과 엮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이어나가려 했다. 그의 기획은 실패했지만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뒤이어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제국의 암투에 휩싸인 주인공 폴이 처한 운명과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혁명 서사에 보다 집중한 버전의 영화로 완성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너무나 존경하는 거장이지만 결코 그가 만든 영화와 나의 비전을 비교하기 위해 <>을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영화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나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가 아니라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로 돌아가 나만의 버전으로 각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선배 감독들이 이미 영화화를 고민하며 설계했던 아이디어와 닮은 점도 있다. 영화의 시작 장면인 칼라단 행성의 내부 건물 인테리어나 하코넨 남작이 처음 등장하는 기에디 프라임의 증기탕 등 작가 프랭크 허버트가 원작에서 묘사한 여러 사물, 가구, 조명과 방, 건축물의 디자인에서 호도로프스키 감독이 고민했던 기괴한 디자인의 흔적을 느낄 수 있고, 한스 짐머 감독이 새롭게 창조해낸 음악 속에서 데이비드 린치 감독 버전의 <>에서 아름답게 쓰인 토토의 영화음악의 영향이 느껴진다. 모든 작품이 프랭크 허버트라는 강력한 원천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 주인공 폴의 여정에 주목한 1부

드니 빌뇌브 감독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을 만들 때 품었던 고민과 흡사한 숙제를 안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을 단 한편의 영화로 만들려면 너무 많은 디테일을 잃을 것이라 판단했다. 결국 2부로 나누어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먼 미래인 10191년,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 아라키스 행성의 운영권을 놓고 제국의 여러 가문이 날 선 대립을 벌이는 시기에 제국의 황제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레토 공작(오스카 아이작)과 그의 후계자인 폴(티모시 샬라메)로 하여금 하코넨 가문을 대신해서 새롭게 아라키스 행성을 운영하라고 지시한다. 매일 꿈에서 묘령의 아라키스 행성 여인(젠데이아가 연기하는 캐릭터 챠니로 밝혀진다)을 보아왔던 폴은 운명에 이끌리듯 아라키스로 향하지만 거기엔 경쟁자 하코넨 가문의 잔혹한 계략이 숨겨져 있다. 프랭크 허버트는 1965년부터 1985년에 이르기까지 총 6부작에 이르는 소설을 집필했고 드니 빌뇌브 감독의 버전은 소설 1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주목한 것은 “주인공 폴의 여정”이었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그의 성장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체 소설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

◆ 반짝이는 모래 행성의 스펙터클

“우리 행성 아라키스는 해질녘에 무척 아름다워. 모래 위로 스파이스가 반짝이거든.” 챠니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의 주요 배경은 아라키스 행성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무엇을 묘사하는 데 집중하려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섭취하면 인간은 정신능력이 확장되며, 우주여행을 할 수 있고 지식, 상업, 정치를 비롯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까지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스파이스를 수확하려면 아라키스 행성의 가혹한 더위와 강력한 모래폭풍, 그리고 인간의 힘으로는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생명체 모래벌레(웜)의 위협을 피해야만 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원작 소설이 묘사하고 있는,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신비로운 모래 알갱이와 척박한 아라키스 행성을 “관객이 진짜라고 믿게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비전을 구현해줄 적임자로 <제로 다크 서티>와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의 그레그 프레이저 촬영감독을 기용했다. 가상의 먼 미래를 다루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는 것은 이 영화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다”. <>은 이상적인 사막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서 노르웨이와 헝가리,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등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 대형 스크린을 향한 드니 빌뇌브의 러브레터

“<>은 대형 스크린을 향한 나의 꿈이자 러브레터다. 처음 영화를 디자인할 때부터 관객이 스크린에 빨려들어가고 싶게끔 만들고자 했다.” 아라키스 행성을 뒤덮는 모래폭풍과 모래벌레와의 접전, 가문과 가문간의 치열한 전투 등이 담긴 스펙터클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아이맥스 촬영이다. 이 영화는 아이맥스사가 인증한 디지털 ‘아리(Arri) LF’ 카메라로 촬영된 첫 영화이다. 아리 LF 카메라는 화질이 뛰어나며 심도가 깊고 풍부한 색감을 표현하는 아리의 시그니처 프라임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다. 드니 빌뇌브 감독에게는 4:3 사이즈에 가까운 1.43:1 비율의 아이맥스 포맷 화면도 중요했다. 아이맥스 화면은 폴의 환상과 꿈, 사막 장면 등 1시간이 넘는 분량의 장면에서 쓰였다. 여기에 더해서 그레그 프레이저 촬영감독은 디지털을 필름화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영화를 편집한 후 현상소에서 네거티브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스캔해서 아날로그식 처리 방식을 거친 필름으로 재작업했다. 아라키스 행성의 모래폭풍이 인물과 화면 전체를 뒤덮을 때, 그리고 순식간에 잿빛으로 뒤덮이고 마는 어둠 속 전쟁 장면에서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느낄 수 있다.

◆ 티모시 샬라메, 그리고 폴

스파이스 지배권을 두고 격렬하게 대치하는 아트레이데스와 하코넨 가문,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여성 집단 베네 게세리트 등 대서사시 <>이 다루는 인간 군상은 실로 다양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자 했던 부분은 나날이 세력이 커져가는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이를 질투하는 황제의 계략에 빠진 한 가족의 이야기다. 그 가족의 중심에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는 폴 아트레이데스가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드니 빌뇌브 감독은 “당시의 나처럼 그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폴이 다른 문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방식이 놀라웠다”라고 말했다. 그의 명성을 가장 널리 알리기 시작한 연출작 <그을린 사랑>에서 보여준 두 남매의 출생의 비밀,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다뤘던 인간의 꿈을 품고 알아가던 안드로이드의 여정을 떠올려보면, 관객은 <>의 주인공 폴이 겪게 되는 여정에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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